[Review] 그대가 바라는 낭만 - 글로리아를 위하여

글 입력 2020.11.01 12:04
댓글 1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m_poster.jpg

 

 

사람이 무엇을 위한 존재가 될 수는 있을까? 인간은 도전한다. '도전'이란 표현이 거창하지만 사실 일상에 흔한 일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선생이 제자에게, 또는 부부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자 노력한다. 이 진실은 참 낭만적이다.


그러면서 수없이 편재한 불가능에 부딪힌다. 예를 들면 가족의 불행에 대하여. 영화에서는 다니엘과 실비, 마틸다 모두 해당하는 인물이다. 특히 다니엘은, 영화에서 거의 불행의 신호탄이다. 그러니 검은 숯으로 다 타버렸다는 다니엘의 심장은 일생에 관한 어떤 은유 같다. 가장 뜨거운 빨강으로, 가장 차가운 파랑으로 전 방위로 노력한 끝에 도착한 곳은 보라색 불꽃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재가 되어버리고 마는.


그래, 자신의 심장을 태워서라도 이것으로 끝이라면 좋겠다. 하지만 다니엘은 이미 안다. 삶은 대책 없이 연장된다. 시계의 바늘이 부서지더라도 시간은 계속 흐른다. 자신의 시간은 끝나가지만 이제 막 시작되는 어떤 이의 시간도 있다. 바로, 이제 막 태어난 글로리아의 시간.


글로리아를 위해 다니엘은 한 번 더 살인한다.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실질적 살인은 글로리아의 아빠 니콜라스가 저지른 것이지만, '글로리아를 위하여', 다니엘은 니콜라스에게서 살인 무기를 뺏어 들고 스스로 죄수가 된다. 니콜라스가 감옥에 간다면 자신이 감옥에 감으로써 실비가 겪었던 불행을 대물림하는 꼴이 되므로, 이 불행은 막고 싶었으리라. 다니엘의 인생은 완전히 끝남으로써, 동시에 불행의 단절이 시작된다.


그래서 해피엔딩인가? 물론 아니다. 불행의 대물림, 이 불가항력에서 오는 무기력함이 이 영화의 끝 맛이겠다. 니콜라스와 실비는 절대 극적으로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러니 말갛게 웃는 글로리아의 미래도 뻔하다.


아이는 왜 태어나는 걸까? 아니, 질문을 바꾸자. 왜 준비되지 않은 부모들이 아이를 낳는 걸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란 말을 하기 전에 적어도 인생의 선배로서 예행연습 정도는 하는 게 마땅한 일이 아닐까. 사랑으로 결혼한 다음에 결혼은 현실이라며 후회하고 울면서 다른 사랑을 찾는 사람들이 부모가 되는 것부터가 글로리아 입장에선 불행의 시작일 것이다. 삶은 모두에게 버겁지만, 딱히 실비와 니콜라스를 변호하고 싶지 않다.


그나마 '글로리아를 위하여' 실비와 니콜라스에게 한 가지 부탁하고 싶기는 하다. 당신들도 불행을 단절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갈 수 있다고. 그러니 부모가 되어 낭만적 진실을 경험하고 싶다면 당장 다니엘이 시작한 불행의 단절을 실천하라고.


이 영화에서 영화적 낭만이 실현되는 씬은, 다니엘이 그가 쓴 시를 읽을 때다. 묘하게도 그의 시는 처절한 시간을 버틴 다음에만 써질 수 있는 글이라는 느낌을 준다. 낭만은 그 시간을 견뎌야만 그려지는 그림인가. 때론 낭만이 고통이란 개념에 더 가깝게 맞닿은 것 같다. 이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나는 일상을 살고 영화로, 이야기로 달려가야만 하는 것인지, 가끔 혼란스럽다.

 

 

6.jpg

 


<시놉시스>
  

 

20년 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다니엘은 이미 재혼해 가정을 꾸린 아내 실비와 재회한다.

 

모두의 축복 속에 아기 글로리아가 태어났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 숨겨져 있던 비밀이 폭로되며 가족들을 벼랑 끝으로 몰기 시작하고 다니엘은 마지막 선택을 해야한다.
 
가족들을 위해, 글로리아를 위해.
 
 
*
 
글로리아를 위하여
- Gloria Mundi -
  
 
감독 : 로베르 게디기앙
 

출연

아리안 아스카리드

제라드 메이란

장 피에르 다루생

아나이스 드무스티에

 

장르 : 드라마

개봉
2020년 10월 29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107분
 
 
[이서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1
  •  
    • 네이버에서 영화 제목만 쳐도 기사 미리보기로 스포가 다 드러나네요. 너무 화나네요 적어도 스포 부분이 버젓이 노출되진 말아야 되는 거 아닌가?
    • 0 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