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커피로 기억하는 어느 순간, 어느 하루. 책 '시간 블렌딩'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
글 입력 2020.11.0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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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시간은 흐트러짐 없이 정직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그 시간 속에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최근의 나는 (약속이 없는 날은 제외하고) 내일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 없이 그저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느껴졌다. 아마 그건 일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일 것으로 추측한다. 늘어난 업무로 인해 과중 되는 일, 이어지는 야근 등은 지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렇게 일만 달라질 뿐 똑같이 느껴지는 하루와 부정적인 감정 속에서 어제의 내가 무엇을 했는지 흐릿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가 어땠는지 기억하는 방법으로, 그날 느꼈던 감정에 대해 일기를 쓰기로 했다. 어떠한 상황이 있었는지, 그때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기분이 어떠했는지 간단하게 적었다. 그렇게 감정으로 하루를 기억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흘렀고, 꽤나 도움이 되고 있다. 기록하기 위해 순간에 집중해보기도 했고, 다른 감정을 느끼기 위해 노력해보기도 하고, 지난 하루에 대해 ‘그땐 저런 생각이었구나’ 꺼내 볼 수 있었다. 엄청나게 변화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전보다는 조금이나마 삶이 풍성해짐을 스스로 체감했다.

 

책 <시간 블렌딩>의 작가는 커피와 음료 등으로 시간을 기록했다.  어느 토요일의 아침을 카페라떼로, 매력적인 저녁 시간을 샴페인으로, 아버지를 기억할 때는 레쓰비로. 순간과 기억을 커피로 기록하여 떠올린다. 나와 방식은 다르지만, 하루를 평범한 것으로 특별하게 기억하는 방법은 괜한 동질감과 공감하게 했다.

 

특히, ‘커피’라는 소재라 더욱 공감이 가지 않았나 싶다. 모든 이들이 그러지는 않겠지만, 직장인을 움직이게 하는 것 중에 큰 부분을 차지 하는 것이 ‘커피’이다. 아침 출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사 오는 커피음료, 점심 먹고 생각나는 아메리카노 한잔, 일하다가 몰려오는 졸음과 지친 몸에 채워 넣는 바닐라 라떼. 피곤하면 외치는 ‘아, 커피 땡긴다,’의 말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이런 나의 경험을 떠올리며 책을 읽다 보니 유독 마음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 아포가토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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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요한 일요일 아침은 깨우지 말아 달라는 시계에게 부탁.

그렇게 늦으막히 잠이 일이 된 것처럼 느껴질 때 일어나면 와!

 

아직도 남아 있는 시간들이 많음에 만족스러워.

 

한 주간 켜켜이 쌓여 있던 묵은 때를 벗기든 일주일 동안에

쌓여 있던 감사했습니다 옷들을, 시간들을 그루밍하다 보면,

이러저러한 인들로 벗기지 못한 때들도 씻겨지나봐.

 

그렇게 월요일을 준비하는 아포가토 일요일.

 

- p29, 아포카토 일요일

 

 

나에게 일요일은 산미 있는 아메리카노 같은 날이다. 커피에서 느껴지는 신맛을 좋아하지 않지만, 마시면 그래도 기력이 회복되는 그런 커피. 명쾌하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나를 충전시켜주는 그런 커피. 일요일은 산미 있는 아메리카노와 닮았다.

 

어느새 직장인으로 생활을 한 지 1년하고도 5개월. 학생 때부터 그래왔지만, 여전히 일요일 밤은 너무 괴롭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느지막이 눈을 뜨면 안락함과 만족스러움에 행복감을 느낀다. 그렇게 침대 속에서 꾸물꾸물하고 있다 보면 시간은 내 생각보다 훨씬 앞서 나가 순식간에 밤을 맞이한다. 왜 유독 일요일은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일까 의문을 가지며, 다가오는 월요일을 바라보며 제발 오지 말라고 우울해져 간다.

 

종일 침대에 늘어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주일 동안 지쳤던 체력은 보충했지만, 끝이 결코 개운하지 않다. 이런 기분으로 짐작하건대 일요일은 산미 있는 아메리카노와 닮아 있는 듯하다.

 

 

 

# 그냥 아메리카노 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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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은데~

 

해야 하는데~

 

하기 싫은 기분과 해야 하는 기분 사이를

슬며시 뭉개주는 듯한 1초 소통법

 

아메리카노나 먹자 싶은,

그냥 아메리카노 1초.그냥 하는 거지 뭐.

 

- p92, 그냥 아메리카노 1초

 

 

하기 싫은 기분과 해야 하는 기분 사이를 슬며시 뭉개주는 듯한 1초 소통법.’ 평소 루틴처럼 반복되는 커피가 필요한 일상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고, 나는 그 표현법에 크게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해야 하지만, 하기 싫다. 회사에서 대다수의 시간을 이런 마음으로 지낸다. 입과 마음으로는 버릇처럼 하기 싫다고 투덜거리지만, 몸과 손가락은 착실하게 움직이는 나의 모습. 그러다가 유독, 정말, 너무 하기 싫어지면 급격히 피로감과 함께 씁쓸한 맛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자연히 떠오른다. 점점 떨어지는 체력과 집중력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뭔가에 홀린 듯 커피를 사러 카페로 나가거나 커피 기계 앞으로 향한다.

 

커피콩이 갈리며 내는 소음과 커피가 내려지며 나는 향기, 거기에 더해 쭉 들이키는 한 모금은 증발한 나의 정신을 되돌려 놓는다. 그러면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어느 정도 회복된 채로 일을 시작한다. 한 잔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나의 기분을 뭉개주고, 다시 시작하게 한다.

 

 

 

# 하루에 두 잔의 시간 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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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은 낙동간 상류지역이라 아침이면 안개가 짙지만

겨울의 추위를 예비하듯 부드럽게 감싸줘.

 

일년 만에 듣는 Coldplay의 Christmas Lights,

은행나무 주변으로 도로 공사를 하는 인부들을 지나

스타벅스에 와서 아메리카노는 주문.

 

남아 있는 시간에 맞춘 사이즈로.

 

하루에 두 잔의 시간을 심어 놓은 것으로부터 행복을 느낀다면

사치일까마는 작은 행복이야 라고 말할래. 가끔 설레지만, 가끔은

권태로운 것을 출퇴근에 심어놓은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다 보면,

 

회사 밖의 시간, 주말로부터 혹은 무엇으로부터의 시간이 자라난다. 

 

- p47. 하루에 두 잔의 시간 심기

 

 

이 책의 내용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었다. “남아 있는 시간에 맞춘 사이즈로. 하루에 두 잔의 시간을 심어 놓은 것으로부터 행복을 느낀다면 사치일까마는 작은 행복이야 라고 말할래” 남아 있는 시간에 맞춘 사이즈와, 두 잔의 시간을 심어놓는다. 이 말은 생각을 많이 하게 했다.

 

간혹 약속 시간에 일찍 도착하거나, 남는 시간에 카페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고는 한다. 톨, 벤티, 그란데 등 다양한 사이즈 앞에 나는 얼만큼 마실 수 있는지 계산을 한 후 ‘남아 있는 시간에 맞춘 사이즈’로 주문을 한다. 늘 그래왔던 나의 당연한 행동들이 이렇게 한 문장으로 표현이 되니, 흐르듯 지나갈 것 같은 모습이 실체화되는 기분이었다. 지나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특별한 느낌이 들 수 있다는 생각이 이 부분을 읽으며 떠올랐다.

 

그리고 이어지는 ‘하루에 두 잔의 시간을 심어놓는다’는 말은 지금의 나에게 너무나 필요한 말이라서 위로 아닌 위로, 조언 아닌 조언이 된 느낌이었다. 이번 주는 유독 바쁜 날의 연속이었다.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에, 추가되는 업무. 그리고 투입된 프로젝트의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 바쁘고 또 바빴고, 야근이 이어지면서 여유를 잃어갔다. 여유가 없어지니 예민해졌고, 눈물이 날 것만 같이 감정적 여지기도 했다. 이러한 시간 속에서 ‘하루에 두 잔의 시간을 심어놓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행동했다면 좋았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에 두 번 정도는 잠깐이라도 짬을 내서 여유를 챙겨주었다면, 아마 그때만큼은 잠시 행복했겠지. 적어도 덜 예민해지고, 덜 감정적으로 되었을 것이다.

 

유독 힘들었던 이번 주의 끝에서 이 문구를 읽으니 나름의 위로와 조언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나를 위해서라도 저렇게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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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나는 감정으로 하루를 기억하려 하고, 이 책의 작가는 커피로 기억하려고 한다. 어떤 것으로 하루를 기억한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고, 특별한 것들은 더욱 선명하게 남는다. 이렇게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어느 하루, 나의 삶이 풍성해짐을 느낀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도 한번 어떠한 것으로 하루를 기록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 분명 다채로운 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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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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