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모든 사람들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사람]

다들 이땅에 발 붙이고 사는데, 그 모양이 제각각이다.
글 입력 2020.10.3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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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활동한 4개월의 마지막 주다. 4개월 전 다이어리에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모집요강에 대해 짧게 옮겨 적어놓은 게 있다. 그 중 한 줄이 눈에 들어온다. 어떤 글을 기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짧은 안내다. ‘자신이 문화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고민을 했다. 어디까지가 문화 예술일까? 오피니언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나는 무슨 이야기를, 어디까지 담을 수 있을까?

 

 

 

사람을 좋아합니다.


 

취업 준비생으로서 취업을 위한 정형화된 자기소개서를 쓰기 이전, 진짜 내 소개를 해야 할 때에 나는 꼭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좋아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대화를 하면서 사람을 알아가는 것을 좋아했다. 나와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내가 겪지 못한 일들은 겪은 사람의 이야기를 항상 궁금해했다. 그 사람은 내가 모르는 세상의 일면을 알고 있지 않을까? 그 궁금증에 나는 주로 대화에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듣는 역할을 맡곤 했다.

 

그렇게 무수한 대화를 나누다가, 세상 사람 중 똑같은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멀리서 봤을 때 평범해보여도 그 속을 하나씩 캐보면 각자가 가진 생각이 그렇게 다채로울 수 없다.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지만 세상 친했던 동창이 있었다.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뿔테 안경에, 긴 생머리. 말 수도 적고 무슨 말을 하면 허허 웃기만 하는 친구. 18살 고등학생. 남들이 보면 아 평범하네 하는 흐릿한 인상 (실제로도 이 친구를 기억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게 첫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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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웹툰 아홉수 우리들

약간 이런 이미지였다.

 

 

그 친구랑 가까워지고나니 평범하다는 인상과는 생판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는 발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서 대학에 가면 꼭 그런 수업은 피해들을 거라고. 창의적인 사람도 아니기에 누가 시키는 수동적인 일만 하고 싶다고. 자기는 단순 반복하기만 하면 되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얘기하던 친구. 어디서도 듣도보도 못한 새로운 가치관에 나는 박수를 보냈다.

 

그 당시 핫 토픽 키워드가 열정, 창의적 사고 따위 였기에 그런 기류에 흔들림 없이 자신의 생각을 또렷하게 말하는 게 멋졌다. 이 친구를 알게 된 후 '평범'이란 단어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갖게 됐다. 세상 그 누구도 평범한 사람은없다. *평범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

 

 

 

서울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 Humans of Seoul


 

문득 다른 사람의 인생이 궁금할 때 찾는 사이트가 있다. Humans of Seoul. 서울에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짧게 한두 단락 정도의 글과 인터뷰이의 사진을 올리는 곳이다. Humans of New york으로 시작한 도시별 사람들 인터뷰 시리즈 중 하나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이 곳의 글을 읽으면 드는 생각이다. 어찌 다들 그렇게 비슷하면서도 다른 삶을 살아왔는지.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섭외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라는게 Humans of Seoul의 짧은 설명이다.

 

그런데 드라마 주인공도 아닌데 어떻게 기구하게 살았지 싶은 사람도 있다. 내가 봐 온 세상과 다른 세상을 보는 사람도 있고. 그 사람이 누구와 어떤 삶을 꾸렸는지 조금 엿본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지. 인터뷰이를 어떤 기준으로 섭외하는지 모르겠지만, '저 사람은 딱 봐도 뭐가 있어 보여. 대단한 이야기 하나 있겠네.'라는 생각으로 섭외하는 건 아닐 거 아냐. 인터뷰를 시작해하나 둘 품고 살던 이야기가, 또는 인터뷰에서 드러나는 그의 됨됨이가 하나같이 대단할 뿐.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평범하지 않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야기다. 왜 그 직업을 선택하게 됐는지, 장애인으로서 사는 건 어떤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교사가 됐습니다.” 라는 대답은 익숙하지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서른 살에 수능을 다시 보게 된 이야기는 처음 들어 본다. 마찬가지로, “결혼을 했습니다”는 많이 들어 본 게 맞는데, 같이 부르는 노래만 꼭 100점이 나와 결혼을 결심했다는 이야기는 처음이다.

 

다들 이땅에 발 붙이고 사는데, 그 모양이 제각각이다.

 

 

 

네 덕분에 나는 세상의 다른 면을 알아가.



좋아하는 글이 있다. 1박 2일 연출을 담당했던 유호진 PD가 연애에 대해 쓴 글이다. “연애를 시작하면 한 사람의 취향과 지식, 그리고 많은 것이 함께 온다.”로 시작하는데, 요약하자면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오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내가 조명하고자 하는 부분은 여기다.

 


요컨대 한 여자는 한 남자에게 세상의 새로운 절반을 가져온다. 한 사람의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편협하기 때문에 세상의 아주 일부분 밖에는 볼 수 없다. 인간은 두 가지 종교적 신념을 동시에 믿거나, 일곱 가지 장르의 음악에 동시에 매혹될 수 없는 것이다. (중략) 그녀가 가져오는 세상 때문에 나는 조금 더 다양하고 조금 덜 편협한 인간이 된다.

 

 

나는 친구들을 만난다. 고시 준비를 하는 친구, 대학 때 전공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며 사는 친구, 음악을 하는 친구, 그림을 그리는 친구, 음악 취향이잘 맞는 친구, 외국에서 공부하는 친구, 나랑 참 달라서 유독 많이 싸웠던 친구, 마음을 곧잘 표현하는 친구.

 

이 친구들을 만나 나는 세상의 조각들을 받는다. 너가 보는 세상은 이렇구나. 그 친구들이 건네주는 조각 하나하나가 귀하고 예뻐서 나는 잘 담아둔다. 덕분에 내 세상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를 들어 보겠어, 덧붙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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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각 한 조각 모으면 이런 느낌 아닐까?

 

 

내 친구들이 대단하다는 말이 아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너랑 나는 이렇게 다르구나 매번 감탄하다 보면 우리가 서로 얼마나 다른지, 얼마나 다른 세상을 보고 사는지 느낄 때가 있지 않은가.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지금껏 쌓아 놓은 이야기가 있겠지. 알 길이 없어 그 모든 이야기를 듣지 못하겠지만 그 사람은 그 사람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을 안다.

 

 

 

자신이 문화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건 무엇이든


 

에디터로서 쓴 글을 되짚어 보면, 나는 만화가, 뮤지션, 사진작가 또는 소비행태. 음, 또 누군가의 창작물에 대해서 쓰기도 했다. ‘자신이 문화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건 무엇이든’이라는 단서 하나에 집중해 썼다. 이제야 그 글들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 보인다. 사람 그 자체가 문화예술 아닐까.

 

사람에 대한 글만 썼으니, 내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가치관도 한 번은 다뤄봐야 할 것 같았다. 여기까지 쓴 긴 글은 잠시 접어두고 아주 짧게 한 줄로 요약하자면, (나는) 모든 사람들은 특별하다 (고 생각한다).

 

 

[우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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