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POD 출판으로 내 책을 두 번째 출판했다 [도서]

쉽고 빠르게 내 책 내어놓기
글 입력 2020.10.3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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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을 하는 과정은 설레지만 지난했다. 벌써 일 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평생 기억될 나의 경험. 꾸역꾸역 인디자인 하는 방법을 배우고 (지금은 다 까먹었지만), 표지를 어떻게 만들지 궁리하고, 종이는 어떤 종이로 할까, 가격은 어떻게 할까, 내 인생이 주로 흘러왔던 것처럼 모든 고민은 내 머릿속에서 뒤섞여야 했고 모든 결정도 나의 몫이었다.

 

 

독립출판.jpg

 

 

드디어 완성된 작은 책들을 끙끙거리며 집으로 옮기는 것도, 사랑스러운 아기를 보듯 쳐다보는 것도, 바스락거리는 비닐 소리를 흥겹게 들으며 하나하나 포장하는 것도, 독립서점에 메일을 보내 입고를 승낙받고 한여름 구슬땀을 흘리며 책 배달을 가는 것도, 낯가리는 성격 탓에 처음 가는 예쁜 서점마다 말 몇 마디 못 뱉고 책을 수줍게 내려놓은 뒤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는 것도.


그때는 영향력 없는 내가 세상 속에 미미한 책을 내려면 당연히 그 정도 고생은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글을 낳는 동안 본격적인 산통을 겪고 나서 산후의 자잘한 고통도 조리해야 하듯이 원고를 완성하고 난 후 늘어진 잡무도 자연스레 내 몫인 줄로만 알았다.


전국의 보통 자식들이 원빈, 김태희가 되는 경우가 부모님한테서 라고 하던가. 보이고 싶은 책도 아니었는데 마음대로 읽고 난 뒤이긴 하지만 부모님은 제법 잘 쓴 글이라고 몇 번을 거듭해서 말했다. 우리가 투자해줄 테니 표지도 제대로 맡기고 원고도 조금 수정해서 제대로 내 봐, 라고 말하는 부모님한테 이미 여러 군데 물어봤지만 원고를 받아주는 출판사가 없었다고 거듭해서 대답했다.


사실 뭣도 모르는 내가, 계획도 없다가 어찌저찌 해낸 내가 어떻게 완벽하게 할 수 있었겠나. 보랏빛 책 표지는 코팅도 안 되어서 버석버석 허옇게 벗겨져 나갔고, 만지는 순간 손톱자국에 맞춰 쓸려나갔다.


책을 만드는 동안 맘고생을 하면서 뚝뚝 떨어뜨린 눈물 자국들이나 꾹꾹 닦아내면서 일부러 다 잊은 채 뒹굴뒹굴 누워 지냈다. 간간이 책을 읽은 잘 모르는 사람 몇 명에게서 진지하고 긴 편지 같은 디엠을 몇 통 받았다. 그들에게 격려를 받고 벅찬 대화를 조금 나누었다. 그리고 또 다 잊어 지냈다. 그렇게 일 년이 더 넘는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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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 출판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Publish On Demand’의 약자로, 책을 미리 뽑아놓고 누군가 사가길 하염없이 기다리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원하는 구매자가 먼저 주문을 하면 그 수량만큼 제작해서 보내주는 출판방식이다.

 

궁금증이 생겨 한 POD 출판 업체 홈페이지를 둘러봤다. 책을 제작하는 데 돈을 낼 필요도 없다길래, 처음엔 생존 본능의 그물망이 윙윙 돌아가면서 ‘뭐야,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사기 아니야?’라는 의심이 솟구쳤다. 책값 안에 일정 정도의 업체 수수료와 작가 수익이 포함되어 있어, 책이 판매될 때마다 쌍방에게 수익이 나는 구조라는 것을 겨우 이해하고 살짝 부끄러워진 것은 그다음이었다.


그간의 고생이 줄줄이 떠오르면서 조금 허무한 마음이 들었지만, 책에 달라붙어 A부터 Z까지 내 손끝으로 탄생시키는 일도 정말 정감 가고 깊이 남는 일이었다. 따라서 한 개의 원고로 의미 있는 개인 독립출판과 편리한 POD 출판을 둘 다 경험하는 작가가 되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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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등록시키는 일은 술술 흘러갔다. 집에 바로 앉아 업체와 메일을 몇 번 주고받으니 완성이었다. 너무 많이 봐서 질려 다시 보기 힘든 원고는 수정 없이 그대로 보냈지만, 표지는 더 세련되게 꾸며봤다. 그리고 내 책과 이북이 온라인 서점에 버젓이 올라와 있다.

 

거짓말을 가장 아름답게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인 소설 쓰기.

 

그 첫 번째 이야기에 대한 미련은 이제 정말 끝이다. POD 출판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마음속 진심들이 좀 더 낙낙히 쌓이는 때가 오면 거짓말로 지어 올려 그다음 이야기를 지체 없이 쓸 수 있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곽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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