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과 눈을 마주치다. -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읽기의 길이가 사유의 길이다.
글 입력 2020.10.3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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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읽기의 길이가 사유의 길이다.'

 

 

당신은 책과 눈이-입체표지.jpg

 

 

 

책과 눈을 마주치다.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일지 모르지만 필자는 대게 서점을 가서 책을 살펴보는 것을 좋아한다. 서점마다의 특유의 분위기와 책의 향기가 있어서일까. 잠시 차분히 앉아 시간을 보내다보면 마음이 안정됨을 느낀다. 사실 필자는 한동안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등 새로운 매체로 책을 보곤 했지만 종이책을 넘기면서 보는 아날로그 감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낮아져서 지역 도서관을 이용하거나 오래간만에 대형서점을 방문하는 일이 잦아졌는데 종이책이 주는 감성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

 

매번 서점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에는 참 많고 다양한 책들이 존재한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저 책들을 다 읽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쳐감과 동시에 집어든 한 권의 책은 마치 하나의 세상 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우주의 무수한 별들이 각자의 모습으로 빛을 내며 존재하고 있듯이 내가 들고 있는 책 또한 세상의 많고 많은 책 가운데 자신만의 모습으로 빛을 내는 존재 같기 때문이다.

 

하나의 세상 안으로 들어와 읽게 된 글들은 나에게 새로움과 또 다른 성찰을 안겨준다. 우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새로운 별을 탐사하듯 나 또한 책 속에서 새로운 영감과 성장을 가져다 줄 글들을 찾아가며 사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도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책 제목 옆을 장식하는 세로로 된 한 문장 “읽기의 길이가 사유의 길이다.”은 지표가 되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살아내야 한다.



“별이 태어나려면 혼돈이 있어야 한다.”
- 니체 -
 
필자는 이 말을 좋아한다. 혼란의 과정이 있어야 빛나는 별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은 삶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슬픔, 좌절 그리고 절망 등의 감정 또한 나 자신을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가기 위해 거쳐 가는 과정이라고 위로해주는 듯 들리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언급된 독일 출신의 유대계 작가이자 문예 평론가 발터 벤야민이 말한 “인간은 자기가 어떻게 절망에 도달하게 되었는지를 알면 그 절망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라고 말도 그렇고. 자신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삶의 방향성을 찾아간 <나무를 심은 사람> 속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도 그러하듯 말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이 어떻게 절망에 도달했는지를 인식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내고자 했는데 이러한 모습들은 결과적으로 더 나은 나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된다.
 
책에서는 엘제아르 부피에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이번에는 그의 실행력에 관해서다. 그는 처자식을 잃은 아픔과 전쟁으로 인한 자연 파괴의 과정을 목격하며 아파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나무를 심고 숲을 지킨다. 그가 나무를 심은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서부터 나왔을까. 사실 그것은 ‘그냥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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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마음을 먹는 사람과 실제로 나무를 심는 사람이다. (중략) 세상을 파악하는 방법은 관념이 아니라 실천이다.”

 

- 108p~109p

 

 
그냥 시작하는 것. 생각보다 실천이 더욱 중요함을 알려주는 부분이다. 사실 필자는 어떠한 일을 결정함에 있어 심사숙고하고 신중하게 생각하여 결정하는 편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신중함이 요구될 때도 분명 있지만 목표를 계획하기까지의 과정은 상대적으로 오래 걸린다.
 
때론, 추진력이 부족할 때도 있는데 글을 읽다보니 한 발짝 시작해보고 나서 그 과정 속에서 고민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식적으로 라도 그냥 시작해보는 첫 발걸음과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축척의 시간이 더 크고 확실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누구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이고 삶은 무엇인가.
 
에릭슨의 심리 사회적 발달이론에 따르면 청소년기는 자아정체성과 역할혼돈을 경험하는 시기라 한다. 나 또한 이 시기를 강하게 겪어온 사람 중 하나다. 사실 이러한 고민은 성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중·고등학교 때가 가장 극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도저히 생각을 해도 나는 내가 누구인지 왜 태어났고 여기서 살고 있는지 등 의문 투성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를 탐구하고 실험했다. 나를 알고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나를 잘 모르기 때문에 나를 탐구하고 실험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몸소 경험하면서 정체성을 밝혀나가는 험난한 탐구여정인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부단한 탐구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나를 찾아 평생 공부하는 여행을 즐기는 자세로 살아가는 길만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지름길이다.”

 

- 170p

 

 
유영만 저자의 말처럼 나 또한 나를 알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부를 알지는 못한다. 그래도, 과거보다 나아진 점이 있다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지,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싶으며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를 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나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나의 존재의 근원과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답을 찾게 한다.
 
그럼에도, 때로는 삶에 대한 철학적인 생각보다는 현실에서 살아가는 나날에 급급하여 앞만 보고 무작정 달려갈 때가 있다. 하지만, 나중에 보면 성급하고 조급한 생각들은 언젠가 소진되고 다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생각할 때는 나 자신에 대해서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 같다. 그렇기에,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보다 균형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이 더욱 현명할 것이다.
 
 
 
경지는 ‘궁지’에서 나온다.

 
경지는 궁지 속에서 나온다는 것 즉, 책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위기 상황에 몰아넣고 가열 찬 사고 실험을 감행해야 한다.”는 말로 설명한다. 의도적으로 스스로를 위기에 몰아넣는 행동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고기반에 의심을 던져야 함과 당위적으로 생각했던 가치관에도 질문을 던져보아야 함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러한 말들을 공감한다. 실제로도 해 보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소 특이하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삶 속에서 위기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하는지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마음가짐을 갖게 되는지를 시험하는 편이다.
 
수고스러운 과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삶에서 위기 상황을 마주할 때 하는 과정들은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고 깨달을 수 있게 하고 결과적으로는 내면 안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성숙의 씨앗을 보게 된다. 그럼에도, 때때로는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 의문을 품을 때가 있는데 책 속의 글을 보다보니 완전히 어긋난 행동은 아닌 것 같아 조금은 인정받는 느낌이 든다.
 
 
 
외로움과 고독함의 차이에서 오는 것들


 

“하이데거에 따르면 진짜 내가 성장하는 시기는 시끌벅적한 일상에서의 다양한 만남이 아니라 불안하지만 혼자 있으면서 나의 존재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성찰하는 고독한 시간이라고 한다.”

 

- 318p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는 무엇일까. 책에서 말하는 외로움과 고독을 보면 외로움은 관계로부터 단절되어 느끼는 부정적 감정이지만 고독은 관계를 스스로 단절시켜 느끼는 긍정적 감정이라고 말한다. 둘의 공통점은 혼자 있는 것이겠지만 차이점은 그로부터 오는 감정은 지극히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보면 책을 읽는 것 역시 고독해야만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독한 내가 되면 책 속의 세상을 탐험하며 저자가 말하는 의미와 생각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고독한 독자만이 저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해독하고 독해할 수 있다. 외로운 독자는 생각이 책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겉만 맴돈다. 몸은 여기 있지만 생각은 딴 곳을 지향한다. (중략) 고독한 독자만이 저자의 깊은 사유체계 속으로 잡입해서 지적 유영을 즐길 수 있고, 다시 그 속에서 빠져나와 나를 되돌아보며 성찰하는 독서를 독하게 해낼 수 있다.”

 

- 321p

 

 
외로움, 고독의 감정은 한 번쯤 느껴본 감정일 것이다. 필자 또한 주변에 사람들로 가득했을 때와 그렇지 않은 지극히 혼자 있을 때의 감정을 잘 알고 있다. 사람들로 가득할 때는 사람으로부터 얻는 에너지에 행복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반대로 그 안에서도 외로움을 겪기도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시간은 불안하지만 그 안에서 알지 못한 행복감을 찾을 수 있다.
 
여러 감정의 변화를 겪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외로움과 고독의 감정 모두 소중하다는 것이다. 외로움을 통해서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그것은 고독으로 이어져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했다. 각각의 감정을 느껴보아야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생각하지 못했는지를 알 수 있고 정돈된 마음과 감정 상태로 자신과 타인을 만날 수 있다. 외로움을 잊기 위해 고독을 놓치기보다는 외로움을 통해 고독을 만나며 참다운 나를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철저히 고독함을 경험하며 자기 내면과의 대화를 경험하길 바란다.
 

 

“외로운 사람은 점점 더 외로움에 휩싸여 본래의 자기를 찾아가지 못하지만 고독한 사람은 자기 내면과의 침묵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중심성을 잃지 않고 참다운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 320p

 

 
 
 *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 우리는 왜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가? -
 

지은이 : 유영만

출판사 : 카모마일북스

분야
인문 > 독서/글쓰기

규격
140*210*16.3mm

쪽 수 : 348쪽

발행일
2020년 09월 25일

정가 : 16,000원

ISBN
978-89-98204-79-2 (03800)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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