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눈은 안 맞아도 사랑은 하고 있습니다 -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도서]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리뷰
글 입력 2020.10.2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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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의

지식창조 독서법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라고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도발적인 질문이다. 독서가인 유영만 교수는 책과 눈이 맞아서 읽고 말았던 행복감이 몸을 관통하면서 남긴 얼룩과 무늬를 씨줄과 날줄로 엮은 사유의 흔적을 기록했다. 여기서 제시된 모든 글은 책에 빠졌던 독자가 다시 자신의 삶으로 빠져나와 저자가 되어 지식을 창조하는 독서법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체험적 기록이다.

 

 

당신은 책과 눈이-평면표지.jpg

 

 

때때로 쇼핑을 하다 ‘어머, 이건 사야 해!’라며 필이 꽂히는 순간이 있다. 문구류, 의류(대부분을 차지한다), 화장품 등 ‘눈이 맞는’ 물건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 그 물건은 사야 한다. 집에 돌아와서야 ‘사야 했는데...’라며 후회하는 것보다는 지갑이 얇아지는 게 백 번 낫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책과는 그런 강렬한 눈맞춤을 해본 적이 없다. 오랜만에 서점에 가면 빈손으로 돌아오기 아쉽다는 이유로 한 권 사거나, 시리즈 도서의 1권을 손에 넣게 되면 책장의 인테리어(?)를 위해 나머지를 사는 식이다. 물론 정말 읽고 싶은 책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때는 여러 책을 뒤적여본 후 가장 흥미로운 것을 ‘선별’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한 번 책을 손에 쥐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읽는다. 디지털에 특화된 MZ 세대임에도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선호하고, 다 읽은 책은 책장에 예쁘게 꽂아 넣은 후 다시 다른 책을 손에 쥔다. 마치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한 마리의 하이에나처럼 읽을거리를 찾아 헤맨다.

 

물론 취향에 맞지 않거나 너무 어려운 책은 결국 끝까지 보지 못하고 덮어버릴 때도 있다. 그럼에도 그 책은 내 마음속 책장에 ‘읽은 책’으로 분류되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책장.jpg

 

 

덕분에 포화상태가 된 자취방의 작은 책장에는 더 이상 책을 꽂을 장소가 없다. 조만간 이사 가야 하는데 저 책을 다 옮길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하다.

 

그런 나에게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느냐”는 책의 제목이자 저자의 질문은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살짝 찔리기도 한 것 같다. 독서를 좋아하고 즐기면서도 정작 책과 ‘fall in love’했다고 말하기에는 이것저것 걸리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사랑과 의무의 경계선, 그 어디쯤에 서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래도 조금이나마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독서라는 체험을 ‘기록’하는 일만큼은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후 8시 4분,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바로 그렇다. 글에 투자한 시간이나 글의 깊이, 글의 내용과는 별개로 ‘독서’라는 나의 추상적 체험을 ‘기록’이라는 가시적 증거물로 남기는 일, 그것만큼 책에게 바칠 수 있는 최고의 헌사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책에게 보내는 저자의 ‘러브레터’라고도 할 수 있다. 모든 러브레터가 그러하듯, 저자의 사유에 시선을 맡기다 보면 책과 독서 행위에 대한 저자의 애정에 마음이 간질거리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한다. 그리고 정성이 가득 담긴 그 마음을 받았으니, 나 또한 답장을 보내고 싶어진다.

 

그 답장은 글을 쓰는 주체만 바뀌었을 뿐, ‘사유의 흔적’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런 의미로, 이 글에서는 저자가 마주하고 고민한 그 질문길을 일부만이라도 그대로 걸어가보기로 했다. 바로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온몸으로 성찰하고 배우는 사람을 육성하는 대안 학교, ‘그런대’에서 필수적으로 던지는 질문이다.

   

 
“당신의 기쁨을 망가뜨리는
최대의 원인은 어디에 있나요?”
 

 

저자는 일상 속 수많은 사람과의 관계가 기쁨을 망가뜨리는 주범이자 동시에 기쁨의 근원이라고 하였다. 그 말에 공감하는 바이지만, 덧붙이자면 ‘나 자신’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 스스로가 나에게 가장 큰 절망을 줄 수 있지만, 가장 큰 기쁨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슬프면서도 다행인 건 아닐까.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확실하게 알고 있나요?”
 

 

예전에는 확실하게 알고 싶어서 발버둥 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드는 생각은, 세상에 ‘확신’은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유동적인 존재인데, 확신을 지닌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가능한 일일까? 확신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믿음을 지니고 싶다.

   

 
“당신의 자서전을
어떤 문장으로 끝맺고 싶은가요?”
 

 

나름 잘-살았다. 이 한 문장이면 될 것 같다. 어릴 적 읽던 동화책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꿈꾸기에는 이미 현실적인 어른이 되어버렸고, 그렇다고 희망을 버리기에는 아직 내 안의 아이가 낭만을 놓지 못하고 있으니, 적당히 타협을 본 것이다. 물론 아직 살 날이 많을 젊은 시절의 자서전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

 

저자는 다양한 독서 행위를 통해 자신만의 사유를 기록하였고, 그것은 또 다른 ‘책’으로 탄생하였다. 그 책을 읽은 ‘독자1’인 나는 결국 “사유를 사유하는” 셈이다. 이 글은 책이 되어 출간될 일은 없겠지만 다수에게 읽히리라는 점은 동일하기에, 결국 모든 독서 행위는 사유의 연속일 것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 아마 앞으로도 책과 ‘눈이 맞는’ 경험은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꼭 첫눈에 반해야만 사랑은 아니듯이, 오랜 기간 함께하며 물드는 것 또한 사랑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책을 사랑하고, 책도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 싶다).

 

어쩌면, 늘 함께해왔기에 서로의 존재가 너무 당연해서 눈이 맞은 지도 모르는 채로 동거 중인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하게 된다.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 우리는 왜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가? -
 

지은이 : 유영만

출판사 : 카모마일북스

분야
인문 > 독서/글쓰기

규격
140*210*16.3mm

쪽 수 : 348쪽

발행일
2020년 09월 25일

정가 : 16,000원

ISBN
978-89-98204-79-2 (03800)

 

 



[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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