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코로나 시대의 '좋은 책'과 '좋은 장소' - 출판저널 519호

글 입력 2020.10.2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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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포스트 코로나 자체가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들 이 상황에 그럭저럭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도서관은 우리가 포기해야 했던 많은 것들 중 하나이고, 그에 따라 자연히 종이책 역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약 1년 동안 코로나와 함께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도서관이 문을 닫았을 때였다.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훨씬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읽고 싶은 책을 전부 살 돈은 없는 사람으로서 나는 이런 변화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이며, 어떻게 대비해야 될까? 이번 출판저널 519호는 코로나 이후 위기 속에서 도서관의 역할과 그에 따른 저작권 문제, 그리고 도서정가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서관, 생동하는 유기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또 온종일 그곳에 앉아서 책을 읽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던 때가 너무나 먼 과거처럼 느껴진다. 나는 요새 크레마(이북리더기)로 책을 읽는다. 내게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만 하는 작은 불편이었지만, 분명 누군가에게는 배움과 지식으로부터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했을 도서관의 부재가 부쩍 크게 느껴졌던 몇 달이었다. 그래서 출판저널에 소개된 다양한 도서관을 마주했을 때, 나는 반가웠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시립도서관이나, 학교 중앙도서관과는 확연히 다르게 생겼지만, 어쨌든 그곳도 책을 빌리고 읽는 장소 아닌가.


그러나 오스카 니마이어 도서관과 천안시 중앙도서관에 대한 글을 읽으며 나는 그간 내가 얼마나 도서관에 대해 한정적으로 생각했는지 깨달았다. 도서관이 가진 가능성과 행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철학을 만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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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오스카 니마이어 도서관의 독특한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의 외부만큼이나 내부도 감각적으로 꾸며져 있었지만, 단순히 대단한 건축가들이 좋은 시설로 멋지게 꾸며 놓았기 때문에 이 도서관이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아니다. 지역의 서점, 레스토랑, 문화센터 등이 협력하여 만들어내는 ‘타인의 취향’ 축제는 우리가 도서관에서 흔히 기대하지 않는 동적인 방식으로 시민들의 삶을 새롭게 엮어 나간다.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눈을 즐겁게 채우는 건축물과 인테리어, 그리고 다 함께 문화를 꽃피우는 축제를 통해서도 시민들과 만날 수 있겠다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밤과 아름다움, 콘서트라는 단어가 도서관과 같이 쓰이는 것은 낯설지만, 동시에 너무나 매력적이다.

 

오스카 니마이어 도서관에 대한 글을 읽고 난 뒤 만난 천안시 도서관에 대한 글은 내게 도서관의 새로운 의미와 방향을 조금 더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삶을 함께하는 도서관’이라는 천안시 도서관의 비전은 분명 모든 도서관에 적용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오스카 니마이어 도서관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가슴이 떨리는 건축물을 모든 도시에 세울 수는 없어도, 도서관은 여전히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지역사회와 교류하고 시민들의 삶에 한층 풍부한 행복을 안길 수 있다.

 

도서관은 책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장소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삶과 더 가까운 곳에서 기쁨을 주는 장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책과 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우리 모두의 관심과 고찰이 필요하다.

 

 

 

좋은 책을 만드는 일


  

출판저널 519호는 출판산업의 미래에 대한 짧은 칼럼으로 시작된다. 안 그래도 책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재미를 얻을 수 있는 매체가 너무 많아진 탓에 책이 소수만 즐기는 문화가 된 지 오래인데, 거기다 코로나로 비대면과 디지털이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출판업계는 큰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 종이책의 넘김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나 역시 출판업계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지점으로 향할 수 있을지 궁금한 마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출판학 정립의 중요성을 강조한 해당 칼럼은 내게 흥미로웠다. 사실 출판학이 연구인력과 전문인을 양성하는 정식 학문으로서 중국, 독일을 비롯한 외국에 이미 존재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선이었지만 충분히 공감 가는 이야기였다. 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발전을 이끄는 사람들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정통성과 체계 없이 어떻게 산업에 남을 수 있을까? 같은 칼럼에서 중요하게 언급한 다른 한 가지는 ‘독서 교육’이었다. 양질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전반적인 독서문화의 발전이 출판업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좋은 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책을 만들 사람이 있어야 하고, 두 번째로는 읽는 사람이 좋은 책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제법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셈이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될 때 우리나라의 출판산업과 독서문화뿐만 아니라, 문화 콘텐츠 전반이 진정으로 부흥할 수 있지 않을까?

 

*

 

출판저널 519호의 통찰력 있는 글들은 책은 좋아하지만, 출판은 잘 몰랐던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스로를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배우고 즐기는 사람이라고 여기면서도 이런 이야기들이 이제서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다소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출판저널을 통해 나는 출판된 책을 읽는 독자, 책문화생태계의 중요한 주체인 독자로서 내가 일상적으로 즐기는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지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도서관은 무엇이고, 출판업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생각과 통찰이 담긴 이 매거진이 나에게도 그랬듯 문화예술, 문화 콘텐츠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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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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