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허전한 밤을 채워줄 책 - '아무튼, 떡볶이' 리뷰 [도서]

글 입력 2020.10.2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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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 내가 아는 그 요조? 맞았다. 그분이었다. 책도 쓰시는 줄은 몰랐는데. 책방까지 운영하신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써지지 않는 글을 붙잡고 있던 어느 밤 새벽 1시였다. 나는 진이 빠진 머리를 식히려고 가벼운 책을 찾기 시작했다. ‘아무튼 시리즈’는 얇고, 가볍고, 또 (다소 주관적인 기준을 따르긴 하지만) 나름대로 재미가 있어서, 군것질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보기에 적절한 글들이었으므로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수많은 주제 중에서도 떡볶이, 나는 떡볶이에 대해 읽고 싶었다. 시간이 시간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떡볶이에 대한 약 10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떡볶이 하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 앞 분식집에 대한 추억이나, 떡볶이를 같이 먹었던 사람들, 맛없는 떡볶이에 대한 기억, 또 반대로 맛있는 떡볶이에 대한 기억들이 뭉근하게 끓는다. 하나같이 흥미롭고, 감칠맛이 난다.

 

 

 

‘오래오래 살아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음식이 아무리 잘못되어서 와도 귀찮음 때문에 단 한 번도 클레임을 걸어본 적 없던 작가는 친구와 함께 한 떡볶이 가게를 찾은 어느 날, 원래는 좋던 떡볶이의 맛이 현저하게 나빠진 것을 느끼고 문자로 클레임을 건다. 더 주의하겠다는 정성 어린 답장이 도착하지만, 다시 좋아진 음식 맛을 확인해보기도 전에 떡볶이 가게는 문을 닫는다. 그래서 작가는 이렇게 쓴다.


 

맛없는 떡볶이집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나는 좋다. 대체로 모든 게 그렇다. 뭐가 되었든 그닥 훌륭하지 않더라도 어쩌다 존재하게 되었으면 가능한 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 기왕 이렇게 된 거 오래오래 살아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p. 62

 

 

다시 생각해보니 재미있다는 말보다는 놀랐다는 말이 더 적절할 것 같기도 하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감정이 꽤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가게가 사라지고 나서, 가게가 아예 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맛없다는 문자를 보낸 것은 아니라는 마음을 담아 또 한 번 문자를 보냈다고 적힌 글자를 따라가다가 괜히 코안 쪽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그 기분이 무엇인지 또렷하게 알고 있었다. 이런 기분을 누군가가 글로 적어 둘 생각을 했다니, 나는 깜짝 놀랐다.

 

학교 앞에 있던 김밥집이 생각난다. 김밥만 파는 것은 아니었고, 다재다능한 사장님이 샌드위치와 커피, 가끔은 직접 구운 쿠키까지 파는 제법 신기한 가게였는데, 두어 번 가서 먹고 ‘영 평범하네’라고 생각하여 더는 찾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거리를 지나다가 보니 가게가 문을 닫은 것이다. 비좁음과 아늑함 사이에서 꽤 잘 균형을 잡은 가게 인테리어, 그리고 영수증을 건네던 사장님의 담백한 미소가 떠오르며 나는 슬퍼졌다. 그 당시에도 왜인지는 딱 잘라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언젠가 동기에게 “그 집 그렇게 맛있지는 않더라” 하고 말을 꺼낸 것도 같은데, 실제로 입 밖으로 나왔는지 아닌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나의 리뷰가 혹시나 수많은 귀를 거치다가 결국은 손님을 줄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하는 섣부른 상상이 이어졌다.

 

말이 길어졌지만, 아무튼 그렇다. 비슷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마카롱 가게, 그리고 파스타집이 그랬다. 매일 생겼다가도 금방 사라지는 게 가게이고, 사장님이 사업을 접은 게 아닐 수도 있으며, 접었다 해도 그게 꼭 나라는 손님 하나 때문일 것이란 착각 또한 대단히 자기중심적인 의견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슬픔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그렇게 대단치 않고 훌륭하지도 않은 맛이었지만, 그래도, 그냥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았을걸.

 

분명 떡볶이집에만 해당하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이 세상에는 ‘어쩌다’ 존재하게 된 것이 확실한 계획에 따라 존재하게 된 것보다 훨씬 많으니 말이다. 어쩌다 받은 삶, 어쩌다 살게 되었으니 그런 김에 쭉 그렇게 있어 달라는 말이 전하는 감정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멋대로 남아달라는 게 조금 이기적인가 싶지만, ‘오래오래 살자’는 흔한 말보다 ‘거기 있어 달라’는 말이 훨씬 듣기 좋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코펜하겐 떡볶이’


 

떡볶이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엮인 가운데, 책의 처음과 끝에는 한 떡볶이집이 있다. ‘코펜하겐 떡볶이’였다. 어울리지 않는 단어 조합 대회 같은 게 있다면 분명 입상했을 조합이다. 대체 무슨 맛의 떡볶이를 파는 걸까? 코펜하겐이라는 이름은 무슨 뜻일까? 작가도 같은 생각을 안고 책 마지막 부분에 고대하며 코펜하겐 떡볶이 가게를 간다. 그러나 정작 코펜하겐 떡볶이의 사장님은 ‘그냥 아무 의미 없는데…’라고 말하여 작가의 예상과 기대를 뒤엎는다. ‘다음에 오실 때까지 의미를 만들어 두겠다’는 사장님의 넉살에 작가는 ‘괜찮다’고 답한다.

 

의미에 대한 고민은 가끔 너무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의미가 있든 없든 삶은 계속된다. 그렇기에 ‘의미에 대한 고뇌가 의미가 있을까?’ 하는 우스운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을 두고 ‘의미 중독자’라고 말한다. 이 단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아마 의미 중독자가 아닐 것이다. 나 또한 의미 중독자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되도록 모든 것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스스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의미 중독자인 셈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너무 깊게 생각하고, 늘 속으로 저 끝에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여긴다. 그건 고통스럽다. 그게 한 마디 말이든 지나간 사건이든, 아니면 삶이 되었든 간에 그 자체로 무슨 의미가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편하다. 어쩌면 그게 진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의미 없음이 새로운 의미가 되는 것이다.

 

결국 의미가 있다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아무 상관 없으니 말이다. 작가의 말마따나 나도 “의미와 무의미가 제멋대로 뒤엉키는 삶 속에서 ‘난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것, 다만 그것만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밤”을 보내는 중이다.

 

*


글을 다 쓰니 배가 고프다. 내일 일어나면, 떡볶이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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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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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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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원
    • 내일은 떡볶이.. ㅋㅋ 진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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