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우리에게 주는 것들

글 입력 2020.10.2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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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헤어진 후 남은 아픈 이별의 기억, 엉망이 되어버린 과거를 지워버릴 수만 있다면 어떨까?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법한 이 고민은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속에서 실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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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출근길에 오르던 조엘은 충동적으로 몬톡에 가야겠다고 결심하고, 그 곳에서 운명적으로 클레멘타인을 만난다. 내향적이고 안정적인 일상을 추구하는 조엘과 외향적이고 매사에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클레멘타인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하지만 그들의 만남이 이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누군가로부터 수상한 테이프를 받게 되고 서로가 과거에 연인 사이였으며, 이별 후에 각자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웠음을 알게 된다.

 

 

 

부동의 ‘인생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독특한 영화적 요소들


 

2005년에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개봉 10주년을 맞은 2015년에 재개봉되기도 했다. 이처럼 '이터널 선샤인'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대중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주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 리스트에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흔히 연인들 간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영화는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 많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이터널 선샤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영화적 요소들은 대중들로 하여금 영화에 특히나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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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요소 중 하나는 아무래도 시간의 흐름일 것이다. 영화를 처음 본 관객들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데, 바로 영화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적 흐름을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시간의 흐름을 잘 따라가는 것이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조엘은 클레멘타인이 이별 후 먼저 자신에 대한 기억을 지운 것을 알고, 배신감으로 가득 차 '라쿠나' 회사를 찾아가 자신의 기억도 지워줄 것을 요청한다. 기억 삭제 과정은 가장 최근의 기억부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루어지기 때문에, 조엘은 클레멘타인과 마지막으로 크게 다퉜던 기억과 권태로웠던 일상의 기억부터 만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기억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차마 지울 수 없는 소중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직면하게 되고, 조엘은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깨닫고 후회하게 된다. 이렇게 사건의 순서를 거꾸로 배치하여 조엘의 후회를 불러일으키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소위 '후폭풍'의 느낌을 준다. 이별하는 과정의 기억은 고통스럽지만 분명 행복했던 시간은 존재했음을, 그래서 과거의 기억 역시 소중하다는 것에 관객들은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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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독창적인 표현 방식과 창의적인 발상 역시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인다. 우선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조엘의 뇌 속 기억의 지도를 달리는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기억이 삭제되면서 물건, 장소, 사람들의 얼굴이 차례로 하나 둘 씩 사라지는데, 이처럼 기억이 사라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또한 조엘은 기억 속에서 클레멘타인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녀를 데리고 마음 속 깊이 묻어둔 기억에 숨는데, 이를 통해 평소 속마음을 잘 얘기하지 않았던 조엘이 클레멘타인에게 자신의 내면을 드러냈다는 변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으로 도달한, 둘의 만남이 시작된 최초의 기억에서, 클레멘타인은 조엘에게 몬톡에서 만나자고 속삭임으로써 둘의 운명적인 인연의 고리를 관객들에게 상기시킨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장면들이 아름다운 연출과 영상미, 잔잔한 배경 음악과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감동을 배로 선사한다.

 

 

 

사랑에 빠진 모든 이들을 위하여


 

영화는 한 커플의 탄생부터 이별까지의 과정을 현실적이고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대중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에서 녹음 테이프를 들은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과거에 서로에게 주고받았던 상처들, 관계의 결말을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로 한다.

 

특히 그동안에는 항상 클레멘타인이 먼저 조엘에게 다가왔던 것과 달리, 마지막에는 조엘이 ‘괜찮다(okay)’라고 말하며 두려워하는 클레멘타인에게 손을 내민다. 사랑해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상처만 남은 채 끝나버린 인연이 이렇게 다시 용기를 내는 모습은 어쩌면 대중들에게도 용기를 가지고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 않을까.

 

 

 

과거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현재를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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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라쿠나사가 고객들의 기억을 지워주는 이유는 고객들이 힘들었던 과거를 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새 출발’은 과연 모든 과거를 다 잊어버려야지만 가능한 것일까?

 

새로운 출발은 무지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 과거로 인해 더 단단하고 견고해진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인간은 과거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그랬듯 과거를 받아들이고 온전히 인정해야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


 

[황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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