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다시' 언어를 수놓는 일

글 입력 2020.10.23 13:2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스크린샷 2020-10-22 오후 5.16.48.png

초등학교 5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남겨주셨던 한 마디.

 

 

작문은 스며드는 일이었다. 아무도 내게 권유하지 않았지만 혼자서 계속해보고자 시도했던 첫 행위가 바로 작문이었다.

 

아직도 처음으로 글을 쓰던 때가 기억난다. 초등학교 4학년 국어 시간은 유독 '자신의 생각을 글쓰기나 그림으로 표현해 보세요.'라는 질문이 많았는데, 선 몇 번 찍찍 그어 제 생각을 나타내던 친구들과 다르게 나는 표현을 위해 늘 글이라는 수단을 택했다. 처음엔 그냥 그림을 못 그려서 대체 수단으로 작문을 택했었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더 큰 박수를 받기 위해 매 순간에 진지하게 임했다.

 

소심하고 나서는 걸 별로 원치 않았던 성격인 내가 일말의 용기를 갖고 내 의견을 말할 곳이 감사하게도 그 수업 시간 뿐이었다. 처음엔 모두가 나를 보는 게 무서워서 교과서를 얼굴로 가린 채 발표했었다가 박수 소리가 커질수록 교과서도 내 얼굴에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때, 딱 이렇게 생각했다. 이건 내가 잘할 수 있겠다고.

 

한 때는 작가를 꿈꿨었다. 국어 시간의 작문을 바탕삼아 글짓기 대회도 여러 번 나갔었고, 수상도 몇 번 했었다. 화려한 실적은 아니었지만, 자기소개서를 쓸 때마다 이 점을 나열하긴 했다. 이게 내 자존심이었고, 어쩌다 한 번 언급할 내 유일한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근데 문제는 발전을 못 느꼈다. 저번에 쓴 글과 이번에 쓴 글의 내용도 같고, 단어도 비슷하고, 문맥 흐름도 유사해서 기고하는 중에도 흥미를 못 느끼겠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내 작품을 사랑할 수 없게 되고, 퇴고가 귀찮아지고, 끝으로 남의 글도 읽지 않게 되고. 내 글을 사랑하지 않는데 뭘 더 할 수 있겠냐며 영영 펜을 놨었다. 아주 근사한 변명거리였지. 지금껏 날 맡아준 담임선생님들에게 '꼭 작가가 되어서 선생님께 제 책을 보내드릴 거예요!'라고 신신당부했지만, 펜을 놓고 나서는 독서도, 작문도 한동안은 하지 않았다.

 

 

131.jpg

 

 

그리고 대학에 입학했다. 예술을 전공하면서 리뷰를 남기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됐다. 관람했던 예술을 바탕으로 지속해서 쓰고, 계속해서 기억해야 다음에 더 나은 예술을 기획할 수 있다는 이치를 깨닫고 무작정 블로그를 열었다.

 

그때부터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고, 또 지금까지 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기록'이다. 한 편의 콘서트, 전시를 관람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한 페이지에 정리하면서 무엇을 더 보완해야 할지, 나는 이 예술에서 어떤 점이 인상 깊었는지를 빼곡히 적으며 '취향'이라는 게 생겼다. 돌이켜보니 내가 관람했던 예술의 결이 다 비슷비슷하더라.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남들의 글도 읽게 된다. 푸념이건 추천글이건 주제를 마다하고 다양한 글을 접하게 되는데, 잘 쓴 글을 읽는 게 그렇게 재밌는 건지 그때 깨닫게 됐다. 글을 읽는 것에 권태로움을 느끼던 내가 긴 글을 홀리듯이 읽게 되고, 한 문장에 감탄하고, 어휘를 곱씹으며 내 머릿속에 욱여넣고. 한글로 이루어지는 모든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모든 일에 무던하다고 느끼는 나 자신이 유독 글자에 마음이 동하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그를 계기로 이것저것 읽기 시작했고, 또다시 쓰기 시작했다. 읽고 씀의 반복을 통해 아트인사이트와 연결이 되었다.

 

나는 글쓰기를 '재개'한 것이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을 통해 다시 물꼬를 튼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10년 전의 나는 다시 글을 쓸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그냥 나는 예술을 좋아하니까 그쪽으로 가겠지'. 그런데 지금은 예술을 전공 삼으면서도 매주 한 건의 글을 쓰고 있다. 섣불리 말하긴 이르지만, 그때의 관점에서 보면 꿈을 이룬 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딘가에 정식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만 보면. 몇 년 만에 글을 써도 아직 나만의 작문 요령이 익숙한 것을 보면 내가 글 쓰는 걸 정말 좋아하긴 했나 보다.

 

좋아하던 일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이 문장만 봐도 당신은 어떤 설렘을 느낄 것이라고 믿는다. 이곳에서의 활동은 내게 그 설렘을 상기시켜주었다. 매주 한 건의 글을 쓰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 쉽지 않은 일을 해내는 것도, 그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의 피드백을 전달받는 것도, 문자로 전달되는 일련의 마음들이 소중해서 가득 껴안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아주 오래, 언어를 수놓는 일의 소중함을 계속해서 떠안고 가고 싶다.

 

 



[이보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13543
 
 
 
 

등록번호 : 경기, 아52475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기사배열책임자 : 박형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Copyright ⓒ 2013-2020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