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화예술 속 공간의 의미

글 입력 2020.10.2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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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사이에 경험한 문화예술의 공간은 때로는 많은 사람과 같은 시간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었고 그 공간에서 새로운 생각과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어떤 공간은 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고유한 지역문화를 지키고 있다. 그곳에서 어렸을 때부터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지역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며 각 시간의 추억을 간직하는 것이다.

 

때로는 지나간 시간만큼 문화예술의 공간도 시대, 상황에 맞춰서 발전과 변화의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같은 곳에서 새롭게 형성된 또 다른 공간의 모습은 그곳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또한, 공간만이 가지는 특색이 그 지역의 이미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 속에서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져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었다.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와는 또 다른 다양한 관점에서의 해석이 나타났다.

 

 


전통적인 문화예술 속 공간: 수원화성과 수원화성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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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은 우리나라의 성곽, 건축문화의 대표적인 문화재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지금 보아도 놀라운 과학기술로 정교하고 실용적이다. 수원화성이 지니는 의미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 지역문화, 바로 공간적인 의미에서도 중요하다.

 

도시의 중심에서 볼 수 있는 문화재의 모습은 묘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자라고 살아가는 공간이 가지는 역사적 배경을 알아가고 그 모습을 기억하는 것만큼 흥미로운 일이 있을까? 실제로 수원화성의 성곽을 따라 걷다 문을 통과하면 마치 조선 시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수원화성문화제를 참여하면서 만난 관람객 중에 수원화성문화제가 회를 거듭하는 모습을 모두 기억하는 분을 만났다. 예전 문화제의 포스터는 물론이고 수원의 역사를 빠짐없이 설명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문화예술 속 공간이 가지는 상징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아쉽게도 아프리카 돼지 열병의 위험으로 수원화성문화제의 메인 행사인 능행차가 취소됐지만, 화성행궁에서의 전통예술공연을 보며 문화의 아름다운 조화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화성행궁의 야경을 따라 성곽 안을 걸으며 바라본 성곽 밖의 도시의 풍경이 어쩐지 같은 장소인데 다른 공간 속에 있는 착각이 들었다.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문화예술 속 공간: 윤동주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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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를 고르자면 주저 없이 경복궁의 서쪽 마을을 일컫는 ‘서촌’을 뽑을 것이다. 경복궁을 처음 갔을 때 손에 브이를 그리며 찍은 사진이 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부모님의 손을 잡고 광화문을 들어가는 장면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렇게 커서 친구와 서울 이곳저곳을 놀러 가게 되었고 특히 미술관을 다니면서 경복궁 근처에 문화예술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 또다시 친구에게 서촌을 방문했고 언제와도 편안하고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서촌의 경복궁을 따라 걷기도 하고 전통시장, 특색 있는 카페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작은 서점과 소품을 구경하는 것 또한 재밌었다.

 

그다음에는 혼자서 윤동주문학관을 방문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이었는데 날이 제법 따뜻해서 걷기에도 좋을 날씨였다. 윤동주문학관은 청운 수도 가압장을 개조하여 만들어졌다. 시인 윤동주의 작품과 개조된 수도 가압장의 문학관의 모습이 새로운 분위기를 나타냈다. 왠지 완연한 봄이 되기 전 약간은 쓸쓸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공간이 작품과 잘 어울렸다.

 

*

 

해보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따라 걷다 보니 액자 속에 있는 작품처럼 내가 서 있는 공간이 하나의 프레임을 만들었다. 생각이 꼬리를 물어 여행을 가거나 음악을 듣거나, 작품을 보거나, 공연을 보러 갔을 때 그 공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곳에 갔을 때 이 공간을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는지, 내가 왜 이 공간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이 공간에는 어떤 사람이 다녀갔는지 등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들을 하게 된다.

 

공간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1.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 2.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범위 3. 영역이나 세계를 이르는 말이라는 여러 가지 뜻이 있다. 공간의 의미를 나타낼 수 있는 무수히 많은 표현이 있겠지만 문화예술 속 공간은 문화예술 활동으로 빈 공간을 채우기도 하고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는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혼자서 그 공간을 채우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나누고 비우고 다시 채우기도 하는 그런 공간으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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