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글 입력 2020.10.20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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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에서조차 우리에겐 선택의 자유가 있다."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생사의 엇갈림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파헤치고, 인간 존엄성 승리를 보여 준 정신의학자 프랭클 박사의 자전적인 체험 수기이다.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의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책이다.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조차 인간은 ‘정신적 자유’와 ‘자기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철저하게, 그리고 필연적으로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 존재이지만,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통해 인간은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도 정신적 독립과 영적인 자유의 자취를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벌거벗은 수감자들의 영혼에 대한 실존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이 말처럼 강제 수용소에서조차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수 있고,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인간의 남은 내면의 자유, 즉 사람이 자기 운명과 그에 따르는 시련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삶의 가치를 실현할 기회를 주느냐 마느냐하는 선택의 자유는 결코 아무도 빼앗을 수 없다는 사실이 여전히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더불어 고통까지 포함된 삶의 의미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 계기였다. 실은 이러한 사실이 너무 비현실적이고 실제 삶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되지만, 프랭클 박사는 아우슈비츠수용소에서의 적나라한 체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실존’을 결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공포의 제재 속에서 어떤 특정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궁극적인 특성을 발견하는데, 인간에 내재된 선과 악도 선택의 자유이고, 각 개인의 삶에서 구체적인 의미를 찾아내려는 노력, 즉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 그리고 현실과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선택의 자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이 사실에서 나는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선택의 길로에 들어선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또한 삶이란 게 인간의 ‘선택’으로 점철된 표상일 수 있겠다 싶었다.

 

누구나 처음엔 다 힘들고 괴로운 현실을 부정하고 비관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인간에게 내재된 선과 악이란 양극적 본성에 대한 선택이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정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저자는 자신의 아우슈비츠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이 책은 인간의 정신을 가장 근원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철학이란 끊임없이 사고하는 영역인지라 이 책을 읽는 내내 비슷한 뉘앙스를 가진 단어들의 반복으로 인해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있어 어떠한 구체적인 개념을 다시 내거화해서 설명하긴 어려웠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긴 순간 나는 인간은 어둑한 심해에 갇혀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질긴 생존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렇게 인간은 삶의 의미를 깨달을 때에야 비로소 어느 누구도 절대 빼앗아갈 수 없는 선택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삶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고, 때에 따라 다를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정의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삶’이란 막연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좌절의 시간 속에서 구원해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의 비극을 승리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스스로의 선택. 이 선택이 우리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단 생각에 두려움마저 느꼈다.

 

프랭클 박사는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이 물론 마음의 긴장을 불러 일으키지만 그 상태에 있을 때 오히려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말하는데, 이 긴장은 현재의 나와 앞으로 되어야 할 나 사이에 놓여 있는 간극의 긴장이 아닐까. 그가 말하는 일회적인 삶에서 인간이 지닌 선택의 자유는 지극히 본능적이고 위험을 감수해야할 만큼 도전적인 것이지만, 동시에 미래지향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요즘 '멘토', '힐링', '테라피' 등으로 시작되고 끝나는 단어들이 넘쳐난다. 각종 치유의 담론이 범람하는 시대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심리적,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나 아픔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에 정통으로 맞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면 그 누구도 결코 빼앗아갈 수 없는 '영혼의 자산'은 나를 치유의 길로 인도할 것이다.

 


[윤태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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