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하고 싶은 말은 많고, 쓰는 글은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 짧게 잘 쓰는 법

글 입력 2020.10.2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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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나는, 종종 박찬호선수의 별명처럼 '투머치토커'로 불리곤 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으니, 쓰고 싶은 글도, 일기 거리도 넘쳐났다. 어쩔땐 일기장의 하루 칸이 모자라 내일, 내일모레 칸으로 넘어가기 일쑤였다. 오직 나를 위해서만 쓰는 글이었기에 대수롭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 글을 온전히 나만 보는 곳이 아닌 타인과 함께 하는 공간에 올리는 순간부터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내 글쓰기 실력에 대해 의심부터 했다. 그냥 좋아서 무작정 시작했던 내 글은 분명 허점투성이일 것이라고. 그러다보니 좋아서 시작했던 글쓰기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학교에서 배우고 도서관에서 읽던 글 처럼 멋드러지는 글을 쓸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글쓰기를 구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사실 날 때부터 그런 사람일 것이다.


이 곳,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올리며 글에 대해 고민하는 나날들 덕분에 위와 같은 생각들은 한층 줄어들었다. 글쓰는 것 또한 실력이며, 그 말인 즉슨 연습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가끔 글쓰기에 대한 편견이 (부정하곤 하지만) 내 가치관을 종종 흩트린다.

 

글쓰기의 본질은 무엇인지, 나는 왜 글을 쓰고자 하는지. 글을 쓰는 과정 동안은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고 괴롭다가도 막상 글 하나를 다 쓰면 알 수 없는 -성취감으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묘한 기쁨은 어디에서 오는 건지.

 

그러한 고민들로 인해 자주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찾아 읽는다. 이번 도서 <짧게 잘 쓰는 법>은 나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했다.

 

책을 읽고 난 후 가장 먼저 나 스스로를 반성하게끔 혹은 공감하게끔 했던 문구에 표시를 해두었다.

 


작가로서 마주하는 가장 해롭고 방해되는 관념들은 전부 '흐름'이라는 관념과 관련이 있습니다.

'천재'

'진정성'

'영감'도요.

이런 말들은 믿지 마세요.

이들은 각광받아왔지만 실제로는 근거 없는 믿음에 불과합니다.

 

- p.106-107

 

 

다소 찔리는(?) 말이었다. 아직까지도 내가 글을 쓸때면 이렇게 실체없이 존재하는 잡념에 사로잡히고 있었으니까.

 

왜 나는, 그리고 다수의 사람들은 천재성, 영감 이런 단어들에 열광함과 동시에 맹목적으로 각광할까. 나와 그들의 무의식 어딘가에는 '영원히 가지지 못할 것들'이라는 막연한 믿음과 동경이 깔려 있어 그런걸까.

 

동시에 위로가 되었던 몇 마디는 바로 다음에 위치한다.

 


'영감'은 여러분을 키보드 앞까지 데려올 테고

그 순간 여러분을 남겨놓고 떠날 겁니다.

영감은 생각의 신속한 전환,

갑작스러운 깨달음과 연관된 것입니다.

그 대부분은 쉼없는 사고의 과정을 통해

정성스럽게 마련됩니다.

영감은 문장을 만드는 꾸준한 노력과는 아무 연관도 없습니다.

 

- p.107

 

 

그렇다. 영감은 정말 불현듯 찾아온다. 그렇지만 그 불현듯 찾아온 기회를 잡아 나만의 언어로 요리해내는 과정에는 온전히 내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글쓰기는 객관식처럼 채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고, 수치적으로 결과를 따지고 들 수도 없는 무언가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착각할만도 하다. 그렇지만 그럴 때마다 착각에 흔들리지 말자. 위와 같은 말들과 얼마나 훌륭한 작가들이 힘들게 글을 쓰는지 떠올리다 보면 나를 흔들던 무언가는 금새 증발해버릴 것이다.

 

나의 글쓰기 실력에 대해 고민하다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초반 의도와는 달리, 자아와 자존감,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나는 무엇을 가치있게 생각하는 사람인가 로 꼬리를 물며 생각이 깊어질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예상치도 못하게 나름 철학적인 고민을 하게 도와준 도서가 되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에 고민이 많은 사람들은 이 책을 읽다 여러 근원적인 생각을 마주할지도 모르겠다.

 

짧게 잘 쓰는 법_도서_평면표지.jpg

 

지은이: 벌린 클링켄보그(Verlyn Klinkenborg)


<뉴욕타임스>편집위원. 뉴욕주 북부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 관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모아 『전원생활The Rural Life』과 『단순하지만 충만한, 나의 전원생활More Scenes from the Rural Life』을 출간했다. 그 외 지은 책으로 『건초 만들기Making Hay』 『마지막 좋은 때The Last Fine Time』 『티모시; 가련한 거북이에 관한 기록Timothy; or, Notes of an Abject Reptile』 등이 있다.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아영 press 명함.jpg

 


[이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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