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미술관의 숨은 능력자, 그들의 이야기 - 큐레이터는 무엇이 필요한가 [도서]

글 입력 2020.10.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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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표지_웹용.jpg

 

 

공공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연구 및 전시를 기획하는 학예사인 큐레이터(Curator). 전문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예술적 해석을 시도하는 매개자이자, 최근 2030 젊은 층이 선호하는 인기 직종 중 하나다. 나 역시도 큐레이터를 희망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이 분야에 관해 공부하고 알아가다 보면, 만능 엔터테이너여야만 할 정도로 여러 면에서 능통해야 하기에 꽤 고단한 직종임은 분명하다고 매번 생각한다.

 

그러나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안에서의 큐레이터는 언제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춘 인물로서 등장한다. 2019년 방영된 드라마, '그녀의 사생활'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전문적이고 갖추어진 모습도 있지만, 그러한 겉모습은 이면에 자리한 큐레이터의 수많은 고뇌까지는 담아내지 못한다.

 

저자가 말했듯, 그들은 '동시대 대중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인간의 삶과 맞닿아 있는 과제를 항상 품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생생한 미술 현장을 아직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현장과 이론의 경계선을 맴도는 입장에 있으면서도 큐레이터의 실제적인 고민을 일부분 헤아릴 순 있었다. 더 나아가 <큐레이터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통해 그런 헤아림을 더 깊숙한 방향으로 시각화할 기회를 건네받았다.

 

'아름다운 역할을 위한, 균형'이라는 명제를 단 제1전시실에서 <안녕하세요! 조선천재화가님> 전시의 총감독 노트를 다룬 제4전시실까지, '먼저 생각하는 사람' 프로메테우스와 같은 동시대의 큐레이터를 다각도로 만나볼 수 있는 다채로운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다.

  

 

큐레이터는 책 속의 이상적 모습이 아닌, 동시대 대중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희로애락이 담긴 자신의 삶과 감정적 경험을 통해 관람자들에게 정신 순화, 영혼의 회복 같은 '정신을 위한' 전시가 필요함을 알게 된다.

 

결코 미술적 우아함만으로 전시를 기획하는 것은 아니다. 동시대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치열한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의 날실, 그 사이로 큐레이터의 정서적, 조형적, 이지적 토대의 씨실이 교차하여 직조될 때 비로소 일반 대중에게 삶의 힘이 되는 전시가 만들어진다.

 

<글을 열며> 중에서

 

 

 

제1전시실 : 아름다운 역할을 위한,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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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라파고스 섬과 동시대 전시장

 

한국의 수많은 전시장과 관람객 간의 정서적 거리, 즉 동시대 전시는 대중 관람객의 욕구와 감성을 배제한 '불편한 반응'을 끌어낸다. 현대미술 작가들의 진지한 실험적 행위는 일반 대중들로 하여금 난해하고 어려운 것이란 인식을 심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동시대 시각예술의 최전선에 있는 큐레이터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물음에 저자는 대중과 전시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몇 가지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예술과 만날 때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감각들을 총동원하는 관람객들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성, 지식, 개념적 근육들을 있는 힘껏 작동시키는 데 있어 상당한 에너지의 소모가 따른다. 그런데도 그들은 독특한 상상력과 창의력, 직관적인 만족을 건네주는 예술을 동경하기에 모든 걸 이겨낸 채 전시장에 방문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치유하며 위로와 쉼을 얻고자 한다.

 

하지만 정작 예술 전시는 위로가 아닌 '개념적인 실험'을 하려 든다. 물론 미술적 행위가 무조건적인 테라피를 행해야만 한다는 의무는 없다. 그렇더라도 시각적 소통이라는 예술의 숙명은 거부할 수 없기에, 더이상 동시대 전시장은 갈라파고스 섬과 같은 고립된 생태계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현상을 고려했을 때, 큐레이터의 역할은 분명해진다. 그들만의 표준이 아닌, 전시장 밖에 있는 대중의 현실을 섬세하게 짚어 공공재적인 사회적 공감과 치유를 불러오는 것이다. 그래야만 지속 가능한 큐레이터의 자질이 사회 전반에 순환됨으로써 유익한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다. 정신적 가치를 제공해주는 그들의 역할처럼, 대중 역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를 선사해주려는 전시를 가까이했으면 한다.

 

 

 

제2전시실 : 창의적 관계의 생명력,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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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노프테스의 문외한, 대중의 재발견

 

제2전시실에서는 미술에 대해 스스로 문외한이라 칭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몰입의 자세를 보이는 21세기 대중의 재발견을 이야기한다. 매우 분주해 보이는 동시대 대중의 감각은 '파노프테스의 아르고스'를 떠오르게 한다. 첨단 디지털 기기와 그것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정보량에 노출된 대중은 자신도 모르게 많은 눈을 갖게 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미술계에 보내는 경의의 눈길은 전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이러한 활기를 느낄 수 있었던 전시의 사례가 있다.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영국의 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회고전에는 수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4달 만에 30만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고, 전시장 안에서도 인파로 인해 대표작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현대미술 블록버스터 전시가 흥행해 성공한 첫 사례였다. 대중들은 자발적인 관심과 호응으로 전시장을 물들였고, 아트숍에서 판매한 호크니의 작품으로 디자인된 포스터와 노트 등은 한참 줄을 선 뒤 구매할 수 있었다. 전무후무한 현상이었다.

 

호크니 특유의 예술적 시선이 색감과 형태들로 드러나고, 그것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와 신선한 작용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더 나아가 취향에 확실히 반응하는 관람객들의 예술적 감각은 더는 문외한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나타내준 현상이기도 했다. 21세기의 통찰력 있는 동시대 관람객들이 지닌 어마어마한 힘이 예술계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듯 파노프테스적 문외한인 대중의 재발견은 동시대 흐름에 노출된 대중의 감각과 욕구를 충족할만한 큐레이터의 역량을 예고한다.

 

한편, 지방 미술관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중앙에 위치한 미술 기관보다는 예산과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지만, 작은 네트워크에서도 의미 있는 전시기획이 여러 차례 이루어지고 있다. 나 역시 지방에 거주하고 있기에 지역 미술관을 자주 가곤 한다. 앞서 저자가 말한 '위로와 소통의 전시'가 그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관심을 두고 찾아오는 방문객 수가 적어 아쉬운 감정이 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혈관 역할을 하는 지역 미술관의 네트워크에도 더욱 활성화된 예술의 물결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3전시실 : 본다는 것에 대한 전시적 주석,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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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키펜베르거,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

 

 

당신의 예술 감각을 점검하세요

 

제3전시실에선 독일의 청소부들이 치워 버린 현대미술 훼손 사건을 통해 난해한 현대미술에 대한 관람객의 불편함,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해석적 전시를 다룬다. 미국의 철학자 겸 예술비평가 아서 단토는 저서 <예술의 종말 그 후>를 통해 도무지 단번에 파악되지 않는 오브제를 한두 번 대면했던 게 아니라고 토로했다. 저명한 미술 평론가 역시 파악되지 않는 오브제인데, 일반 관람객의 심정은 어떠하랴. 이것이 현대미술이 지닌 '본다는 것'에 대한 난점이다.

 

2011년, 독일의 오스발트미술관에서 일하는 한 청소부는 현대미술의 거장이라 불리는 마르틴 키펜베르거의 작품을 최선을 다해 청소했다. 이 작품에는 나무판으로 세워진 탑형 구조와 물받이가 놓여 있는데, 작가는 물받이 밑바닥에 물방울에 의해 변색된 자국을 표현하려 갈색 페인트를 칠했다. 하지만 전시실 청소를 담당했던 청소부는 이를 지워야 할 얼룩으로 생각하고, 갈색 페인트를 말끔히 지워버린 것이다.

 

이처럼 12억에 달하는 예술작품이 청소부에게는 단지 청소해야 할 대상에 불과해 보인 것이다. 이 사건은 난해한 개념미술이 아닌 더불어 완성되는 '인문예술학적 스토리텔링'의 필요성을 경험하게 해준다. 동시대 미술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진행 형식이 강구되는 것이다. "예술 감각을 경험하세요"라는 말은 창작의 행위를 하는 작가들과 전시기획자들이 곱씹어 볼 말이다. 더하여 창작의 주체가 인간만은 아닌 시대에 큐레이터와 작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임무는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시점이 도래하였다.

 

 

한편에선 인공로봇이 피카소와 고흐의 붓질을 모방해내고 있고 한편에선 인공로봇이 그린 추상화가 팔리고 있다. 화가가 그린 그림과 인공로봇이 그린 그림을 큐레이터가 구별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인공로봇이 그린 그림들로만 전시를 기획할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겠다. '호모 디지쿠스 관람객이 원하는 솔루션까지' 제공해야 하는 시대의 도래, 우리 큐레이터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 p.116 '제4차 산업혁명 사물인터넷 시대의 전시생태계' 중에서

 

 

 

제4전시실 : <안녕하세요 조선천재화가님> 전시총감독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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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진심 어린 고백

 

마지막으로, 제4전시실에서는 저자의 기획력이 빛나는 <안녕하세요! 조선천재화가님> 전시를 다룬다. 전시총감독 노트에 담긴 진행 과정과 각 전시실에 구현된 기획 의도, 공간 연출, 비하인드 스토리와 관람객 반응까지, 디테일한 전시 기획과 과정의 모든 것을 따라가 볼 수 있었다.

 

다른 미술 분야에 비교해 소외된 우리 옛 그림과 청소년 교육 커리큘럼에서 소외된 우리 역사 교육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출발한 본 전시. 그런 취지에 맞게 옛 그림만의 지적 유희와 감정적 치유의 힘을 선보이려 했던 책의 저자이자 본 전시의 기획자였던 이일수 전시총감독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더하여 전시기획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점을 '매 순간 흔들림으로부터 균형 잡기'라 말한 그의 진심이 아이러니하게도 내게 왠지 모를 따스함으로 다가왔다. 하고 싶은 전시가 아닌,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이로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만 하는 큐레이터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현장에 투입되기 전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 생생한 기획자의 대화를 귀 기울여 듣는 느낌이었기에 네 번째 챕터는 멘토가 들려주는 비밀스러운 지침서 같았다.

 

 

 

큐레이터는 무엇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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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의 하나부터 열까지

 

큐레이터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묻는다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을 듯하다. 미술계의 동향을 살펴본다면 인문학부터 자연과학, 심지어는 동식물에 대한 부분까지도 속속히 예술과 연결해가고 있는 사람이 큐레이터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의 부제처럼, 그들은 '예술과 사람을 잇는 매개자'로서의 본분을 다한다. 왜 문화예술을 향유해야 하며 미술이 단지 고급스러운 것의 산물이 아닌 모든 이들의 향유 매체임을 깨닫게 해주는 통찰자이기도 하다. 하나의 전시가 개최되기까지의 고민과 고찰과 고뇌. '메시지가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과 그런 복잡함이 섞여 비로소 가치 있는 전시가 탄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사회를 다각도로 바라보고 변화시키길 원하는 선구자다.

 

하지만 아직도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전시기획에 대한 정당한 페이지급 대신 비자발적인 '재능 기부' 형식을 요구하는 미술 현장의 처우나 의식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누구 한 명이 선뜻 나서 문제를 해결할 만큼의 선구자가 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반드시 해결되어야만 하는 문제는 무수하지만, 그중 하나가 큐레이터의 처우 개선에 관한 사안이라 생각한다. 능력 있는 현직자의 호소로 인해 이 분야를 꿈꾸는 예비 기획자들마저 경험해보기도 전에 걱정하고 우려를 먼저 일삼는다. 나 역시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런 걱정을 또다시 행할 것이라 짐작한다. 그런 상황에서 <큐레이터는 무엇이 필요한가> 도서의 출간은 예비 기획자 및 현직자에게 현실과 희망을 선물하지 않았나 싶다. 진로나 직업이 기획 분야와 맞닿아있지 않더라도, 큐레이터와 관객들이 갑작스레 맞닥뜨린 동시대의 흐름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기에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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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레이터는 무엇이 필요한가

- 예술과 사람을 잇는 큐레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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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미술 현장에서

지속 가능한 전시기획의 방법을 이야기하다!

 

*

 

지은이 : 이일수

 

출판사 : 애플북스

 

쪽 수 : 292쪽

 

판형 : 150*215mm

 

발행일

2020년 10월 5일

 

정가 : 16,000원

 

분야

예술/대중문화 일반

 

ISBN : 979-11-90147-32-3(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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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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