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의 어원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언어학적 사랑
글 입력 2020.10.14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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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난 나의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영화 역사에서 ‘사랑’이란 주제는 아주 흔한 테마다. 그 역사가 오래된 만큼 많은 영화에서 이 주제를 다뤘고 또 매우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그려왔다.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은 언어의 형태로, 그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 동일성을 이루는 방식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극 중의 주인공 올리버의 직업이 언어학자라는 건 중요한 부분이다. 영화 초반, 올리버는 펄먼 교수와 함께 살구(apricot)란 이름의 어원을 두고 열띤 논쟁을 벌인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단어들의 기원을 올라가 보면 공통되는 하나의 단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살구의 경우는, 조숙하다는 의미의 라틴어 ‘precoquere’가 기원이 되어 여러 과정을 거쳐 지금의 ‘apricot’에 이른다. 어원이 되는 단어들은 살구(apricot) 외에도 수많은 형태의 다른 단어들을 형성하였다. 아무튼 모든 단어들을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엔 기원이 된, 공통의 단어 하나가 존재하는 것이다.


올리버와 엘리오의 사랑은 어원을 따라 올라간 단 하나의 ‘동질성’에 의한 끌림이었다. 유태인임을 숨기고 사는 엘리오에게, 올리버의 목에서 당당히 빛나고 있는 유태인 목걸이는 큰 인상으로 다가왔다. 엘리오의 방을 올리버가 쓰게 되고, 서로의 방을 공유하는 설정도 같은 맥락으로 이어진다.

 

그런 두 사람이 자신의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순간 사랑은 완전한 합치를 이루게 된다. “Call me by your name, and I will call you by mine.” 이 대사가 흘러나왔을 때가 영화에서 가장 로맨틱한 순간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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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언어’는 이 작품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뿐만 아니라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기도 한다. "later!" ‘see you later’이라는 짧은 인사도 압축해서 말하는 올리버가 즐겨 쓰는 말이자, 감정을 응축시켜 다 표현하지 않는 그의 수줍음이 잘 나타나는 말이기도 하다.


반면 음악을 하는 엘리오는 함축되고 추상적인 것들을 여러 개의 음표로 분명하게 잡아두는 사람이다. 그래서 터질 것 같은 감정들을 결국 쏟아낸 것도, 사랑의 에너지를 폭발시키게끔 한 것 모두 엘리오였다. 서로 상반된 두 가지 특성이 만나 아름다운 선율로, 사랑의 멜로디로 화합을 이룬다는 점이 이 영화가 가진 아름다운 부분들 중 하나다.


사실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은 이외에도 할 말이 아주 많은 영화다. 배우들의 조각 같은 외모와 그에 어울리는 훌륭한 연기, 젊은 날의 ‘빛’을 활용한 연출과 세밀한 각본..

 

하지만 이 영화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한 데엔 더 큰 이유가 있는 듯하다.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은 세세하게 분석하기보다는 햇빛에 몸을 맡기듯 있는 그대로를 만끽하는 작품이다.


어디선가 복숭아 향이 풍겨오는 이탈리아 마을에서 한여름의 태양빛을 받으며 첫사랑의 타오르는 감정을 느끼고 체험하는 영화.. 그럼에도 굳이 사족처럼 앞서 말한 세세한 디테일을 풀어쓴 이유는, 이 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한 가지를 또 덧붙이고 싶은 애정 때문이었으리라.

 

겨울이 다가오지만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은 언제든 나를 이탈리아의 여름으로 데려간다. 그곳에선 엘리오가 복숭아를 베어 물곤 올리버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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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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