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도란도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티타임

무슨 이야기했냐면요,
글 입력 2020.10.1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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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서 처음 하는 오프라인 모임이 꽤 신났던 것 같다. 서로의 글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재밌는데… 만나서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기대가 되어서. 에디터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궁금한 질문을 몇 가지 적어보고, 내 글에서 파생된 질문 몇 가지도 받았다. 1. 예술과 운동을 위해 직접 움직이고 실천하게 하는 원동력, 2. 내가 생각하는 권력, 3. ‘대도시의 비인간성을 비난하면서도 대도시가 주는 향락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한다’는 문장에 대한 생각. 어려운데 재밌고, 재밌는데 어려운 질문들…

 

 

 

1. 예술과 운동을 하는 원동력


 

"사랑"인 것 같아요. 너무 낭만적인 대답인가 싶기도 한데요. 우선은 제가 예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목표나 결과물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예술을 하는 순간에는 과정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 좋습니다. 행위를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시간들에서 일종의 해방감을 느낍니다. 계속해서 예술 하고 싶고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같이 있고 싶은 마음 자체가 예술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운동은 공동체를 향한 사랑, 공동체 내 친구들을 향한 사랑, 그리고 나 자신을 향한 사랑이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이것을 너무 사랑하기에 이대로 망해가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 없는 마음인 것이다’라는 책 문장을 친구가 알려줬는데요, 이 문장이 무엇보다 제가 운동하는 이유를 잘 설명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 내가 생각하는 ‘권력’


 

네이버에서 권력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습니다.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 특히 국가나 정부가 국민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강제력'이라고 하네요. 이 의미를 보니 권력이 되게 무서운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지식백과를 보면 '조직 내의 구성원을 복종시키거나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라고 나와있네요.

 

권력하니까 또 생각나는 단어가 ‘정치’인데요. 소위 ‘정치판에 들어간다’고 하면 권력을 가지게 되는 것을 떠올리는 같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국민들을 대표한다, 대신한다고 약속받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다른 의견들을 묵살하거나 깔아서 복종시키거나 멋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 그것이 권력을 가진 자의 입장에서는 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갈등 해결은 피곤하니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듣는 척만 하고, 내가 가진 욕망이나 욕구를 그대로 끌고 추진시키기를 고집하면 일이 차근차근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위에서 아래로 내리기만 하면 되니까.

 

그런데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 인상 깊은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공공 영역의 구성은 위에서 아래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 공공 영역은 이미 그 자체가 정치 과정에 해당된다. 일정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절대적 공간이 아니라 긴장과 갈등 그리고 경쟁과 타협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다.” 『공공성 PUBLIC 공공성에 대한 다양한 접근』 김세훈 등 공저, 미메시스

 

그러니까 이 책에서 제가 이해한 바로는, 지금 우리의 머리에 떠오르는 권력과 정치의 이미지는 오염된 것이라는 건데요. 정치는 곧 ‘공공 영역’이고 이 ‘공공 영역은 아래에서 위로, 살아 움직이는 일상 속에서 위로 향하는 그 자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문제와 감각들에 대한 토론, 자유로운 의사소통 자체가 ‘정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위에서 아래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것이죠.

 

지금의 오염된 정치에서 말하는 것이 위에서 아래로의 방식, 즉 권력이라고 했을 때, 본디의 정치와 권력의 의미를 제 나름대로 상상해봤습니다. 정치는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그 역동성이며 그것은 곧 정치적인 힘을 가지게 되는 것과 같은 의미인 것 같습니다. 오염되지 않은 권력이 곧 ‘정치적인 힘’인 것 아닐까 생각했어요. 정치적인 힘은 우리 삶에서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이며 단단해지는 것이고 이것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 결국 우리 공동체의 일상생활의 변화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권력이 무엇이냐, 하는 정의만큼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로 논의되는 것 같아요. 권력이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맥락에서 쓰인다면 누군가에게 갑인 이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을이 되는 레퍼토리가 반복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지금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이것을 어떻게 적용시켜나가야 할지 하는 고민도 따라오네요. 사실 권력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어떤 방향성의 질문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인가 하는 생각도 정리되지 않았어요. 그냥 ‘권력’에 따라 떠오르는 것들을 두서없이 써봤습니다.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떤가요?

 

 


3. 대도시의 비인간성에 치를 떨면서도 이곳에 머무르는


 

저도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거주했던 시간은 대략 1년 남짓이었던 것 같아요. 그토록 원했던 서울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는 질문의 표현처럼 ‘대도시가 주는 향락’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그곳에 적응하기 시작하자 ‘대도시의 비인간성’도 향락만큼이나 더욱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레이디 버드>의 크리스틴처럼 대도시에 도착하자 비로소 제가 살아왔던 “섀크라멘토”의 아름다움도 보이기 시작했고요.

 

질문에 대한 제 답변부터 말하자면, 저는 뉴욕에서의 “화려한 삶”을 버리고 섀크라멘토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렇게 단정적인 어조로 말하기는 해도 상황의 맥락에 따라 또 다른 선택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화려한 삶이라고 하는 것이, 다양한 것을 지칭하겠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개인이, 그리고 청년이 무언가를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인프라 그 자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해보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해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이를 실행해볼 수 있는 다양한 자원들이 있는 곳이 서울이라 생각해요.

 

저 스스로 서울을 화려한 삶이 있는 곳이라고 인식하는 이유는 바로 그 인프라 때문이었고, 그래서 서울에서 많은 공동체를 만나고 친구를 만들고 그리고 직접 공동체를 만들어보고 운영도 해보면서 그 삶에 푹 빠졌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것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하기가 어렵긴 해도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도 내 스스로가 ‘주체성’을 가지고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면 사람을 모으고 공동체를 만들 수 있잖아요. 물론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단순히 개인들이 소진되지 않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반이 더 탄탄해지기는 하겠지만요.

 

‘비인간성’이라고 하는 것은 공동체 감각들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말로도 들리는데요. 아무래도 체계나 규율을 따르는 것, 자본주의 논리가 더 강하게 작동하는 대도시에서는 이런 공동체 감각이 중요하지 않는 것으로 치부되기에 훨씬 더 ‘비인간적’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서울에서도 충분히 ‘좋은’ 커뮤니티들이 많이 있고 공동체 감각을 회복하려는 움직임들이 있기도 하고요. 저는 ‘내가 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는’, ‘우리의 다양성이 존중될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뉴욕이든 섀크라멘토든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어느 곳이든 그곳에서 ‘인간성’을 회복해나가려는 실천들을 친구들과 함께 해나갈 것 같아요.

 

 


4. 문장에 달린 책임


 

개인 질문 외에도 각자가 준비한 개인 질문과 근황, 공통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나와 글 사이의 거리는 어느 정도인가요?” 마지막 질문이 가장 어려웠다. 가까운 건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싶은가?”를 상상해본다. 딱 손 뻗으면 잡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 지금은 그 정도면 좋겠다. 요즘엔 글쓰기에 따라오는 부담이 싫어서 최대한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글감을 선택해서 주르륵 쏟아낸다.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문장이 튀어나오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글을 쓰면서 보람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요?”하는 질문은, 내가 요새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서, 글쓰기가 부담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듣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최근의 경험의 떠올려보면, 통하는 마음들이 나에게 큰 용기와 힘이 되었다. 글 재밌게 읽었다거나 글을 통해 다른 생각도 하게 됐다는 따뜻한 말들. 우리 이렇게 연결되었구나 싶어서.

 

그렇기에 글을 쓸 때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글을 쓸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나는 ‘문장에 달린 책임’을 떠올렸다. 글이라는 게 ‘쓸모’ 없어 보이기도 하지 않나. 배부르지도 않고. 그냥 흰색 위에 흘러가는 검은색? 그러면서도 글은 생각보다 아주 강력하다는 걸 느낀다. 내 한 문장이 누군가를 찌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 적어도 내가 스스로 쓴 글에 대한 책임은 지고 싶다. 내가 뱉은 문장에 책임을 질 수 없는걸 알면서도 맘대로 쏟아놓는 건 싫다. 사실 에디터 활동을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이지 않나 싶다. 글의 무게.


혼자 글 쓸 때보다 이렇게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더 즐겁기도 하다. 이야기의 흐름이 내가 예상했던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들을 돌아보게 된다. 내 속에 있는 그저 흐르고 있던 의식들을 붙잡아 문장으로 풀어내는 시간들. 거기에 서로의 생각이 덧붙여져서 더 단단하게 쌓여나간다.


 

 

[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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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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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몬
    • 장소현님의 질문에 대한 대답 하나하나 잘 읽어보았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아직 사랑을 말하고 그 이유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장소현님의 ‘사랑’이라는 대답과 그에 대한 이유에 대한 내용이 인상 깊었어요.무너지는 것을 볼 수 없어 기꺼이 움직이는 힘. 가만히 생각해보니 사랑이란 것은 그 어떤 논리적인 이유, 조건을 내건 이유보다도 무너지지 않을 원동력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권력에 대한 질문은 저 역시 인상 깊어서 생각해본 부분이었는데요, 언젠가 회사에 오래 있어서 조금 높은 자리에 있는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단지 더 오래 있고 높은 자리에 있다는 이유만로 일종의 권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당연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권력은 분명 강한 힘을 가진 무엇이다. 그러니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것이 가진 남다른 힘으로 다른 사람을 함께 이끌고 필요한 변화를 끌어내는 데에 그것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나도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아요. 저 역시 오랫동안 정치적인 내용이나 부정적인 이미지때문에 ‘권력’이라는 말을 멀리하곤 했는데, 지인의 말을 듣자니 권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장소현님의 글을 읽다 보니 나누어 보고 싶어 댓글로 남겨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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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삐까쯐
    • 2020.11.03 16: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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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몬안녕하세요, 레몬님 :) 생각 나누어주셔서 감사해요.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종종 생각을 해보곤 하는데요, 여전히 명확한 언어로 정리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제 주변 사람들과 맺고 있는 관계 중에 어느 하나 똑같은 관계가 없더라고요. 이 친구와는 이렇고, 저 친구와는 저렇고...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인데도요. 사랑이란 게 이렇게 다양한거구나를, 나 이 친구를 너무 사랑해! 라고 생각할 때마다 종종 느끼고 있어요.

      레몬님 글을 읽다보니 저도 '권력'에 대해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저도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비교적 높은(?) 직책을 담당하게 되었는데요. 그 직책이라는 이름에 부여되는 책임과 역할이 무겁더라고요.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갈망하는 권력일 수 있겠다 싶기도 했어요. 이것이 모두가 편안한 방식으로 작동하려면, 권한을 위임하는 것도 중요하겠더라고요. 내가 의사결정권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그것을 제멋대로 휘두르는 게 아니라, 권한을 나누고 책임을 나누고 자율성과 주체성을 모두가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단순히 관리자로 남지 않고, 리더로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게 바로 권력이란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고요. 레몬님의 글을 읽으면서 제 상황에도 적용을 해보니까, 권력을 더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아요. 재밌는 이야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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