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베토벤에서 찾는 이 시대의 해답: 2020 서울국제음악제 '버림받은 자의 구원'

글 입력 2020.10.09 20:3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20 SIMF 포스터(594X841) (최종).jpg

 

 

코로나가 뉴노멀이 되어가는 이 시국에, 이제 우리는 예전에 당연시하던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를 체감하며 살아가고 있다. 원하는 공연을 찾아보고 공연 당일에 콘서트홀을 찾아가 음악을 감상하고 나오던 그 일상은 이제 더이상 평범한 일상이라 할 수가 없다. 우리는 공연 당일 전까지, 혹시나 방역지침에 의해 공연이 취소되지는 않는지를 미리 체크해야 하고 공연 당일에는 공연장 앞에서 체온이 정상인지를 체크한 다음 QR전자명부를 작성해야 하며 공연장을 오가고 공연을 감상하는 모든 시간 동안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과거에 비해 공연을 감상하는 데 불편함이 따르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이 어려운 시국에 마스크를 끼고서라도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해야 한다. 코로나 상황이 극심했던 올 상반기에는 기대가 컸던 수많은 공연들이 속수무책으로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 하반기에는 또 하나의 기대되는 음악제가 객석을 기다리고 있다. 바로 2020년 서울국제음악제다. 항상 가을에, 음악 듣기 가장 좋은 계절에 진행했던 서울국제음악제가 이번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짧지만 굵고 알찬 무대들을 꾸밀 예정이다.


서울국제음악제는 2009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벌써 12회를 맞이하고 있다. 서울국제음악제는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다양한 레퍼토리들을 다뤄왔던 덕에 많은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기에 지금까지 음악제가 계속 이어져 올 수 있었다. 항상 그 해의 테마를 바탕으로 꾸며져왔던 서울국제음악제에 올해에도 역시 메인 테마가 있다. 올해의 테마는 '위대한 작곡가들'이다.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 만큼 베토벤을 중심 테마로하여 바로크와 낭만주의, 모더니즘과 현대를 망라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참석할 예정인 무대는 바로 이번 서울국제음악제의 네 번째 무대로 예정된 "버림받은 자의 구원"이다.


 



PROGRAM


멘디 멘지치(Mendi Mengjiqi) - 버림받은 이들(Forsaken for String Orchestra)(위촉초연)


베토벤(L.v. Beethoven) - 오페라 <피델리오(Fidelio)> 아리아 中 No. 6, 7, 9, 11


베토벤(L.v. Beethoven) - 교향곡 6번(Symphony No. 6. 'Pastorale')



 

 

최초에 "버림받은 자의 구원" 공연의 프로그램으로 예정되었던 것은 멘디 멘지치의 <버림받은 이들>과 베토벤의 <장엄미사> 두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프로그램이 수정되면서 장엄미사를 베토벤의 다른 작품들로 대체하였다. 이번 무대의 베토벤 작품 중 먼저 무대에 나서게 될 작품은 오페라 <피델리오>의 아리아들이다. 피델리오는 베토벤이 남긴 유일한 오페라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피델리오라는 작품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오페라 피델리오는 아무래도 오페라 세리아가 유행하기 이전의 작품이라 그런지, 역경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부부의 사랑이 결국에는 승리하는 해피엔딩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아리아 중에서 무대에서 연주될 아리아는 6번, 7번, 9번 그리고 11번이라고 한다. 악역 피차로가 낮은 바리톤 음역대로 부르는 "아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Ha! Welch’ ein Augenblick!), 주인공이자 플로레스탄의 부인인 레오노라가 청아한 소프라노 음역대로 부를 "더러운 인간! 어디를 급히 가는가? (Abscheulicher! Wo eilst du hin?)" 그리고 플로레스탄이 테너 음역으로 힘있게 부르게 될 "신이시여, 이곳은 어찌하여 이다지도 어두운가요(Gott! welch’ dunkel hier!)"까지 만나볼 수 있다.


아마도 이 무대는 소프라노 이명주, 테너 신동원 그리고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이 무대를 꾸미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장엄미사에 독창자로 나설 예정이었으나, 프로그램이 변경되었기 때문에 구성만 바꾸어 이들이 무대에 오를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현재 수원대학교 음악대학에 교수로 재직 중인 테너 신동원과 고신대학교 음악과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 중인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 그리고 다가오는 2020-21 시즌에 오페라 <나비부인>의 초초상 역으로 캐나다 데뷔를 앞둔 소프라노 이명주까지. 이 저명한 성악가들이 오페라 피델리오의 아름다운 아리아들을 맡아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해내는 사랑의 놀라운 힘을 객석에 생생히 전달해 줄 것이다.

 

 

소프라노_이명주.jpg

(소프라노 이명주)

 

 

이번 공연에서 연주될 또 하나의 베토벤 작품은 바로 베토벤 교향곡 6번이다. 베토벤 스스로가 붙인 표제인 '전원(Pastorale)'은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에게 이 작품이 어떤 분위기인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전원 풍경을 회화적으로 묘사하는 작품이 아니라 전원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관념을 환기시키는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제목만 가지고 단편적으로 이 작품을 바라보려는 착오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베토벤 교향곡 6번은 목가적인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1악장에서 보이는 평화로운 선율 그러나 단조로울 수도 있는 리듬의 반복은 자연이 얼마나 부드럽고 또 동시에 무한한지를 잘 추상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악장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시냇가'를 묘사하고, 3악장에서는 시골 농부들이 즐겁게 먹고 마시는 모습을 회화적으로 풀어낸다. 그러나 자연은 때로 세상을 뒤엎고 휘몰아치는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마치 4악장에서 드러나듯이 말이다. 4악장은 매우 짧지만 폭풍이 휘몰아치듯 난폭하고 격렬한 연주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다 한 때에 지나지 않는다. 강렬한 4악장이 지나고 나면, 다시금 폭풍이 지나가고 난 뒤의 자연의 안온함 그리고 그 자연의 아름다움이 5악장을 가득 채운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 외에는 여행조차 편히 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근교조차 가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보니 출퇴근길에 보는 남산 말고는 자연다운 자연을 만끽할 기회조차 별로 없었다. 이렇게 도심 생활로 지쳐버린 모든 관객들에게, 베토벤을 통해 SIMF 오케스트라가 전해줄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은 그 무엇보다 안온한 안식처가 될 것이다. 꼭 이 두 눈으로 쪽빛을 보고 이 두 손으로 차갑게 부서지는 파도를 어루만지며 이 코로 그 짭짤한 내음을 맡아야만 바다라는 자연을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버림받은 자의 구원" 무대에서의 피날레 곡인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을 감상하는 것은 곧 이미 우리가 아는 그 자연의 광활한 아름다움을, 베토벤의 작품 세계를 통해 관념적인 차원에서 만남으로써 심신의 휴식을 취하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관객들에게 아주 익숙한 이 작품은, 이번 서울국제음악제의 무대에서는 조금 색다르게 와 닿을지도 모른다. 이번 무대에서 SIMF 오케스트라는 베토벤이 초연했던 오케스트라 배치와 규모로 연주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고전 시대의 그 배치와 현재의 오케스트라 배치가 다르기 때문에 연주자들이 준비하기에는 까다로울 테지만, 무대를 찾을 관객들 입장에서는 익숙한 곡의 새로운 연주가 될 것이기에 기대감을 안고 무대를 기다려도 좋을 듯하다.

 

 

테너_신동원.png

(테너 신동원)

 

 

이번 "버림받은 자의 구원" 무대에서 기대되는 또 하나의 작품은 바로 멘디 멘지치의 <버림받은 이들(Forsaken for String Orchestra)>이다. 우선 멘디 멘지치라는 작곡가를 이번 무대 프로그램을 확인하며 처음으로 접했다. 그는 국적은 알바니아지만 코소보인이다. 코소보의 국가를 작곡하기도 한 그는 코소보의 수도인 쁘리쉬티나에서부터 음악 공부를 시작하였고, 1991년에 폴란드로 떠났다. 그리고 1996년부터 1999년까지 펜데레츠키를 사사하며 대학원 과정을 폴란드 크라코프에서 마쳤다. 그 후 폴란드에서 수많은 작품들을 발표하며 성공한 그는 본인의 고국인 코소보로 귀국한 뒤, 쁘리쉬티나(Prishtina) 대학교 음대 교수로서 후학들에게 작곡을 가르쳤다.


그런 그가 쓴 작품 버림받은 이들은 이번에 위촉초연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일지 너무나 기다려진다. 세르비아의 자치주였지만 2008년에 독립을 선언하면서 공화국이라 자칭한 코소보, 그러나 그 내부적으로는 작곡가 멘디 멘지치를 포함하여 다수를 이루는 알바니아계뿐만이 아니라 세르비아계, 무슬림, 몬테네그로계, 터키계, 크로아티아계, 집시 등 다양한 민족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코소보는 유고슬라비아 붕괴 이후부터 크고 작은 소요 사태들이 이어져온 곳이다. 비록 코소보의 평화를 위해 평화유지군이 주둔하고 UN이 각종 감시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도 이 곳은 평화보다는 긴장감이 서린 시간이 훨씬 길었던 곳이다. 폴란드에서 정착할 수 있었을 텐데도 성공가도를 뒤로 하고 자신의 뿌리로 돌아간 멘디 멘지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가 쓴 작품명이 Forsaken인 것을 보면, 그는 이 작품에 자신의 민족이 겪었던 아픔까지 모두 담아냈을 것이라는 유추를 해보게 된다. 독립국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국가로 인정받지 못한 코소보의 상황을, 그 모든 소요 사태들을 겪어나갔을 그로서는 버림받은 이들의 비통함과 간절함 그리고 구원을 향한 호소까지 모든 것들이 다 자신의 이야기나 다름없지 않았을까. 멘지치가 작곡한 Folk sonata나 Pashko Berisha for string orchestra를 들어보면, 더더욱 이번 서울국제음악제에 오를 버림받은 이들(Forsaken)이 궁금해진다.

 

 

베이스_사무엘윤.jpeg

(베이스 사무엘 윤)

 

 

이번 서울국제음악제는 코로나 시국에 개최되는 음악제이기에, 11회동안 있었던 여러 무대들과는 또 다른 인상을 분명 관객들에게 남길 것이다. 늘 그랬듯이 뛰어난 연주자들과 비범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된 이번 서울국제음악제의 무대들은 마스크를 끼고서라도 보고 싶어질 만큼 기대되는 요소들이 많다. 특히 성악과 현악 그리고 관현악을 골고루 만날 수 있는, 이번 2020년 서울국제음악제의 네 번째 무대는 더더욱 기대감이 크다.


버림받은 자의 구원.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목숨을 잃기까지 하는 이 모든 상황은, 살아있는 모든 인류가 버림받은 자처럼 느끼게 만드는 극한의 시련이라 볼 수 있다. 그런 우리 모두에게 주어질 10월 30일의 그 구원의 순간을, 어찌 기다리지 않을 수 있을까.

 

 



2020년 10월 30일 (금)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


2020 서울국제음악제 '버림받은 자의 구원'


R석 70,000원 / S석 50,000원 / A석 30,000원

 

약 100분 (인터미션 20분)


입장연령 : 8세 이상(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주식회사 오푸스

 


 

 

[석미화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