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스타그래머블 '#전시'는 피드를 꾸미는 도구 [시각예술]

글 입력 2020.10.10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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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간한 2018 인터넷백서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은 지난 한 해 이용 시간이 큰 폭으로 증가한 SNS이다. 감성 SNS로 불리는 ‘인스타그램’의 사용 시간은 전년 대비 27%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인스타그램은 많은 신조어를 낳았다. 그 중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 able)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사진과 동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인스타그램에 ‘~할 수 있는(able)’이란 뜻을 합친 말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것’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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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추세는 전시와도 연관이 깊다. 우선 사람들이 전시를 관람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예를 들면 문화생활, 단순히 시간이 남아서, 보고 싶은 작품과 작가가 있어서, 데이트, 과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SNS에 올릴 사진의 배경(소위 ‘인생 샷’)의 유무가 가장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인스타그래머블을 위한 전시


 

 
CNBC의 미셀 카스틸로 기자는 “밀레니엄 세대에겐 SNS에 올릴 수 없다면 아무것도 일어난 게 아니다.”라고 했다. SNS의 등장은 기존 산업에 큰 영향을 끼쳤고, 전시도 마찬가지다. SNS에 올리기 위해 레스토랑에 가고, 여행을 가는 밀레니엄 세대에게 진귀한 것들로 가득 찬 전시장은 인생 샷을 확보하기 위한, 그들의 욕구를 채우기에 적당한 장소다. 전시가 가진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시각적 존재)’한 성격으로 인해 전시는 큰 기회를 맞이했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밀레니엄 세대들은 전시장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보다 사진을 찍는 행위에 관심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
 
이는 예술을 향한 진지한 교감을 원하는 기존의 관객과 다른 유형이다. 이들은 처음엔 소란스럽고, 촌스러운 관객으로 인식되었지만, 점점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늘어 하나의 핵심 집단이 됐다. 이 때문에 내부 촬영을 금지했던 전시장들도 촬영을 허락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변화는 이 정도에서 멈추지 않았다. 기존 전시장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한세상과 타협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진촬영을 목적으로 한 노골적인 ‘인스타용 전시’들이 기획되기에 이르렀다. 상업적 관점에서 결과는 대체로 성공적이다. 적어도 현재는 그렇다.
 
출처 : MICE 산업신문
 

 

 
내가 전시를 보는 이유

 

필자는 전시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1번 정도이다. 전시를 보러 가기로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번거롭다. 꼭 확인해야 할 것은 전시 주제, 위치, 개인적인 시간이다. 그런데 요즘은 한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홍보에서 포토존만을 부각하는 전시는 피하게 되었다. 왠지 내용이 없는 ‘사진촬영 용도’로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적어도 필자가 전시를 관람하는 이유는 미술관 즉 정적인 곳에서 여러모로 사고를 할 수 있는 게 때문이다. 또 일상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환경, 인권, 동물 등 다양한 주제들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한 작품을 보았을 때 A는 질감, B는 작품의 내용과 의미, C는 작품의 배치 등에 집중했고 덕분에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다
 
또한,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작품을 관람할 때 “과연 작가의 의도가 무엇일까?” 혹은 “어떤 환경에서 이 그림이 그려졌는지 미리 공부하고 가야 올바르게 알 수 있어.” 등의 생각은 필수가 아니다.
 
물론 작가의 일생을 알고 있다면 더 잘 이해할 순 있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배경을 모른다면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관람 중 자신이 어떠한 ‘느낌’, ‘생각’을 가졌다면 충분하다. 작품 관람에 있어서 느낌만큼 주관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것은 없다. 여기서 공허함을 느낀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고 부끄러울 필요도 없다. 이 모든 것을 옆 사람과 공유하는 그 과정까지가 전시 관람에 포함된다. 이것은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이렇듯 전시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욕구를 표현해내는 장이자, 편견을 부수는 망치가 되기도 한다.
 

  

 
미술관=포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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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존의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서일까, 오늘날 전시가 단순히 포토존으로 낙인이 되는 인식이 안타깝다. 물론 이는 무시할 수 없는 홍보방법이다. 미술관이라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다른 기관에서의 고객 유치로 이어질 수 있고 무엇보다 상업적인 성공적 사례를 무시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이 흐름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 홍보방법이 전시의 작품에까지 막대한 영향이 끼치는것이 우려스럽다.
 
전시가 SNS의 상업적 용도로만 휘둘리게 된다면, 관람객은 소비자가 된다.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전시의 목적(주제공유 및 물음, 소통과 사고의 확장)은 사라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기존 방식의 전시회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며 “새로운 전시 층이 생긴 것일 뿐 기존 영역이 사라진 건 아니다.”라고 한다.
 
하지만 사진이 지닐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며 여전히 뜨거운 주제인 ‘예술작품의 상업화’와는 다른 지점이 있다. 비주얼 전시에는 상업적으로 줄을 이루고 그에 비해 소위 기존방식의 전시들은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전시장은 하나의 브랜드화가 되어 ‘전시장의 상업화’가 이루어진다. 이것은 나아가 신진 예술인들의 작품활동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파급력을 지닐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예술작품보다 사진을 찍으러 가는 것에 편중되어있다면 이것을 과연 전시회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님, 작품보다는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사진을 공유하는 하나의 관람 트렌드가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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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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