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언택트 문화생활을 이제 쉬려고 한다 [문화 전반]

코로나 시대의 관객도 힘이 들긴 마찬가지다.
글 입력 2020.09.30 19:2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원고 사진 3.jpeg

 

 

원래는 세 개의 언택트 공연들을 직접 감상한 뒤, 무료 음악 공연에 대한 후기를 쓰려 했다. 코로나 시대에 뒤엎어진 문화생활 때문에 낙심할 필요 없다고. 이렇게 즐길 거리가 많아졌다고 늘어놓곤 낙관적인 문장을 덧붙이려 했다.


참여하려 했던 것은 현장 공연을 취소하고 유튜브 생중계로 돌린 한 힙합 페스티벌, 유명 해외 아티스트의 실시간 콘서트 그리고 지역에서 하는 온라인 클래식 축제였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코로나 시대의 문화생활에 지쳐 녹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뿔싸, 공연 두 개는 다이어리에 시간도 적었는데 까맣게 잊고 말았다. 약속이 오가지 않은 문화생활이었기에 기억도 쉽게 휘발됐다. 보통은 문화생활을 하기 위해 적게라도 돈이 오가거나, 초대를 받으면 메일이나 알람으로 약속 전 기억을 상기시켜주었는데, 언택트 공연은 약속하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약속의 힘을 체감했다.

 

 

원고사진1.png

 

 

놓친 언택트 힙합 페스티벌의 녹화 영상이라도 보려고 유튜브를 클릭했다. 영상이 흘러나오고 얼마 안 되어 처참한 음향 효과에 놀라 꺼버렸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과 있으면 괜히 친구나 애인이 더 떠올라 보고 싶어지듯이, 반사적으로 몇 년 전 갔던 힙합 페스티벌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그때도 음향이 엄청나게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대신 내 감상을 아우른 것은 큰 잔디밭을 울리는 노랫소리, 평화로운 날씨 그리고 북적이는 관객들과 아티스트들 등이었다. 이 모든 것 없이 홀로 열심히 외치는 래퍼들의 공연을 집에 혼자 동그라니 앉아 보고 있자니, 그들이 노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과거 회상에서 겨우 빠져나와, 최애 가수의 작년 페스티벌 촬영 영상이 눈에 띄어 클릭한 뒤 그제야 넋을 놓고 바라봤다. 무언가 화려하게 차려놓은 언택트 공연보다 작년 직캠 영상에 더 깊이 빠져버렸다. 살랑 부는 바람과 관객들의 소소한 함성, 그 관객들을 바라보면서 노래하는 가수의 표정이 행복해 보여 미소가 지어졌다.

 

 

원고 사진 2.jpg

 

 

클래식 페스티벌은 좀 다를 거라 생각했다. 시작도 전부터 열의가 느껴졌다. 랜선 관객으로 참여했는데 미리 참여자 단톡방도 만들어지고 공연을 보기 전 일련의 절차들이 있었다. 역시 작은 수고로움이 사전에 동반되면 컨텐츠를 누리는 보람이 커진다고 생각하고 기꺼이 참여했다.


그렇게 클래식계 사상 처음 ‘디지털 컨택트’ 관람객이 되었다. 실제 공연에 가듯 옷도 입고, 살짝 화장도 하고 바르게 앉아서 화면 프로그램을 켰다. 공연이 끝날 때마다 박수치는 내 모습이 연주자들 뒤 스크린에 보여 신기했다. 현란한 피아니스트의 손놀림을 음악 소리와 실시간으로 맞춰 보니 멋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공연 끝자락으로 향할수록 내가 박수치는 기계가 된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음향도 명백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갈수록 집중을 잃고 말았다. 설상가상 뜬금없는 두통까지 몰려와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기진맥진하여 프로그램을 껐다.

 

 

homeot.jpg

 

 

그렇게 언택트 공연을 보겠다는 나의 원대한 계획은 초라하게 끝을 맺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코로나 시국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문화생활을 자제해야겠다.’ 문화생활도 나와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계속하면 체한다. 끝나고 나니 알았다. 초코를 싫어하는 내가 느끼한 초코케이크를 두 판은 먹은 기분이라는 걸.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 내가 문화생활을 즐기던 모습은, 오글거리는 표현이지만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쐈다.’ 건축, 영화, 음악, 미술, 강연, 책 등등... 무료이거나 저렴한 양질의 문화생활을 쏙 쏙 찾아냈고 매우 흡족하게 누렸다. 떨리는 마음으로 신청한 문화생활에 선정되면 뿌듯함을 가득 안고 가서 나답지 않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고 왔다.


문화생활에 피로감이 생긴 것은 코로나가 퍼진 후부터다. 정확히는 마음대로 집에서 볼 수 있는 문화생활이 늘어난 뒤부터인 것 같다. 이제 나는 언제는 유튜브로 미술관에서 여는 강연을 볼 수 있고, 언제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디제잉을 들을 수 있고, 또 마음대로 가수의 언택트 콘서트 클립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 식의 문화생활 컨텐츠가 아주 많아졌다.


그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 ‘오늘이었나? 어떤 가수가 콘서트 형식으로 뭘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항상 뭔가를 놓치는 느낌이 들어 찝찝했다. 코로나 시대의 문화생활에서 정보는 오히려 독이 되었다. 첫째로 나와 맞는 문화생활을 골라내기가 힘들어졌고, 둘째는 그렇게 골라 본 문화생활에 실망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마지막 사진.jpg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문화예술계에서 다양한 방안을 타개하며 노력한다는 것을 안다. 돈을 많이 내고 유명 아이돌의 온라인 콘서트를 보면 완성도가 높을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나의 이러한 의견이 불편하고 철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로운 관점을 꾀했다며 자화자찬하고 홍보하기보단, 좀 더 근본적인 것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코로나 시대의 관객으로서 나도 깨달은 것이 있다. 내가 원하는 건, 신박한 관람 방식도, 화려하기만 한 무대도 아닌 내 취향에 맞는 질 좋은 문화생활이라는 것을.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없어지는 날이 과연 올까, 아직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언택트 문화생활을 이제 쉬어가려고 한다. 당분간은 스포티파이에서 큐레이션 해주는 내 취향의 노래를 스피커로 실컷 듣고, 읽고 싶은 책을 많이 읽고 좋아하는 웹툰을 자주 봐야겠다. 미술관도 가끔 직접 가고 말이다.

 

 



[곽예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87075
 
 
 
 

등록번호 : 경기, 아52475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기사배열책임자 : 박형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Copyright ⓒ 2013-2020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