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기술과 공존하기 - ② 연구방향성과 대상의 재정비

단어 '산업혁명'의 소멸을 가져올 발전 속도에 따라
글 입력 2020.10.0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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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나는 글짓기나 사생대회 중 선택을 하라고 하면 그림을 그리는 쪽이었다. 특히 과학상상화에서는 투명한 반구의 물체로 보호된 인공물체 안에서 공중을 날아다니는 자동차, 사람없이 레일 위를 달리는 자동차가 필수 요소였다. 그 모습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현재 위치를 보면 구글 웨이모, 포드, GM, 벤츠 등은 레벨4 연구에 돌입했고,  아마존은 배달 로봇 <스카우트(scout)>를 상용화 한 데에 이어 스타트업 회사 <죽스(zoox)>를 인수해 자율주행 배달 서비스를 꿈꾸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레벨3 자율주행차 안전기준을 시행한 다음으로, 지난 8월에 윤리지침 제정안을 마련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내년(2021년)이면 국산 레벨3 자율주행차를 선보일 것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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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황금빛 미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이 연일 사고로 보도됐다. 물론 아직 레벨2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자율주행이 아닌 보조적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자율주행”이라는 말이 주는 자유에 취해 영화를 보다가 순찰차를 들이 받고, 술 파티를 벌이는 등의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산업혁명의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의 초입에 우리는 자리하고 있다. 기술도입의 과도기라고 지칭하지만 앞으로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사라질 때가 올 것이다. ‘산업혁명’의 의미가 무색하게 매 아침마다 새로운 것들 만이 도래할 시기가 찾아올 것이다. 끝없을 달리기를 목전에 두고 연구방향성과 활용방향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기술은 아주 럭비공 같아서 목적성을 둔 시작이라고 해도 최종에는 어떤 것이 완성될 지 알 수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규모 뿐만 아니라 신발을 만드려던 것이 우주선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획자의 탓이 아닌 특히나 IT를 기반으로 한 기술들의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비 법안을 미리 구체적으로 설계하기가 힘든 노릇이다. 신기술이 어떤 것이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아주 근간의 법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차량의 사례에서 보이듯이 20여년 전에 즐겁게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몇가지의 단계를 가지고 있고, 기술적 결함이 훨씬 많은 상태에서 상용화가 시작된다. 상용화 이후 모니터링 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는 등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위협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기술 그 자체로는 안전하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나, 그것을 도구로 사용하는 블랙박스가 있다는 것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그 뿐 아니라, 저번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개발 시 기술활용주체로써 고려되어야 할 필수 대상들을 지정하여 소외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최근 COVID-19(이하 코로나)의 확산에 뉴스 채널 자체가 아닌 질병관리청 등의 기관에서 직접 수어통역사를 내세운 것이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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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마스크 개발자 Ashely Lawrence)

 

 

뒤이어 사태가 길어짐에 따라 청각장애인과도 문제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입모양이 보이는 투명 필터를 장착한 마스크가 판매되기 시작했고, 최근 식약처에서는 시각-청각장애인 마스크 개발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 버튼에 붙은 향균필터로 시각장애인이 버튼 구분이 어려워 엘리베이터 활용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있었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때마다 사소한 것부터 요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큰 에너지 소모가 없다. 기초에 리스트업을 해놓았거나, 해당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면 모두가 일을 여러 번 할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뉴스에서는 종일 갖은 종류의 소외에 대하여 떠들어대지만 해당 사례에 대해서의 한시적 대책일 뿐 추후에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갑자기 코로나 이야기가 왜 나왔느냐 한다면 모든 것의 기조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속도는 계속 빨라질 것이고, 그 말은 빠르게 누군가를 소외한다는 말이다. 도태될 것이고, 도태됐다는 이유로 또다시 배제 당할 것이다. 자동차가 개발된 지 150여년이 흘렀으나 대부분의 휠체어 이용자는 휠체어 전용 택시를 이용하지, 그들이 직접 운전할 수 있는 방법이 드물다. 그동안 비장애인은 자율주행자동차를 가지게 되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최종 완성본에는 그들이 고려되어 있는가? 아니면 또다시 200년을 기다려야 하는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참 좋은 기술임이 명백함에도 자동차란 비장애인에게 약간의 힘과 시간을 절약할 권리를 위한 사치품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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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News


 

LG에서는 시각, 청각, 중증지체장애인에 전용 홈 IoT 서비스 스마트홈 스피커를 공급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다. AI와 VUI가 결합된 스마트홈 기기는 스마트폰의 한계를 넘었으며, 어떤 방향으로 개발하는 지에 따라 사치품이 아닌 삶을 전반적으로 바꿔 놓을 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적 인터페이스를 대체하고, 청각적 인터페이스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나, 그 연구 사례가 극히 적다. 특히 수화도 국가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은 미래에는 각 지역사회 별 관심도가 시각장애인 거주지에 따라 삶의 질 차이를 현저하게 나타낼 것이다. 특히 획기적인 발명일수록 더 심할 것이다.


처음부터 출발선이 다른 이들은 같은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시간을 몇 백배, 몇 천배 그 훨씬 이상으로 투자를 해도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에 분리된 공간에서 살아간다. 이미 분리되어 버린 탓에 일반적으로 그리는 황금빛 미래에는 그들이 없다. 기술의 최대 수혜자가 되느냐, 최대배척자가 되느냐는 현재의 기술 개발자들, 정책 개발자들에 달렸다. 이미 그들은 오래도록 외쳐왔다.


 

[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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