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꿈을 자주 꾼다는 것 [사람]

단순한 수면 스트레스로 볼 것인가, 새로운 관점으로 돌아볼 것인가
글 입력 2020.09.3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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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을 자주 꾸는 사람이다. 물론 모두가 항상 꿈을 꾸지만 대부분 꿈의 내용을 잊어버릴 뿐이고, 잠에 깊이 들지 못했을 경우 꿈을 기억하는 것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으나 편의상 ‘꿈을 자주 꾼다’라고 표현하겠다. 이는 전까지는 몰랐던 사실인데, 언젠가부터 꿈의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내가 유독 꿈을 자주 꾸는 편임을 알게 됐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최근 MBTI 성격유형검사를 진행하던 중 “일상이 꿈에 자주 반영되는 편이다.”라는 문항을 읽고 ‘매우 그렇다’에 체크하며 그 사실을 확신하기 시작했다.

 
되돌아보면 꿈은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나의 수면 생활을 방해해 왔다. 그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 가장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때는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이었다. 부모님께서는 내 방에서 혼자 잔다는 조건 하에 침대를 사 주셨지만 나는 방에 혼자 남겨져 잠에 들 때마다 언제나 똑같은 괴물이 나오는 꿈을 꿨다. 그렇게 악몽을 꾸다가 깨면 난 언제나 베개를 들고 부모님이 있는 안방으로 향했고, 침대를 사줄 필요가 없었다는 타박을 듣기도 했다.
 
물론 유아기 시절에 꾸게 되는 악몽은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의 일부이므로 그리 독특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시험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학창 시절, 나는 시험 전날만 되면 시험을 망치는 꿈을 꿨다. 대부분 내용은 비슷했다. 시험공부를 전혀 하지 못했는데 시험지를 받아드는 꿈이었다. 그런 꿈에서 깨어날 때면 나는 언제나 안도하곤 했다. 그리고 이 습관은 압박감과 비례해 고등학교 시절 극에 달했고, 그런 꿈의 빈도수도 늘어났다.
 
당연히 성인이 된 지금 직접적인 학업 스트레스는 거의 사라졌지만 내 수면 생활은 여전히 안정기에 접어들지 못했다. 늘 ‘피로하지만 잠들지 못하는 상태’를 겪을 때가 많았고, 기숙사에서도 3명의 룸메이트들이 전부 잠들 때까지 혼자 자세를 바꾸며 뒤척거리곤 했다. 여행을 가거나 오랜만에 본가에 내려오는 등 갑자기 잠자리가 바뀔 때 역시도 잠들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 경우는 그저 예민한 신체 패턴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의아했던 것은 바로 전혀 심각하지 않은, 무심코 흘린 가벼운 대화마저도 꿈의 내용에 반영된다는 점이었다. 별 의미 없이 가족과 나눈 이야기나 잠깐 시청한 유튜브 영상 속 내용까지도 꿈속에서 다시 등장하곤 했다. 의식 속에는 그다지 남지도 않을 것 같은 소재까지도 꿈이라는 무의식을 통해 곱씹게 되었다. 결국 일상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일상 자체’가 꿈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꿈속에서 이유 모를 갈등 상황을 겪고 나면 일어난 뒤 기분이 묘하게 불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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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까닭을 알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정확한 정보는 찾지 못했다. 꿈이라는 영역에 관한 연구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후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진행되어 왔지만 여전히 명백한 정답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실로 밝혀져 있는 것은 렘수면과 논렘수면과 관련된 연구이다. 먼저 우리의 수면 상태는 렘수면과 논렘수면으로 나뉘는데, 렘수면은 몸은 잠들어 있으나 정신이 깨어 있는 상태인 반면 논렘수면은 깊이 잠든 상태이다. 그래서 렘수면 주기가 늘어날수록 일어났을 때 피로감을 느끼고 꿈이 기억에 남게 된다.
 
그러나 정보를 찾던 중 흥미로운 연관검색어를 발견했는데, 바로 ‘꿈을 기억하는 방법’이었다. 게다가 그 내용은 꿈을 꾸지 않는 방법, 곧 ‘안정적인 수면 환경 조성’으로 유사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결국 렘수면과 논렘수면의 적절한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곧 지나치게 생생한 꿈을 꾸는 것도 문제지만, 꿈을 아예 꾸지 않는 것도 건강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이들이 꿈을 기억하려 하는 까닭을 그저 이와 같은 건강 문제로만 환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꿈은 오래전부터 예사롭지 않은 메시지 혹은 일종의 징조로 여겨져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보다도,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새로운 체험을 하고자 하는 목적은 아니었을까. 의식 세계의 똑바른 통제력으로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는 일상은 어딘지 모르게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도무지 맥락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꿈속에서 우리는 의미 모를 선택을 내리고 상식 바깥에서 행동한다. 꿈을 꾸고 있는 장본인은 명백한 나인데도 마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꿈은 새로운 영감이나 사고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알 수 없는 매커니즘으로 불려온 과거의 기억은 종종 꿈속에서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 또 다른 가능성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꿈속에서의 행동을 내가 실제로도 실천했다면 어땠을지 되돌아보게 하고, 예기치 못하게 마주한 옛 기억에 빠져 추억을 더듬게도 만든다. 이렇듯 꿈은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결국 꿈뿐만 아니라 다른 무엇이 되던 바라보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을 어떤 것으로 받아들일 것인지도 결국 내 기준에 달렸다. 그저 문제라고만 느껴졌던 꿈이 누군가에게는 남기고 싶은 기억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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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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