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언어, 그 이상의 역할 [문화 전반]

지금 당신이 보고있는 그 작품, 더 깊게 이해하고 싶다면
글 입력 2020.09.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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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영문학과 일본학을 전공하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공부했던 학문은 바로 언어학, 통•번역학, 문학이다. 나는 문학을 가장 좋아했고, 통•번역학을 가장 어려워했다. 언어 실력만 출중하다면 누구나 쉽게 해낼 수 있는 단순노동쯤으로 생각했던 통•번역학은 내 오만한 편견을 겨냥한 듯 매우 다채로운 지식을 요구하고 있었다.

 

 

“의사소통의 중재를 위해서는 언어뿐만 아니라 *공유정보, 문화, 교육, 종교, 지적 접근 방법 등도 함께 중재되어야 한다.”


*공유정보는 특정 언어, 문화권의 일원들이 공통된 사회, 문화, 역사 등의 경험을 통해 공유하는 정보이다.


- 번역 길라잡이, 곽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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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공부하는 것을 가장 즐기고 또 좋아했던 나는 통•번역학을 공부하며 큰 고비를 맞았다. 번역 수업의 첫 시험에서 깔끔히 직역된 문장으로 채워진 나의 답변이 아주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낮은 점수의 원인이 쟁쟁한 언어 실력을 가진 타학생들과 그들의 언어 실력에 못 미친 나의 언어 실력에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나의 답변에는 공유정보, 감정, 말투 등 번역에 있어 섬세히 다뤄져야 하는 부분들이 쏙 빠져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번역된 책이나 영화, 드라마 등 외국 작품을 접할 때에는 예민함을 날 세우고 모든 말에 집중하게 되었다.


 

“실제로 손을 사용해서 하나의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바꿔나가는 작업을 하다 보면, 그 글을 단지 눈으로 읽을 때보다 보이는 것이 훨씬 많아지고 또한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런 작업을 오랜 시간에 걸쳐 계속 하다보면 좋은 글은 왜 좋은가’라는 원리 같은 것을 자연스레 알아차리게 된다.”

 

- 잡문집,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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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다양한 영상 매체를 통해 자연스러운 언어 회화 능력을 습득하곤 한다. 나 또한, 하루도 빠짐없이 외국 음악과 영상을 접하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단순한 즐거움과 여과 생활만을 위해서는 당연히 아니다. 언어의 감을 꽉 잡고 있기 위한 나만의 노력이자 습관 중 하나이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처럼 한국어 자막이 제공되는 영상을 볼 때면 가끔씩 아쉬움이 들 때가 있다. 번역되면서 특정 표현이 생략되었거나, 문화적 요소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인 한국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최선으로 쓰인 자막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내가 번역했다면 어떻게 표현했을지 종종 생각하게 된다.
 
번역 자막 뒤에 가려진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가볍게 스쳐지나갈 뻔한 장면이 매우 안타깝게 느껴짐과 동시에, 본능적으로 귀를 통해 장면의 포인트를 잡아내어 이해할 수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곤 한다.

 

 

"독자의 마음을 진정으로 끌어당기는 것은 뛰어난 문장도 아니요 재미있는 줄거리도 아니요 자연스레 배어나오는 분위기인 것이다."

 

- 잡문집, 무라카미 하루키

 

 

통•번역학에는 정답이 없다. 그저 외국어 및 타문화에 담긴 느낌과 분위기를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학문이다.

 

실력 있는 번역가도 잡아내지 못한 포인트를 내가 잡아낼 수도 있고, 혹은 내가 잡아내지 못한 포인트를 번역가가 잡아낼 수도 있다. 때문에, 작품에 대한 자신만의 이해와 함께 진정한 문화예술인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어 공부가 필수적으로 요구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원서의 글 한 줄, 작품을 탄생시킨 작가의 한 마디, 혹은 대사의 한 마디라도 번역된 한국어가 아닌 원어로 이해할 수 있다면 더욱 광활한 문화를 바라보고, 섬세한 감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에 있어서 언어는 언어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신이 보고있는 그 작품을 더 깊고 투명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언어를 공략해보는 것은 어떨까.

 

작품의 세계에 진입하는 데에 가장 쉽고, 또 빠른 지름길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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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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