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남들 다 하는데 나만 못해: 초보 운전 분투기 [사람]

운전을 시작하며 전환된 두려움에 대한 생각
글 입력 2020.09.25 15:50
댓글 1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인정한다. 나는 겁이 많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혼자서 아니라고 우겼다. 그렇지만 이제는 인정하려고 한다. 나는 세상만사가 다 겁이 난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무언가를 처음 도전할 때는 정말 일초에 한 번씩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일들로부터 도망쳐왔다.

 
이렇게 회피적인 태도로 지내다 보니 어느 날 문득 회의감이 들었다. 나는 정말 나보다 조금이라도 커다란 것에는 이길 수 없는 사람인 걸까? 그렇지만 내가 둘러본 세상 모든 것들은 언제나 나보다 컸다. 늘 좌절하는 내 옆으로 그 길을 뚫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저 부럽고, 대단해 보였다.
 
그러던 중 운전면허를 취득하게 되고, 몇 달 후 본격적으로 운전 연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빠의 도움을 받아 아주 짧은 길부터 점차 범위를 늘려갔다. 정말 맨 처음 운전석에 앉았을 때는 손과 다리가 덜덜 떨리는 바람에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만약 능숙한 운전자가 이 글을 본다면 웃기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처음 운전대를 잡고도 한참 동안이나 나 혼자서 도로 위의 사투를 벌여야 했다. 내 뒤를 쫓는 차, 내 옆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겠는 차, 버스는 거대한 괴물처럼 보이고, 화물차는 그야말로 기절 직전의 상태로 나를 몰아넣는다. 그렇게 도로 위는 (나 혼자) 전쟁터였다.
 
 

운전2.jpg

 
 
도로 위에서 엑셀을 밟고 있으면 아주 바쁘다. 아빠는 여유롭게 대화도 하면서 운전하던데, 막상 내가 그 자리에 앉으면 사이드 미러를 수십 번씩 확인하고, 내 차의 차선도 지켜야 하고, 그 와중에 신호등에 노란 불이 들어올까 심장도 몇 번씩 두근거리곤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내 도로며, 골목길이며, 불법 주차된 차도 피해야 하고… 하여간 도로의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의 장벽 높은 퀘스트처럼 느껴졌다. 면허만 따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고작 집 가까운 마트에 가는 것조차도 내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본래의 습관대로 수십 번씩 포기를 고민했다. 실력은 생각만큼 늘지 않고, 도로 위는 생각보다 무서웠던 까닭이다. 늘 그렇듯 포기를 하는 이유는 수 십, 수 백 가지를 들 수 있었다. 그중에는 '내가 무섭다는데!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인 걸 어떡해!' 하는 마음에도 없는 변명도 녹아 있었다. 또 그 당시에 내가 하던 대부분의 일들이 처음 시작하는 것들이었다는 사실도 한몫했다. 도대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까지 없을 수가 있다고? 이제야 겨우 스물 문턱을 넘은 내가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을 알지만, 그야말로 모든 것의 시작점에 서서 나의 모자람을 감당하다 보니 자존감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길을 지나다 아스팔트 도로 위에 개미떼처럼 옹기종기 모여 움직이는 수많은 고철덩어리를 보면서 남들 다 하는 것을 왜 나만 못하나, 하는 마음에 속이 퍽 상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 자책의 시간을 보내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 생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저 사람들도 처음이 있었겠지. 실수도 많았겠지. 다들 전봇대 몇 번쯤 긁는 건 일도 아니었을지 몰라. 결론은 이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온 것이겠구나.
 
그리하여 마음속으로 수십 번씩 되뇌는 문장이 생겼다. 두려워도 그냥 하기. 마음먹은 대로 몸이 따라주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몸이 가는 대로 마음이 따라가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스스로를 달래고 설득해야 했다. 내가 온전히 그 문장을 믿고 따를 때까지 말이다.
 
간이 작다 못해 소멸 직전인 나의 세상엔 무서운 것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도 그냥 해야 한다. 하다 보면 별거 아닌 것을 알게 된다. 별거 아닌 게 아니더라도 곧 익숙해진다. 일에 익숙해지지 못하더라도 결국은 초보인 나를 견디는 일에 익숙해지게 될 것이다.
 
또 막상 세상을 주의 깊게 둘러보면 다들 두려워하고 있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아무리 주변에서 수많은 경험담을 늘어놓더라도 정작 스스로에게 미지의 세계인 곳에 쉽게 몸을 던지기란 누구든 어려울 법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작 두려움은 정당한 포기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번 퀘스트를 깨고 나면 다음 퀘스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끝없는 미션이 계속 내게 주어진다고 해서 그동안의 나의 모든 수고와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알아주어야 한다. 내가 나를 알아주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알아주지 않고, 그렇게 고립되면 세상이 자꾸만 점점 더 몸집을 불려 나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운전.jpg

 
 
신기하고 웃긴 일이다. 일단 '그냥' 시작하고 나면 생각 없이도 어떻게든 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서 내가 되고, 또 내가 이루는 능력치가 되는 것 같다. 또 그럴수록 시작하는 나를, 겁내는 나를, 아주 형편없는 초보인 나를 견디는 일이 쉬워진다. 앞으로 살면서 나를 두렵게 만드는 것들에 대한 면역력을 열심히 키워 나가야겠다고 오늘도 생각한다.
 
초보 운전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오늘도 주차를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해 몹시도 애를 먹었다. 그래도 그것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않는다. 이제는 신호등 앞에서 주춤거리지 않으니 핸들을 잡고 덜덜 떨던 날보다는 한 뼘 나아진 거라고 위안하면 그만이다.
 
내게 무서운 일 목록 중 하나인 '운전하기'를 이렇게 지우게 되니 다른 일들도 시작이 그렇게까지 두렵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겁쟁이, 소심이인 내 기준에서는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는 꽤 많은 일들에 긴장보다는 설렘을 느낀다. 자기 최면인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아무렴 뭐 어떤가. 원래 긴장과 설렘은 한끝차이고, 내가 믿기 나름이다. '그냥 하기'라는 멋없는 문장만 따르면, 작은 돌 하나를 나르는 일이라도 끝마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모으고 쌓인 돌로 언젠가는 나를 위한 집을 지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냥 좋기만 한 상상도 해본다.
 
운전을 하면서 두려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참 알 수 없다. 어쨌든 오늘도 새로운 깨달음으로 나만의 길을 간다. 언젠가는 '초보'에서 벗어나 드림카를 타고 달릴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고민지.jpg

 

 



[고민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64182
댓글1
  •  
  • 정하다
    • 응원해요!!!
    • 0 0
 
 
 
 

등록번호 : 경기, 아52475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기사배열책임자 : 박형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Copyright ⓒ 2013-2020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