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내가 일상을 살아내는 힘

글 입력 2020.09.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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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아트인사이트에서 활동한 지 1년 반이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교환학생, 휴학, 사이버강의까지 대학 생활의 가장 극적인 시기를 아트인사이트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학교에서 생긴 일>이라는 에세이를 한 달에 한 번 연재하고 있지만, 오랜만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저를 다시 아트인사이트의 필진 여러분께 소개해보려 합니다.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한글 제목 <책 좀 빌려줄래?>)라는 책도 있는 만큼, 제가 지금 좋아하는 것들이 저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라이언 머피, 웨스 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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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문라이즈 킹덤> 등 독보적인 미술과 작품 세계를 구축한 영화감독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저 역시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처음 보고 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제가 연출자, 감독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작가주의 영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오락이 아니라 예술로서의 영화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라이언 머피는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등 굵직한 작품을 연출해온 연출가로, 최근에는 넷플릭스와 계약하며 <더 폴리티션>, <오! 할리우드>, <래치드> 등의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편견에 맞서는 소수자 캐릭터가 꼭 등장하는데, 이는 그가 지향하는 사회와 관련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라이언 머피는 할리우드에서 영화 제작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과 소수 계층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하프(Half)` 재단을 직접 설립했습니다. 본인의 제작사에도 소수자를 대부분 제작자로 채용하는 등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작품 속 세계는 공통으로 아름답고 견고해 보이지만, 그 속의 인물들은 저마다의 불안과 슬픔을 가지고 있는 유약한 존재입니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에서 살아가고, 재산이 엄청나게 많고, 굉장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조차도 행복하지 못합니다. 가슴 뛰는 꿈이나 사랑만이 그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이런 이야기로부터 위로를 받는 것 같습니다.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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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시 지원 당시(벌써 4년 전이라는 아득한 과거가 되었습니다) 여섯 개의 학교 중 다섯 개를 심리학과로 지원했을 정도로 ‘심리학자’라는 꿈에 나름대로 확신이 있었습니다. 심리학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연구 몇 개, 책 몇 권으로 심리학에 빠져버린 사람치고는 운이 좋게도 4년째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흥미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심리학은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이 그 어딘가에서, 인간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뇌의 구조와 호르몬, 호르몬 분비샘을 공부하고 있으면 생물학을 공부하는 것 같다가, 무의식, 그림자 등의 개념을 배우고 있으면 철학을 공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 비합리적인 인간의 행동까지도 무의식적으로든, 과학적으로든 이유가 있다고 말해주고, 나아가 미래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고까지 하는 심리학은 확실히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심리학에는 여전히 흥미를 잃지 않았지만, ‘연구’라는 행위가 과연 저와 잘 맞을까, 대학원이라는 제도가 저의 적성에 잘 맞을까를 고민한 끝에, 특정 심리학 분야의 석사과정을 밟지는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심리학을 공부하기로 한 것에는 후회가 없습니다. 20대 초반에 다양한 내면의 갈등을 다루는 법을 알게 된 것은 분명 큰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제가 쓸 글에서는 심리학 이야기가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정세랑, 강화길, 김초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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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여성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최근 휴학 후 근로장학생으로 근무하며 긴 시간을 책을 읽으며 보냈는데, 특히 최근 몇 년 새 많은 인기를 얻은 현대 문학 작품들을 읽게 되었습니다.


<옥상에서 만나요>를 읽고 저는 확신했습니다. 정세랑 작가의 책은 무엇을 읽어도 실망하지 않으리라는 것을요. 이후 <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를 읽으며, 작가가 전하는 유쾌하고 통쾌하며, 소소해 보이지만 용기가 있는 이야기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어느 직업군이든, 어느 나잇대와 성격의 사람이든 책 속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 인물을 보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묘사가 책장을 술술 넘어가게 했고, 자신의 한계 안에서 세계를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여성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문학동네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의 대상작인 강화길 작가의 <음복>을 읽고, 저는 충격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제가 매년 최소 두 번씩 겪어왔던 제사 문화를 이토록 자세하게 다룬 책을 읽은 기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장 학교 도서관에서 강화길 작가의 소설집 <화이트 호스>를 찾아 예약했습니다. 이 소설집의 모든 소설에는 어떤 비밀을 알게 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자신을 가로막는 것의 실체를 말할 수 있게 된 이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지켜보는 재미가 상당했습니다.

 

SF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가 아님에도, 지인의 추천으로 김초엽 작가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게 되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SF라는 장르의 이름으로 이 단편집을 설명하는 것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항준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가 단순한 B급 SF 영화가 아닌 것처럼 말이죠. 소설의 배경이 디스토피아일지라도, 혹은 절망적인 사건을 다룰지라도 세계와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있다는 것이 이 소설집이 위로를 주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통해 이들에 꿈꾸는 세계를 엿보고, 상상하는 것만으로 이미 그 미래가 가까워진 기분이 듭니다. 10대에 이 책들을 읽을 수 있었다면 인생이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하다가도 지금 이 책들을 읽을 수 있다는 것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My Future - 빌리 아일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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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되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 듭니다. 합격을 기대한 대외활동에서 허무하게 탈락해버리고, 무력감에 미래를 위한 준비는 더욱 하기 싫어지며 제게 힘을 주는 친구들까지 만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직도 저를 사랑하는 법은 찾지 못했고, 당장 내일 전염병에 걸린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에 살아가는 것이 버겁습니다.

 

‘심리학자’라는 진로에 확신을 하고 있었건만, 막상 연구가 적성에 맞지 않으면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제게 확실한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치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것은 위에 언급한 저의 ‘최애’가 제게 힘을 준다는 사실입니다. 예술을 누리는 것은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일상을 유지하는 에너지가 됩니다. 그리고 저의 미래를 꿈꾸게 합니다.

 

`My Future`는 빌리 아일리시의 이전 노래들처럼 우울이라는 파도에 끊임없이 빠져드는 느낌이 없습니다. `나는 나의 미래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며, 마음이 떠난 상대에게 당당히 이별을 고하는, 잔잔한 속삭임에 가까운 노래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몰라도, 어떤 모습일지는 몰라도 저는 미래의 저를 기대하고 사랑해보려 합니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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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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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cy4282
    • *#정세랑, 강화길, 김초엽 의 넷째문단 <지구를 지켜라>의 감독 이름을 장준환 감독으로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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