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성매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 [도서]

글 입력 2020.09.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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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드라마’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비밀의 숲’을 꼽을 것이다. 평소 드라마를 자주 보지 않는 편이었지만, 재작년 이맘때쯤 친구와 부모님의 추천으로 ‘비밀의 숲’을 몰아보게 되었다. 원래도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고 추리 수사물을 선호하는 편이라 영국 드라마 ‘셜록’에도 깊이 빠졌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비밀의 숲’에도 무섭게 빠져들었다.

 

드라마에 오랜 시간 집중하기 힘들어 하루에 두세 편을 보면 많이 보는 편이었던 내가 3일 만에 16화를 정주행 했다. 심지어 나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이미 들어 알고 있는 상태였는데도 매 회 충격에 충격을 거듭하며 ‘다음 화 재생’ 버튼을 눌렀다.


현실이 잔뜩 녹아든 수사물은 어딘가 불편하고 찝찝하다. 각본과 연출이 주는 짜릿함과는 별개로, 어쩌면 우리 사회 어느 구석에서는 이 스토리가 허구가 아닌 다큐멘터리겠구나, 하는 허탈함 때문이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것을 모두가 알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는 정의를 구현해주는 주인공이 없다. 현실은 주인공 빼고 다 있는 드라마인 셈이다.


드라마에서는 검찰, 경찰, 기업인, 정치인들이 당연하다는 듯 성매매를 일삼는 부정부패가 선명하게 그려진다. 심지어 상대는 미성년자 여성이다. 그 여성을 사회 각계각층의 고위직 인사들에게 소개해주는 브로커도 등장한다. 법조인은 눈을 가리고, 정치인은 입을 가리고, 기업인은 손을 놀리며 모두가 정당하지 못한 부를 축적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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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국내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현재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에서 상당히 다양한 페미니즘적 담론이 형성되고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주체로서의 여성을 주창하며 탈코르셋 운동과 비혼주의가 페미니즘의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서 여성 집단 내부에서도 자잘한 잡음이 꽤 발생했는데, 성매매 역시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다. 정당한 성노동이냐, 아니면 근절해야 할 범죄냐를 두고 여성들끼리도 의견이 분분했다.


 

일부 여성주의자들은 성매매 ‘행위’를 ‘피해’로 치환하는 것이 성매매 여성들을 수동적 존재로 만든다고 비판한다. 나아가 ‘성 노동’은 쾌락을 생산하는 것으로서 오히려 성적 자유를 실천하는 운동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 성매매 규모가 거대한 만큼 그 안에서 하루하루 생존하는 수많은 당사자가 있는데 어떻게 간단히 ‘성매매는 안 된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기 힘들 만큼 거대하고 막막한 벽 앞에 선 당사자들이 ‘원한다는데’ ‘내가 뭐라고’.

 

- 18쪽

 


맞는 말이다. 당사자도 아닌데 감히 성매매 여성들을 모두 피해자로 치환하거나 사회의 어긋난 구조를 재생산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로 매도할 수 있겠는가.

 

성매매 금지법이 발의되고 소위 홍등가라 불리는 미아리, 청량리 등지의 성매매 여성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법안에 반대할 때, ‘우리가 하겠다는데 왜 너희가 난리냐’는 논리를 펼 때 나 역시 생각이 막혔다. 성매매는 여성을 성적 도구로 치환해버리기 때문에 여성 인권에 유해하다는 생각 반대편에는 성매매 여성도 여성이라는 생각이 존재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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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성매매 여성도 여성이기에 성매매는 근절되어야 한다. 책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에서는 성매매 여성 현장 지원을 20여 년간 해 온 저자가 성매매의 모순에 대해 역설한다. 대한민국 성매매의 역사부터 현실까지 낱낱이 파헤쳐, 어째서 성매매는 노동이 될 수 없는지, 어째서 성매매는 뿌리 뽑혀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한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성매매는 노동이 될 수 없다. 성매매 횟수가 쌓이고 연차가 높아질수록 대우가 좋아지고 급여가 상승하는가? 그렇지 않다. ‘노동’ 중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가? 보상은커녕 뉴스에도 실리지 않는다.


버닝썬 게이트가 크게 화제가 된 이유는 소위 사회의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끊임없는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N번방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미성년자를 향한 악질적인 그루밍 범죄가 수십만 남성들에 의해 침묵으로 지켜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철옹성보다 단단한 남성 카르텔은 성매매 ‘시장’과 무관하지 않다. 승진하려고, 거래를 성사시키려고, 계약을 따내려고 등 사회적으로 정당화 되어버린 성매매는 버닝썬과 N번방을 낳았다.


 

또한 권력과 결탁한 성매매 구조는 성 구매 행위의 정당성을 끊임없이 만들어주고 남성이라면 사회생활을 위해, 개인의 욕구를 풀기 위해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시켜왔다. 그 결과 수많은 남성이 이것을 선택의 문제가 아닌 남성으로 태어난 이상 거쳐야 하는 경험이자 주어진 권리로 여기게 되었다. (...) 그러나 이 부당한 감정의 마땅한 과녁은 사실 우리의 역사가 만든 거대한 성매매 시장 그리고 그것과 결탁한 부패 권력이다. 한국의 성매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 91쪽

 


성매매를 금지시키니 남성들이 성욕을 해소할 곳이 없어 성범죄가 늘어난 것이 아니냐는 궤변도 한국 성매매의 현주소를 선명히 보여준다. 인류의 절반이 자신의 욕구를 이성적으로 제어할 수 없어 범죄를 저지르는 수준이라면 인간을 이성적 동물로 정의하는 것을 재고해보아야 하지 않나.

 

직장에서, 혹은 학교에서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정해진 식사 시간이 아니라면 배고픔을 참고 일과 학업에 집중하는 것이 보통의 인간이다. 책상에서 조는 한이 있어도 잠이 온다는 이유로 회사 바닥에 드러누워 잠을 청하지는 않는다. 식사시간에 식사를 하는 것, 업무 시간에는 잠을 자지 않는 것은 규칙이라고 명명하기도 부끄러운 기본적 약속이다. 우리는 사회적 합의 아래, 그리고 이성적 판단 아래 욕구를 통제할 수 있는 인류다.


그런데 어째서 남성의 성욕은 사회가 해결해주어야 할 중차대한 사안처럼 여겨지는 것일까. 성욕을 해소할 길이 없어 성범죄를 저지른다면 성욕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성매매를 합법화 하는 것이 아니라, 성욕을 해소하고자 하는 본능적 욕구를 억누를 만한 충분한 처벌이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성매매에 가담했을 때 교도소에서 40년을 살아야 한다면, 그때에도 남성들은 성욕을 운운하며 성폭행을 시도하고 ‘방석방’에 드나들까.


성매매에 관대해진 사회는 어떻게 변질되는지, 우리는 버닝썬과 N번방을 통해 똑똑히 목격했다. 여성이 도구가 되지 않는 사회, 여성의 죽음이 한낱 ‘술집년’의 죽음으로 치부되지 않는 사회를 바란다면 성매매는 근절되어야 한다.


앞서 말한 ‘비밀의 숲’의 주연 중 하나인 경찰 한여진의 대사가 생각난다.


 
“하다 보니까, 되니까 하는 거예요, 눈감아주고 침묵하니까, 누구 하나만 제대로 부릅뜨고 짖어대면 바꿀 수 있다고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선택을 빙자한 침묵을 강요받았을까요. 난 타협할 수 없어요. 난 타협 안 합니다.”
 


하다 보니까, 아무도 막지 않고 침묵하니까.

 

드라마와 달리 현실에는 악인과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주인공이 없다. 다만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드라마와 달리 종영도 없다는 것이다. 드라마처럼 스피디하고 극적인 전개는 바랄 수 없더라도 ‘마지막화’는 존재하지 않으니 이 느린 노력과 걸음에도 끝은 없다. 지치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다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정의 그 이상의 결실도 맺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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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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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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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승우
    •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성매매는 기본적으로 '합의에 의한 범죄' 이며,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습니다. 글에서 지적한 버닝썬/N번방 사건의 경우, 문제가 되었던 건 성매매 자체가 아니라 미성년자 성매매/협박에 의한 성 착취입니다. 현재 성매매 시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들은 성매매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성매매가 합법화되지 못해 음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권력이 미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전 세계 어느 역사를 찾아봐도 '매춘을 완벽하게 근절했다' 라는 기록은 없습니다. 수요가 있는데 공급을 막으면 필연적으로 암시장이 생기며, 여기에는 반드시 높은 프리미엄과 온갖 더러운 것들이 따라옵니다(ex : 금주령 시행시의 밀주). 성매매가 성 착취냐 아니냐를 떠나서, 성매매를 완벽하게 근절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어떻게 성매매에서 일어나는 병폐를 줄일 수 있느냐를 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참, 한 가지 질문드리겠습니다. 은연중에 성노동자 = 여성이라는 전제를 깔고 가시는데, 호빠 등에서 일하는 남성 성노동자에 대해서는 왜 언급을 하시지 않나요? 남창이라 불리는 남성 성노동자들 역시 성 착취의 피해자이며, 가해자는 성을 구매하는 여성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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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세희
    • 진승우여성가족부 통계자료에서 찾을 수 있듯이 그 '호빠'처럼 남성 성노동자들은 극히 드뭅니다. 2019년에 조사한 결과 성구매를 해본 여성이 9/800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성매매 종사자들이 대부분 여성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세계 어느 역사를 찾아봐도 '완벽하게' 성매매를 근절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하지만 보통 수요에 자연스럽게 공급이 따라오기 때문에 그 수요를 제한하면 성매매를 줄일 수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스웨덴같은 경우 성구매자만을 처벌하는 법으로 성판매자와 성매매 둘 다를 감소한 결과가 있습니다.

      또한  성매매 여성들은 보통 성매매로밖에 생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성구매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버닝썬/n번방 사건으로 여성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상품처럼 대한 남성들이 많은데, 어떻게 사람의 성을 상품으로 볼 수 있을까요? 이건 성별에 의한 차별이 더욱 심화되고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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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승우그 질문들에 대한 답이 저 책에 나와있습니다. 구매해서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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