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금, 재난 만화 - 도서 '지금, 만화 Volume 6'

전염병 팬데믹으로 인한 언택트 시대 속 재난만화
글 입력 2020.09.1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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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재난 만화의 좌표와 의미를 되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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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재난’이라는 단어를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체 없는 전염병이라는 재난은 조용히, 하지만 그 어떤 재난들보다도 우리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길어야 2-3달이라고 생각했던 팬데믹 상황은 어느새 1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고, 장기화된 재난 속에서 우리 모두는 서서히 지쳐가고, 재난을 극복할 의지와 힘을 잃어 가고 있다.

 

사실, 여태까지 한국에서 ‘재난’이라는 소재를 채택한 콘텐츠는 많지 않았다. 이웃 나라인 일본과 달리 비교적 자연적 재난에서 자유로웠고, 1990년대 일어났던 성수대교와 상품백화점 붕괴사고, 2014년의 세월호 참사 등등 사회적 재난이 주를 이루었던 한국에서는 재난에 대한 콘텐츠가 적은 것이 이상한 현상은 아니다. 사회적 재난에 대한 언급은 1990년대 당시 거의 금기시되던 것이었고, 재난 상황의 발생과 대처는 그 사회의 전반적인 이데올로기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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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들어,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 재난 상황 속에서 ‘재난’을 소재로 한 만화나 영화 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좀비’라는 재난을 소재로 한 영화 ‘#살아있다’와 ‘반도’가 여름 시즌을 겨냥하여 코로나 19가 창궐하던 상황에서도 개봉하였고, 재난을 소재로 한 만화 ‘스위트 홈’, ‘하이브’, ‘조의 영역’ 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사회적, 자연적 재난을 다루고 있지만, 재난으로 인한 혼란이 서사의 중심이 되고, 그것을 피하거나 극복하기 위한 사회 구성원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지닌다.

 

코로나 19 사태가 알려주는 것처럼, 더 이상 재난은 지역적인 것이 아닌 전 지구적인 확산력을 지니고 있다. 중국의 한 지방에서 시작된 ‘코로나 19 (Covidic-19)’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퍼져 나가며 3천만명의 감염자를 만들어낸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더 이상 한 국가에서 시작된 재난을 남일처럼 생각 할 수 없는 세상이다. 영화와 만화를 포함한 미디어 속 재난을 소재로 한 콘텐츠들은 이러한 전지구적으로 확산되는 재난 상황을 작은 세계 속으로 축소하여 보여주며 재난을 겪고 있는 현 시대 우리들의 좌표를 읽어낼 수 있게 해준다.

 

 

 

재난 만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재난을 소재로 하는 만화들은 각자 조금씩 다른 소재와 주제를 하고 있지만, 그 중 <지금, 만화 6호>에서 다루고 있는 3가지 재난 만화를 통해 그들이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지점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으로 인해 괴물화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판을 치는 사회를 그린 <스위트 홈>, 어느 날 갑자기 몸집을 키우고 공격성을 보이는 괴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조의 영역>, 마지막으로 산소 농도의 증가로 갑자기 거대해진 곤충들이 인간을 공격하며 시작된 재난을 다룬 <하이브> 이렇게 3가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세 작품이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키워드는 ‘공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재난 상황 속에서 공생을 논하는 것은 표면적으로 보면 모순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 하나 살기 바쁜 상황에서 남과 더불어 살자는 말은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지키지 않는 공익적인 표어 같기도 하다. 당장 현재의 상황만 봐도 그렇다. 우리는 코로나 19라는 무시무시한 재난을 마주한 후,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이전부터 우리가 익숙히 해왔던 ‘타자화’는 ‘혐오’로 번지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행동 지침 아래 우리는 자신만의 스위트 홈인 집안에서 확진자에 대한 묘한 혐오감을 드러냈고, 그러한 기조는 자연스럽게 정당화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무시하고 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너도 나도 쏟아져 나와 소통하는 것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타자에 대한 경계심을 쌓아 올리고, 확진자에 대한 혐오를 바탕으로 그들을 자신과 격리하고 비난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사회적 기조에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위 세 작품 또한 이러한 메시지를 작중에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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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스위트 홈>에서 작중 초반은 ‘타자’로부터 간섭 받고 싶지 않고,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욕망을 표망하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사람들은 자신 안의 내적인 그 ‘욕망’으로 인해 괴물화 되고, 생존자들은 생존하기 위해 뭉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들은 결국 자신 내면의 욕망이 타자에 대한 혐오감과 실체 없는 괴물을 만들어 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이는 재난 상황 속에서 타자를 배척하고 혐오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의 끝이 어떻게 될 것인지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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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웹툰 <조의 영역>은 괴생명체로 진화한 거대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조금 더 넓은 차원에서의 공존을 다루고 있다. 사람들을 잡아먹은 물고기는 인간과 닮아가고, 물고기에게 물린 인간들은 물고기와 닮아가는 모습을 통해 <조의 영역>은 인간과 다른 생물 간의 경계를 흐리고 있다. 이는 재난 상황 속에서 인간이 행하고 있는 서로에 대한 혐오와 배척이 만연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적 윤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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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웹툰 <하이브>의 경우, 다른 인물들과 확연히 다르게 이타적인 성향을 가진 주인공을 통해 상실된 인간성과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남의 곤경을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도와주는 세상이라면 지금 내가 가족 곁에 없어도 누군가가 저처럼 우리 가족을 도와주지 않겠느냐”는 다소 이상적인 발언을 하는 주인공을 통해 우리는 살아남는 것이 ‘정의’가 되어 타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재난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얻을 수 있다.

 

 

 

언택트 시대 속 만화의 장래


 

언택트(Untact)는 이전부터 진행되어 오고 있던 기조였지만,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오프라인으로 만나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었으며,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는 플랫폼과 서비스들이 지원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만화’라는 장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필요성이 있다.

 

나의 초등학생 시절은 막 웹툰이라는 장르가 생기던 시기였다. 그리하여 컴퓨터로 만화를 스크롤 하며 보거나, 책방에서 3-4시간 동안 죽치고 앉아 만화책을 탐닉하던 것이 ‘만화’를 소비하던 우리의 주된 모습이었다. 그 당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이들은 시간을 할애하여 만화를 소비하였고, 그 시간은 다른 시간들과 분리 되어 존재 하였다.

 

그러나, 현재의 웹툰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스마트폰이라는 복합 매체가 등장한 후, ‘스몸비 족’이라는 단어가 생길만큼, 우리는 이제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안에서 여러 컨텐츠를 옮겨 다니며 바로 바로 소비하고 복합적으로 소비하며 몰입하는 삶을 살고 있다. 예를 들면, 웹툰을 보다가 지루해지면 단 몇번의 터치 만으로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영상을 보고, 그러다 지루해지면 다시 몇번의 터치로 SNS 혹은 메신저 등을 통해 다른 이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더 이상 우리는 예전처럼 만화에 온전히 몰입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는다. 마치 스낵 처럼 짧게 소비되고 다른 컨텐츠들과 복합적으로 융합되는 환경에서 만화는 변화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옆으로 스와이프하여 넘기는 형식의 컷툰이 유행하고, 움직이는 효과 혹은 VR 처럼 공간감을 주는 효과를 통해 복합적인 매체 형식을 지니는 웹툰도 등장하였으며, BGM 음악을 삽입하는 웹툰은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만화는 언택트로 인한 온라인 시대에 적응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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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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