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20년 한국 현대 문학에 대해서 [도서]

글 입력 2020.09.18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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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전환점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지난날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해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현재, 오늘날 인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들이 계속해서 마련되는 것 같아 설렐 때가 잦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 설렘을 느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는 유독 책 읽을 시간이 많았다. 학교를 쉬게 되고 나름 야심 차게 세운 계획이 코로나19로 인해 완전히 무산되면서 의도치 않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고, 그를 기회 삼아 내치는 대로 읽고 싶던 책을 천천히 읽어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그중에서 특히 한국 현대 문학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당연히 나는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니와 문학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올해 읽었던 작품들이 대체로 비슷한 경향을 띠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그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제는 한국 문학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내가 70~80년대 문학을 공부했을 때까지만 해도 여성 문학은 하나의 세분된 장르로서 다가왔다. '특별히'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는 문학으로 구분 지어졌으며 박완서, 오정희로 대표되는 당시의 여성 문학은 어떠한 특징으로 분류된 반면, 몇십 년이 지난 지금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계속해서 생산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여성이 처해왔던 사회의 혐오적 풍토를 낱낱이 뒤지는 작품들이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가정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투시하는 작품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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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강화길 작가의 <화이트 호스>에 대한 오피니언을 포스팅했을 때도 <음복>을 언급한 적 있다. 결혼 후 첫 제사를 지내는 부부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친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젊은 작가상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단 한 번도 뵙지 못한 친가 어르신에게 절을 올리는 며느리의 일상, 권력으로 직결되는 무지의 힘을 탄탄한 플롯으로 써 내려갔다.

 

이와 더불어 2020년 현대 문학상은 백수린 작가의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가 당선됐다. 한 가정의 엄마로서 살아오던 '희주'에게 잊고 있던 욕망을 깨우게 하는 과정을 담은 이 소설도 가정 속에서 억압받은 여성의 모습을 시사한다.

 

대상 수상작에서만 이러한 경향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20년 현대 문학상 수상소설집에 수록된 김애란 작가의 <숲속 작은 집>은 해외로 여행을 떠난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서 존재하는 여성들의 고착된 억압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장류진 작가의 <연수> 또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도로 위에서 위태롭게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자신이 약자임을 선언한 여성 화자가 홀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숲속 작은 집>에서는 자신을 홀로 키운 어머니에게 매달 돈을 보내드리는 사직 후 외주 작업으로 간신히 돈을 버는 여성 화자의 불안함과 아직 일상에 남아있는 성차별적 단어에 대해 고찰하는 여성의 고민을, <연수>에서는 자식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으로 귀결되는 어머니의 심리와 자신의 경력 단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생각하는 중년 여성의 양가의 감정을 낱낱이 보여준다.

 

변화의 개척 점에서 살아가는 이 시간이 뜻깊은 이유는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작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여성 문학은 주류 문학으로 일컫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에서의 여성의 역할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어떠한 틀에 얽매이지 않도록 탈바꿈하고 있음에 따라 문학계에서도 이를 반영한 많은 작품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가정 속 억압된 역할을 수행해 온 여성들의 모습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으며, 그들의 억압이 지금까지 당연하게 작용해왔다는 것을 우리는 아직 깨닫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이 흐름에 따라 문학계에서는 그들의 억압이 과연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야하는 게 맞는 것일지 생각해 보도록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소망한다. 언젠가는 엄마가 되기 위해, 아내가 되기 위해 당연히 포기해왔던 것들이 당연시되지 않는 날이 오기를, 그것들을 포기하는 여성들을 위해 작은 박수라도 보낼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지금도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엄마의 꿈은 이제는 희미해져버렸고, 아직까지 나의 성공이 엄마의 성공으로써 작용하겠지만 엄마가 자신의 꿈에 대해 한 번은 가슴 떨리는 설렘을 느껴볼 수 있는 평범한 날이라도 오기를.

 

 



[이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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