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팝콘 브레인 탈출기 [사람]

집중해서 책을 읽자, 제발!
글 입력 2020.09.17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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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튀겨지는' 것을 경계하라!


 

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책과 영화에 대해 잔뜩 이야기하다가 '팝콘 브레인'이라는 말을 들었다. 컨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 익숙해진 요즘 사람들이, 팝콘처럼 단순하고 자극적인 컨텐츠들을 선호하며 스마트폰으로 인해 집중력을 잃어서 변화한 뇌를 '팝콘 브레인'이라 칭한다고 한다.

 

처음 듣는 용어였지만 설명을 듣고나니 완전 나잖아?! 싶었다. 요즘의 나는 영화나 드라마, 책을 볼 때 특별한 알림이 오지 않더라도 괜히 핸드폰을 들춰보곤 한다. 내가 집중력 있게 무언가를 잘 못 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를 '팝콘브레인'이라는 하나의 현상으로 규명하자 그 심각성이 보다 크게 와닿았다.

 

그러고보니 나는 어릴 적,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던 시절엔 맨 손으로 도서관에 가서 2-3권의 소설을 그 자리에서 읽고 집에 돌아오기도 했던 사람이다. 지금의 내가 만약 오직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도서관에 간다면? 스마트폰을 한 번도 안 확인하고 책을 읽는 것은 고사하고 몇 시간 동안 도서관에 앉아 한 권의 책을 읽어내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도전일 것이다.

 

이 이야기를 나눈 뒤, 나의 얄팍한 집중력에 대한 경각심을 느낀 나는 '오베라는 남자'를 읽을 때 최대한 스마트폰 등의 여타 요소를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책에만 집중해보기로 했다. 사실 대화 이전에 100p 정도는 읽은 상태였지만 그 이후 페이지들만은 그렇게 했다. 결과적으로는 300p 정도의 분량을 1시간 30분 동안 읽어냈다. 중간중간 시간을 확인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지만 그 외에는 오랜만에 정말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원래 남은 분량을 모두 읽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는데 유튜브를 볼 때 으레 그러하듯 "여기까지만.. 여기까지만.."하다가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그만큼 캐릭터들의 매력이 확실하고 이야기의 매력도 확실했다. 이 책으로 팝콘 브레인에 도전한 것은 참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항상 뭐든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욕심에 오히려 막연한 부담감이 들어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기에, 우선 뭐든 가볍게 '시작'해보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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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지 않아도 좋아. 얕은 내용이지만 깊게 몰입할 수 있다면


 

팝콘 브레인 탈출을 위해 읽은 이 '오베라는 남자'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베스트셀러였던 책인데, 당시에는 무지막지하게 큰 인기를 끌어 빌려보지 못했고 얼마 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정도로 히트를 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경우는 앞 페이지만 조금 읽었었는데 이 책이랑 비슷한 분위기의 책일 듯하다. 왠지 모르게 동화적인 느낌을 주고,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등장하며, 재미와 감동을 한 번에 잡는 그런 책 말이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특별한 책은 아니었다. 짧은 호흡으로 챕터들을 나눈 것,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며 반복된다는 것 정도 외에 별다른 장치도 없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누구나 몰입할 수 있는 소설. 조금 유치하더라도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책을 찾기란 또 쉬운 일이 아닌만큼.


사실 책 초반에는 오베라는 인물에게 호감을 갖기 어려웠다. 굉장히 원칙주의적이고, 냉철하며,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가 세운 원칙은 합리적이며, 그 원칙을 통해 착실하게 삶의 어려움을 이겨냈고, 남을 위해서 자신의 원칙을 내려놓을 줄 안다는 면모가 드러나며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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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베스트셀러다운 따뜻하고 재밌는 소설이었다. 중간중간 마음에 드는 표현이 나왔고, 마지막 에필로그가 책 전체를 의미있게 잘 마무리짓는 역할을 했다. 쉬운 언어로 쓰여 휙휙 읽기도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언제나 습관적으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켜서, 제대로 읽지도 않고 크게 쓰인 썸네일 글자들만 휙휙 넘겨 가며 온갖 세상의 정보를 접하고 "나 좀 똑똑해지고 있는 것 같아' 라고 착각하던 최근의 일상 중 가장 고요하고, 차분하면서 의미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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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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