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요하지 않은 고요함 - 도서 '고요한 인생'

글 입력 2020.09.16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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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떠올려보세요.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나요?"

 

 

대부분 ‘가족’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위의 사진처럼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과연 부모님이 모두 계신, 심적으로까지 여유로운 가족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정말 이러한 모습이 ‘전형적인 가족’이라는 단어에 맞긴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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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인생』

 

문학〉 한국소설

신중선 지음|내일의문학

204쪽|값 15,000원|규격 134*200

ISBN 978-89-98204-76-1 (03810)

키워드 : #소설 #한국소설 #가족 #문학

출간일 2020. 07. 27.

 

 

소설 <고요한 인생>은 ‘전형적인 가족’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보여준다. 특히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 앞에서 소외된 존재들이다. 그리고 가족 속에서 주로 자식들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각자의 인생은 슬프다. 그리고 그 슬픔을 담담한 어투로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어조를 통해 오히려 소외된 자들의 모습을 대비되게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내재된 인권 감수성을 일깨운다.

 


 

아이가 아이답지 않네요



 

너는 많은 욕심은 없었다. 

 

좋은 가정에서 사랑받으면서 책 읽으며 아주 고요한 삶을 영위하는 것, 

엄마 돈을 몰래 훔쳐내는 아버지 없이, 

단지 다르게 생겼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 때문에 따돌림 당하지 않고 교양 넘치는 

식탁에서 따뜻한 밥을 먹는 것, 

 

그 정도만 충족되면 더 바랄 게 없었다.

 

 

<고요한 인생> 속 주인공 수은은 어리다. 열세 살 즈음의 아이가 쓰는 글임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도, 그리고 지나치게 어른스럽다. 사람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 또한 아이의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생각해보자. 아이 같다, 아이답다라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주로 천진난만해 보일 때, 해맑은 모습을 보일 때 아이답다고 표현한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해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게 꼭 아이다운 모습의, 그 아이가 가진 것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고요한 인생>의 주인공 수은처럼 아이가 스스로 철이 빨리 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때, 자신이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지를 알아버렸을 때, 그 아이는 아이답다고 할 수 없는 것일까? 아이답다는 경계는 어디까지이며, 그 단어의 정의 자체가 어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고요한 인생> 속 수은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말한다. 마치 마감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노인이 말하는 듯, 인생을 체념한 듯 보인다. 아직 인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덤덤하다. 그래서 위화감이 든다. 아이의 입장에서 쓴, 지나치게 어른 시점의 글 같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어른 같은 시선이 작가의 의도라면, 얼마나 아이가 여유가 없을 수밖에 없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수은의 존재는 어머니에게 짐 그 자체였으며, 희망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태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의 생각이 얼마나 시니컬해지고 현실 속에서 체념할 수 있는지는 독자가 더욱 연민을 느끼게 한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멈춰버린 존재


 

 

내게 소중한 것은 바로 너였다. 

내 육신이 네게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될까 봐 나는 그것이 정말 겁이 났다. 

너를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떠났으며, 또한 네 기다림을 종식시켜주기 위해 돌아왔다. 

다 너를 위해 그랬다. 

 

 

<아들>의 화자인 ‘아들’은 현재 30대고, 자신의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아버지의 나이, 그즈음이 되었다. 아버지를 떠올릴 때, 화자는 여전히 어린 소년의 모습이다. 아주 긴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니,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아들’의 실수로 그의 어머니는 죽었다. 어머니의 명복을 빈 후 아버지와 그는 원래 있던 곳에서 떠났다. 그곳에서 그들은 한 여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어머니를 만난다. 그리고 어느 날, 아버지는 아들을 떠났다. 아버지가 떠난 후, 아들은 아버지가 남긴 추억과 물건을 통해 그를 계속 그린다. 시간이 아주 오랫동안 지났음에도 아들은 그의 아버지를 잊지 못한다. 오히려 성장하는 자신을 보며 아버지께 확인받는다.

 

‘아버지, 저 이제 이것을 할 줄 알아요.’

 

그는 그때 아버지의 나이를 더 넘어설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아들>은 남겨진 사람의 후유증에 대해 다뤘다. 누군가가 떠났을 때 그 사람의 흔적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아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갑작스레 아버지와 이별했다. 아버지는 어린 그에게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아들은 이별 속에서 아버지를 기억하려고 했다. 소외된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방어 기제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방어 기제는 습관이 되고 일상이 되었다.

 

 

 

마무리하며



『고요한 인생』 작품 속 인물들에겐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은 소거되어 있고, 절망에 기반한 환상 속으로 도피하는 일조차 여의치 않다. 희망을 함부로 말하지 않고 현실을 포장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절망이 깊이 내재하여 그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쉽게 읽히지만 읽기 힘든 소설이기도 했다. 우울함을 담담하게 더욱 슬프고,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동시에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듯한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어떠한 변화도 기대하기 힘들다. 소설 속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책임을 지지 않고, 남겨진 아이들은 아이다운 시간을 얻지 못한 채 헤어짐을 받아들이며 시간을 다시 보낸다. 그렇게 변화는 없이, 이 모든 것은 그저 일상으로 흘러간다.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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