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존재 - 고요한 인생

글 입력 2020.09.1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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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처음 시작이었던 [고요한 인생]을 읽으면서 우리가 자아를 성찰하면서 살아가는 시간이 과연 자유롭게 주어졌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한살 한살 먹으면서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고 그것들을 하야만 하기에 늘 정신없고 분주했던 내가 떠올랐다. 그렇게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도 참 많이 힘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금도 외부의 상황과 환경의 영향을 받는 시간이 종종 있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나를 완전히 알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한다.


[고요한 인생]의 주인공은 '아이 같지 않다'라는 말에 딱 들어맞았다. 사실 주인공의 행동은 나에게는 섬뜩했다. 언니가 먹을 국에 락스 물을 넣고 자신의 존재를 숨겨 부잣집에 입양이 된다. 그리고 친구를 다치게 하고 자기가 그런 것이 아니라며 시치미를 뗀다. 이 아이에게 잘못하면 내가 위험해질 수 있겠다는 위협감과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이다.

 

이런 아이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는 부모를 보면서 의아하기도 했다. 결핍이 있는 아이에게 남에게 가하는 위협에 대해서 말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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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단편 중 한편이었지만 표지의 따뜻한 느낌과 참 대조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후에 읽었던 나머지 6개의 단편도 내가 평소에 느끼지 않으려고 했던 감정들을 드러내는 이야기였다.

 

우울하기도 했고 쳐지는 감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결국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책 속의 인물들처럼 행동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했다. 요새 엄마와 자주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인간에게 다 양면성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이 책과도 그 이야기가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한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누구의 잘못을 비판하고 늘어놓기보다는 그저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라고 담담하게 전개된다. 그래서 더 알쏭달쏭하기도 했다. 나처럼 타인의 의견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혼자 스스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이야기들을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점점 단편을 읽다 보니 책 속의 인물에 멀찍이 떨어져서 보는 느낌이라 쉽게 판단하기도 어려웠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냥 담담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고. 인간의 양면성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고. 나 역시도 그럴 것이라고. 이 책을 읽고 왜 이런 생각이 확고해졌는지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함부로 비난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들만의 사정, 그들의 선택을 그저 묵묵하게 지켜보는 사람도 어쩌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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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번에 읽은 [체리]라는 소설, 그리고 이번에 읽은 [고요한 인생]처럼 차분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나 스스로가 밝은 에너지를 갖는 것을 좋아하고 기분 좋은 것들을 접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경험했던 과거에 힘들었던 순간순간의 감정이 툭툭 올라오는 이야기들을 어려워한다. 그래서 읽기도 어렵고 글을 쓰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어쩌면 다양한 이야기를 읽고 글을 쓰는 이 어려움이 완벽하지 않은 나를 표현하는 부분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완벽하지 않은 걸 잘 알면서도 그 욕심을 못 내려놓고 괴로워하는 내가 어려운 걸 접하면서 조금씩 나에 대한 완벽주의적인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어쩌면 나에게는 큰 도전이기도 하다. 나는 앞으로도 나에게 어려움을 주는 문화를 많이 접하고 싶다. 나와 다른 결을 가진 것들을 찾아내고 접하면서 온전히 그것을 느끼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책 소개>
 
 
소외된 존재들에 대한 예리한 시선이 돋보이는 신중선 소설 『고요한 인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들을 통해 우리 안에 내재된 인권감수성을 일깨운다.
 
<고요한 인생> <아들> <언니의 봄> <언더독> <낮술> <아이 러브 유> <그 집 앞>까지 일곱 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보잘것없는 모양새로 거리를 떠돌며 실패와 절망의 서사들이 가족의 이름 아래에서 먼지처럼 피어오른다.
 
바깥잠을 부러 자며 서울 거리를 배회하고(<그 집 앞>), 새벽마다 채팅창에서나 존재하는 남자를 떠올리며 영업을 하긴 하는지 실제로 존재하긴 하는지 모호한 술집 앞을 서성인다(<아이 러브 유>). 주소도 없는, 재개발도 비켜간 그 집에 대한 기억도, 이십 년을 떠돌다 돌아온 아버지의 구두에도 뽀얀 먼지가 함께한다(<아들>). 먼지 속에 살아가던 인물들은 예식장에서 축의금 봉투를(<언더독>), 서점에서 책을(<그 집 앞>) 어설프게 훔쳐 내기도 한다.
 
신중선 작가의 전작(前作)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거짓말』에서도 '삶의 무게와 침묵', '고요한 잔혹극' 등의 열쇠 말로 해설된 바 있다. 신작 『고요한 인생』에서도 그런 관점은 일관되게 유지된다.
 
 
*
 
고요한 인생
- 먼지 같은 관계 속에 소멸되는 시간과 공간 -
 

지은이 : 신중선

출판사 : 내일의문학

분야
한국소설

규격
134*200

쪽 수 : 204쪽

발행일
2020년 07월 27일

정가 : 15,000원

ISBN
978-89-98204-76-1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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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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