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금, 만화 6호 - 만화가 재난을 다루는 법 [도서]

만화가 재난을 다루는 법
글 입력 2020.09.13 00:0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재난이 지금처럼 가까이 느껴진 적이 없었다. 영화나 만화에서 존재하던 해괴한 재난과 사건사고들이 뉴스에서 등장하기 시작했고, SF적 상상력이라고 여겨졌던 재난 콘텐츠들이 새로운 눈길을 받게 되었다. 이전에도 재난물을 즐겨보던 나 역시 영화와 만화 속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촌철살인으로 느껴졌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지원하는 만화(웹툰) 비평지인 <지금, 만화> 6호는 재난과 만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펙터클하고 많은 동적 요소를 포함하는 재난물이 만화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의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 만화, 웹툰에서 재난은 고전적이자 인기 있는 소재이다.

 

 

13.jpg

 

 

웹툰에서 본격적으로 재난을 다루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2009), <당신의 모든 순간>(2010), <조의 영역>(2012), <하이브>(2014)와 같은 작품들이 웹툰의 장르로서 재난을 정착시켰다.

 

 

영화에 비해 화려한 시각효과를 구현하기 힘든 만화는 영화와는 반대의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광범위한 곳보다는 고립된 곳, 대규모 재난보다는 개인의 사고에 초점을 맞춘다. - 14p

 

 

영화와 만화에서 재난은 "그 사회의 원초적인 모습(13p)"을 드러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만화에서는 작가의 그림체에 따라 재난의 분위기와 초점이 달라지고 또 주인공의 심리적 표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영화와 다르다. <지금, 만화> 6호에서는 재난을 다루는 영화와 웹툰의 방식을 비교하고 또 대표적인 재난 만화들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재난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공공의 위험에 맞서 등장인물들이 힘을 합치고 또 개인적인 성장을 이루어 내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사회적 가치가 무너진 상황에서 사람들이 다른 기준에 따라 선택한다는 점이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좀비딸.png
<좀비 딸>

 

 

(웹툰 <좀비 딸>의) 수아가 좀비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간의 행적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보인 행동이 어딘가 낯익기 때문이다. 정환의 집에 몹쓸 낙서를 남기거나 돌을 던지고 인터넷에서는 정환과 수아의 신상과 사진이 공개되었으며, 두 부녀를 향한 비난과 욕이 난무하다. - 42p

 

 

특히 작품에 대한 해석 중, <좀비 딸>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네이버 웹툰인 <좀비 딸>은 두려움과 배척의 대상이었던 좀비를 소통의 대상으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작가는 수아를 좀비가 아닌 사람처럼 느끼도록 표현을 해왔지만 결국 작품의 끝부분으로 갈수록 돌아오는 것은 수아 가족에 대한 염려와 비난이었던 것이다.

 

이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이 놀라울 정도로 반영된 결과이며, 재난은 즉 불안이고 곧 특정 대상을 향한 혐오로 이어진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14.jpg

 

 

흥미로운 것은 이 작은 공동체가 '아이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기성세대가 거짓으로 구축한 시스템(서울)을 부정하고, 스스로 진화하기를 결심한 신인류를 상징한다. - 58p

 

 

재난 만화에서는 세대 간에재난을 맞이하는 구별된 특징을 보여주기도 한다.재난이 일상인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은 재난과 공존하는 법을 터득해 나간다. 그리고 점차 진정한 재난이 무엇인지 드러나게 된다.

 

 

다운로드.jpg
<하이브>

 

 

아주 잠시만 <하이브>의 현장에 우리 자신을 넣어보기로 하자. 내가 그런 재난 상황에서 인간과 곤충의 혼종이 되어버렸을 때 끝까지 잃지 않을 것은 무엇일까? - 67p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우리가 되새겨야 하는 것은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재난이지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난 만화는 재난에 맞서 싸우는 쟁점을 넘어서 "감염자를 내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법(130p)", "감염자를 내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방법(133p)"을 논하고 있다.

 

<지금, 만화> 6호에서 즐겨본 웹툰에 공감하고 새로운 웹툰을 소개받으면서 스펙터클을 넘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는 재난 만화들에 감명했다. 좋은 작품을 보고 또 해석하면서 개인의 재난과 사회의 재난에 슬기롭게 대처할 힘을 키워나가길 바란다.

 

 

지금 만화 2D_L.jpg

 

<책 소개>
 
 
왜 지금 재난만화를 읽어야 할까?
배트맨과 슈퍼맨도 재난만화 속 영웅일까?
일본은 왜 재난만화를 잘 만들까?
코로나 19시대, 무얼 보고 읽어야 할까?
그 많던 웹툰 플랫폼은 어디로 갔나?
<데드 라이프>는 왜 노란 메모지를 넣었을까?
웹툰 생태계에서 산업 인프라는 얼마만큼 중요할까?
왜 재난만화는 학교와 학생이 꼭 나올까?
전염병이 유행하면 연애는 포기해야 할까?
 
올해로 한국만화는 111살을 먹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만화만큼 만화비평의 시간도 그동안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만화 비평의 시작으로 《동아일보》 창간 멤버였던 김동성(1890~1969)의 만화작법 연재를 보는 데는 아직 적잖은 이론(異論)이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만화비평의 시작을 시인 오규원이 《뿌리 깊은 나무》에 게재한 비평문으로 보고 있는 것은 타당하다. 그 이후 1993년 《스포츠서울》에서 신춘문예에 '만화비평' 부분을 신설하고 만화평론가를 배출하면서 본격적인 국내 만화비평의 장이 열렸다.

 

지난 2018년 《지금, 만화》 1호의 첫 발간은 무엇보다 만화비평의 중요성을 정부와 만화계가 인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과거 한국영화의 부흥기를 평론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관점에서, 한국만화도 그 치열한 평론문화의 정착에서 꽃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웹툰 전성시대에서 제대로 된 만화(웹툰) 비평서로서 《지금, 만화》가 그 역할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지금, 만화》 6호는 2020년 당대의 사회적 현실 문제와 만화를 연결시키고자 했다. 2020년 새해 벽두부터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를 전례 없는 팬데믹 세상으로 빠뜨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의료는 거의 준 마비상태가 되었으며, 전 세계인의 정신과 건강 상태마저도 혼란과 붕괴를 야기하고 있다. 이 팬데믹 시대가 언제 끝날지, 아니 끝나기나 할지 제대로 가늠할 수 없는 시대에, 《지금, 만화》 6호는 '재난'과 '만화'를 연결지어서 만화(웹툰)이 세상을 보는 눈을 살펴보고자 한다.
 
 
*
 
지금, 만화 6호
- 재난 + 만화 -


발행처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편집인 : 《지금, 만화》 발간위원회

발간사 : 팬덤북스

분야 : 잡지

규격
170*240

쪽 수 : 192쪽

발행일
2020년 07월 31일

정가 : 3,000원

ISBN
977-26-35883-00-6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추희정.jpg

 

 

[추희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