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공지능 - 새로운 위험인가 새로운 예술인가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9.1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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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라는 주제는 로봇이 태어난 이후부터 쭉 연구가 진행된 주제였고 완전한 인공지능이 가능한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인공지능을 사람으로 인정할 것인지 기계로 취급할 것인지 등 철학적인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인공지능 개발 과정에서 생겨나는 여러 기술 발전으로 인한 경제적인 여파 등 실질적인 측면의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중이다. 대부분 단순 노동은 기계로 대체 될 것이라는 전망 하에 창의력을 요구로 하는 분야가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았고 그중에서 내 흥미를 유발했던 분야는 과연 인간의 창의력과 심리를 건드리는 ‘예술’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였다.

 

 


새로운 기회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새로운 도구의 등장을 가져오며 우리 생활을 좋게든 나쁘게든 어느 한 쪽으로 반드시 변하게끔 했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흑백텔레비전 하나로 방송을 보던 시절에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도 저마다 손에 든 화면으로 제각기 다른 영상을 보는 시절이 됐고,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가정은 물론 학교, 회사에까지 종이 사용량이 대폭 감소하고 서류를 보관하는 일에 할애하던 공간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렇듯 일상과 사회에 변화를 불러오는 새로운 도구의 출현은 예술에도 여러 변화를 가져오면서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화학 기술의 발전으로 화가들이 쉽고 안전하게 다양한 색의 염료를 구할 수 있게 되면서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은 더욱 다양해진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레이저의 탄생으로 예술가들은 캔버스와 도화지를 벗어나 3차원의 공간에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표현할 수 있었고 우리는 콘서트나 축제에서 레이저로 수 놓이는 화려한 무대를 볼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새로운 도구의 탄생이 가져온 변화는 그 역사를 이어가는 고리를 인공지능에 넘겨주었고 예술가들은 그 고리를 잡고 다채로운 세상을 그려나가고 있는데, 조금 다른 점은 그 스케일의 차이가 이전과 비교하기에는 너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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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REDIT: Irishtimes

 

 

sougwen chung이 개발한 인공지능 D.O.U.G는 그림을 그릴 때 움직이는 팔의 궤도나 길거리 보행자들의 움직임 등을 추적하여 종이에 손으로 표현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타블렛을 쓰는 것처럼 기계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경우는 많았지만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D.O.U.G가 보여준 것은 도구와 사용자라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각자의 의지로 움직이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협업에서 벗어난 인간과 다른 무엇 사이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협업이었다. 언제나 창의성을 요구하는 예술 분야에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사고를 도입하는 작품은 세기의 변화를 일으켰다. 인간이라는 종족의 범위마저 뛰어넘는 예술은 분명 이제까지와는 다른 전혀 새로운 무엇인가를 불러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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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REDIT: Dezeen

 

 

비주얼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은 기계 환각(Machine Hallucination)이라는 기법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영상미를 선사한다. 그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수 억장의 이미지를 수집 및 분석한 후에 이 사진들의 연결과 변화를 통해서 마치 환각에 빠지는 것 같은 영상을 만들어낸다. 영상이나 이미지를 자료를 이용하는 비주얼 아트는 기존에도 존재했었으나 레픽 아나돌이 선보인 작품의 핵심은 프로그램으로 사람이 처리하여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스스로 정보 수집하고 연산 및 처리 과정을 진행하여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넀다는 점이다. 인간이 도구의 힘을 빌린다하여도 절대 직접 처리 할 수 없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인공 지능이라는 기술을 통해 처리하여 보여주는 예술은 마찬가지로 우리가 앞으로 인생에서 새롭게 경험 할 수 있는 예술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

 

 


새로운 위협



인공지능이 쉬워 보이면서도 상당히 복잡한 대상이라는 것이 우리 사회가 개발과 처우에 대해서 열띈 논의를 하고 있는 이유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데이터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정보를 처리 해 주는 기술이나, AI 스피커, 보이스 어시스턴스 등으로 부르는 존재도 분명 인공지능이 맞긴 하지만 하위 단계에 속하는 인공지능이다. 여러 학자들과 각국 정계 관계자들이 그토록 매달리는 인공지능은 이런 단계가 아닌 ‘자율사고’를 실현한 단계다. 인간이 명령을 입력하면 그 명령을 스스로 처리하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 스스로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자신이 직접 명령을 생산하고 처리하는 말 그대로 인간과 똑같은 지능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진정한 인공지능이다.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인공지능을 비롯한 여러 기술이 개발 될수록 시장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직군에 속하는 것은 창의력을 요하거나 인간의 심리를 담당하는 직업이라는 것이 세계경제포럼의 예상이다. 우리 뇌는 복잡하게 꼬여있는 신경 회로 사이에서 일어나는 전기 신호의 교환과 그에 따른 호르몬 작용으로 움직이는데 이 모든 과정의 경우의 수와 값, 그리고 변수 등이 퀀텀 컴퓨터를 아무리 가져다 놔도 따라가지 못 할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만약 최종 단계의 인공 지능 개발에 성공하고 인공지능이 이런 과정까지 완벽하게 처리가 가능 한 시대가 온다면 그건 아마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간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고 이것이 사람들이 위협으로 간주하는 대상이다.


각종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 애니메이션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감하며 공생하는 유토피아적인 작품도 많지만 연산능력에서 인간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는 인공지능에게 지배당하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그려내는 작품도 많다. 그렇기에 인간의 감성과 창의력으로 범벅이 된 예술이라는 분야도 인공지능의 개발 단계가 이런 수준에 이르렀을 때 안전할 것이라고 보장 할 수가 없다. 우리의 모든 감상과 경험에 대한 해석은 교육과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자율적인 사고가 가능하며 온라인을 통해 물리적, 시간적 제약을 아득히 뛰어 넘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교육 수준을 비교 할 수 있을리가 없고 그 격차가 인간을 잠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새로운 미래



인공지능이 자율적인 사고가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다면 그것은 이미 인공적으로 태어난 신인류에 가까운 존재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예술은 대부분 같은 인류 사이에서만 이루어졌는데 그 원인은 다른 종과는 ‘언어’라는 장벽으로 인해 소통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서로의 의견을 나눌수 없고 의사를 전달 할 수 없는데 협력하여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와 달리 인공지능이라는 신인류는 인류의 기술에서 태어난 존재이니 소통이 가능한 종이다. 여타의 다른 종과는 달리 예술을 합께 창조 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인공 지능이 가진 방대한 지식과 그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연산 능력은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아득한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는 이런 인공 지능의 능력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하여 이전에는 존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예술 장르를 불러올 것이라 본다. 앞서 언급했던 예술가들이 보여준 작품을 뛰어넘는 인류 안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무엇이라 딱 짚어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작품 말이다. 이런 미래에서 기대되는 점은 과연 인공지능이 가지게 될 사고방식과 가치관은 어떤 것일지, 그것이 어떤 예술 작품으로 표현될지, 그리고 인간과 협력할 때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다.


어느 시대에나 사회적인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었고 예술계의 변화도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인류가 만든 모든 사회와 문화는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사소한 것에서부터 하루 아침에 변화를 깨달을 정도의 격변에 이르기까지 그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변화라는 존재와는 항상 마주쳐왔고 미래에 우리가 마주하게 될 변화는 인공지능이다. 그 변화가 유토피아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디스토피아적인 결과를 가져 올지는 그 시기가 찾아오기 전 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 태어난 것이 예술이니 만큼 예술 분야는 유토피아적인 미래를 마주하여 우리 사회가 좀 더 다채로워질 수 있는 근간이 됐으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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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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