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본특유의 서정이 담긴 눈의 마을이야기 - 설국 [도서]

196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글 입력 2020.09.0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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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설국>의 서두로 책의 내용 전반을 함축해서 담고 있는 문장이다. 일본 근대문학 전 작품을 통틀어 보기 드문 명문장으로 손꼽히며 내용 전반을 이끌어나가는 힘이 여기에 있고 이 한 문장에 전부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이름은 ‘시마무라’. 도쿄 사람인 그는 어느 겨울 니가타현의 산골 온천여관을 방문하게 된다. 그곳에서 우연히 게이샤 ‘고마코’를 만나게 되는데 첫 만남 이후 알 수 없는 감정에 이끌린 시마무라는 매해 겨울마다 고마코를 만나러 여관을 다시 찾아간다. 그리고 그녀와 벌어진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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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가지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 시마무라는 알고 보니 아내가 있는 한 집안의 가장인 것이다. 초반부에는 이러한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중반부에 접어들어서 알게 되었을 땐 불편했다. 그럼에도 완독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그 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만 나눈다는 점인데 그 부분이 흔한 불륜 막장 소설과는 묘하게 다르다는 것.

 

두 번째, 극의 전반적인 내용이 그저 이야기를 나눌 뿐이라 하더라도 불편하기는 한 그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눈에 둘러싸인 일본의 어느 작은 마을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저자의 세밀한 서사가 읽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저자가 주인공과 게이샤를 연관지은 제목을 하지않고 배경이 주가 되는 <설국> 이라 지은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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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배경이 겨울인 만큼 겨울만이 가지는 분위기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루는데 이 책에서의 '겨울'은 우리가 겨울을 생각하면 떠올리는 일반적인 분위기와는 다르다. ‘차갑고’ ‘매서운 바람’ 의 느낌이 아닌.  포근하고 안락한 서정적인 겨울의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온천’이라는 매개체와 결합하여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만든다.

 

맨 마지막 역자의 해설에는 눈을 감고 설국의 풍경을 상상해보라고 적혀있는데 실제로 겨울의 일본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나에게 그 모습을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느꼈던 일본 특유의 청량한 분위기와 단조로운 느낌은 <설국>에서 그대로 나타났으며 노벨문학상 위원회가 “일본인의 서정을 잘 드러낸 작품” 이라 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일본 특유의 서정을 그려낸 작품이라 그런지 절제되어있고 함축적인 면이 많다. 또한 본질적인 것을 꿰뚫지 않고 우회하듯 말하기도 일본 문학의 특성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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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를 그리다


 

결론적으로 주인공과 두 여인의 행동에서 의미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고마코’와 ‘요코’의 삶도 허무하고 세 번이나 그곳을 찾는 ‘시마무라’의 행동도 결론적으로 '허무'다. 배경이 설국인 이유와 의미 없는 그들의 행동의 연관성을 찾다 보니 떠오른 생각이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설국>이라는 곳도 결국 봄이 되면 사라질 공간이다. 그들의 이야기도 설국을 떠나면 사라진다. 언젠간 눈이 녹는 것처럼 그들도 이야기도 설국을 떠나게 되면 사라질 것을 알기 때문에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실제로 눈을 기다리는 이유도 마찬가지가 일 듯 하다. 눈은 짧게 유지되지만, 마음속에는 오래 남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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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

 

일본에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은 한 번에 완결편으로 쓰인 것이 아니다. 초판부터 완결판 <설국>이 출간되기까지 13년이 걸렸다. 드문드문 써 내려간 것을 한데 모은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기승전결이 뚜렷한 기초 탄탄, 짜임새 탄탄한 완결성 높은 작품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기에 자연 묘사와 인물의 심리 표현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많은 <설국>은 결국 이러한 특성 덕분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되었다.

 

어렸을 적부터 가족의 죽음을 차례로 겪으며 혼자서 외로움과 싸워야 했던 그는 작가가 된 후 주로 여행지에서 작품을 집필했고 <설국>도 그렇게 탄생했다.

 

한 나라의 고유한 정서와 문화는 문학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에게는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 일본 특유의 서정적인 문화를 느껴보고 싶다면 <설국>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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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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