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전의 기억들을 되살펴보며 웃음 짓기 [사람]

다시 마주하는 과거의 순간들
글 입력 2020.09.05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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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을 나가기가 몹시 두려운 요즘이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얼굴의 반을 가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익숙해져 버린 것일까? 숨쉬기가 불편하다는 생각도 근래에는 쉬이 하지 못하는 듯하다. 서로의 표정을 읽을 수도, 아예 알 수조차 없는 나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대화를 하는 것도 두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이전보다도 홀로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많다. 처음에는 ‘이제야 쉴 수 있겠다’는 생각도 조금은 했지만, 지금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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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깊이 고민을 하던 난 사라졌다. 주어진 시간이 왜 24시간밖에 되지 않는가, 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넌 나였는데, 참 신기하다)

 

그저 무료하게 하루를 보내는 날들이 반복되어서 그런가.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밌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한다. 그래서 시도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이전의 기억들을 다시 경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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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기억들을 경험한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위의 경험은 말 그대로 다시 해본다는 의미다. 어릴 적 내가 재미를 느꼈던 것들, 여전히 내게 좋은 감정으로 남아있는 것들을 다시 접할 때, 느끼는 감정은 의외로 크다.

 

소중하기도 하고 뜻깊기도 하고 뭔가 벅차기도 하고. 묘한 감정이 마음속에서 올라온다. 그리고 과거의 어떤 기억이 좋지 않더라도, 지금에 와서 다시 경험해볼 때, 새로운 기억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실제 내가 경험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피아노를 자주 친다. 한때는 피아노를 전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그것에 진심이었지만 어느 순간 놓아버렸다.

 

쇼팽, 리스트, 드뷔시 등 시대를 풍미한 클래식 작곡가들의 곡을 내가 왜 쳐야 하냐, 마음대로 치는 것이 왜 안되느냐, 이렇게 원칙이 정해져 있으면 어디서 흥미를 느끼냐는 등 할 수 있는 핑계는 다 대면서 악기를 그만둬버렸다. 그 후 내가 다시 피아노를 재미있게 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니, 피아노를 치더라도 그렇게도 배우기 싫어했던 곡들을 자진해서 연주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요즘 다시 그 곡들을 치고 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재미를 느낀다. 피아노와 관련한 이전의 기억이 좋았던 것들만 존재하지 않기에, 다시 경험하더라도 똑같을 거라 여겼지만, 그렇지 않았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데 피아노는 제법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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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시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고 있다. 왜 피아노를 그만뒀을까, 하는 아쉬움이 아주 조금 있었지만, 그리 크지 않았던 나인데. 피아노를 붙잡지 않았다는 것이 꽤 아프기도 하다. 이런 감정 역시, 지금이기에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홀로 시간을 보내기에, 무료한 나날이 반복된다고 여기기에 온갖 것들을 시도해보다 과거의 나를 마주하는 시간 역시 가질 수 있었다. 좋았던 기억만 안고 살아가는 것이 나의 소원 중 하나였는데, 이제는 아니다. 좋지 않았더라도 여전히 남아있는 이전의 기억들을 되살펴보면서 지금, 이 순간에 나도 모르는 웃음을 지을 수 있다.

 

힘든 시간이 반복되는 요즘, 주어진 시간이 너무도 벅차다 생각이 들 때 이전의 기억들을 되살펴보는 것이 어떨까? 어쩌면 당신도 예상하지 않았던 웃음을 지을 수 있다.

 

 

[김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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