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혼란스럽지만 흥미로운 예술 감상방법 - 도서 '예술적 감정조절'

글 입력 2020.09.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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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임상빈 저자의 <예술적 얼굴책>을 리뷰한 적 있다. 그 책이 계기가 되어 그 후속작에 해당하는 <예술적 감정조절>을 읽게 되었다. 이전 책이 얼굴을 하나의 조형물로 보고 다양한 해석을 끌어냈다면, 이번 책은 예술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정서를 분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변형해보는 데 초점을 둔다.


주제는 다르지만 사용된 체계는 비슷하다. 얼굴의 형태, 상태, 방향, 수식, 음양론은 더욱 추상적인 형태로 해석된다. 그러니까 원만한 얼굴이 원만한 감정으로 대치되는 식이다.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이 시리즈가 갖는 독자적인 매력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감상에 앞서 이러한 과정은 꽤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이 책을 들게 된 계기기도 하고, 내가 이 시리즈에 기대하고 맛보았던 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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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 Hopper(미국, 1882-1967), '밤샘하는 사람들(Nighthawks), 1942'

 oil on canvas, 84.1 x 152.4 cm (33 1/8 x 60 in.), Art Institute of Chicago

 

 

 

결정권자의 예술 감상 방법


 

코로나 19사태와 놀라운 기술발전으로 우리의 삶은 이미 반 정도 가상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가상과 실재가 혼종된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때로 이미 존재하는 방식에 안주하곤 한다. 이런 시대에 맞서 내가 자주 인용하는 한 미국 작가가 있다. 아트인사이트에서도 문화초대를 진행하기도 한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월리스 포스터다.

 

그는 지식적 정서적 의존과 성숙하지 못한 도덕적 명확성 속으로 후퇴하는 시대를 꼬집으면서 우리가 거푸집이 아닌 본보기가 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나는 그의 말이 이 시대를 관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사회는 인싸라는 단어 사용을 독려하고, 개인들에게 어떤 무리를 형성하고 그 안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의식을 심곤 한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은 어떠한 실체도 가지지 않는다. 사회의 요구를 수용할 뿐, 나의 실재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예술적~` 시리즈는 하나의 영역에서 결정권자가 되려는 노력이었다. 예술계가 이미 하나의 엘리트 집단으로 받아들지는 시대에 저자가 취한 방식은 매우 흥미로웠다. 저자는 보통 미술작품을 해석하는 데 지지부진하게 사용하는 용어들-그러니까 큐비즘, 포스트 모던, 키치, 모더니즘 어쩌고-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그만의 체계를 만들고 더욱 대중적인 언어로 보급하는 방식을 취한다.

 

책의 날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저자는 그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감상체계를 만들어나간다. 이 책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의도적인 쾌활함은 어색함보다는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로 느껴진다. 새로운 체계를 접하는 독자 관점에서야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예술가로서는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기존을 모방하지 않는 새로운 체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예술가의 일이 아니었던가.

 

이 책이 품고 있는 가능성과 의미는 참 크다. 정보의 접근 가능성이 대폭 늘어난 시대, 예술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다. 예술 향유는 어떤 방식으로든 달라질 것이고, 이 책은 새로운 시대에 맞게 향유 방법을 변형한 하나의 시도로 기억될 것이다.

 

 

 

혼란스럽지만 흥미로운 예술 감상 방법


 

하지만 독자로서 이야기하자면, 책이 쉽게 읽히지 않는다. 다양한 이유가 제시될 수 있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저자가 실제 작품에서 이론을 적용하는 방식이 충분히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전 시리즈의 경우 얼굴이라는 객관적 실재가 있었기 때문에 독자로서 이해하기가 쉬웠다. 얼굴의 어떤 부분이 길다라니, 펑퍼짐하니, 도톰하고 생기가 도는지는 확실히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 그 책을 얼굴 조형학의 대담한 가설 세우기라고 했는데, 그 말대로 얼굴이 하나의 조형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저자가 설명하려는 이론의 습득과 적용이 쉬웠다. 저자는 예술작품의 다양한 향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론을 넘어선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기도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그의 이론이 공유되고 공감될만한 설득력이 부족했다. 물론 감정의 균형, 형태, 상태, 방향을 시각화된 방법으로 표현한 것은 정말 놀라웠다. 보통 감정이 코딩되는 방법은 "감정을 `0~100`으로 표현해주세요." 에 머물러 있는데, 이 책은 하나의 감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심리치료 현장에서 심리적 자기표현이 어려운 상담자와 내담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응용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그것을 어떤 작품에 대고 적용하는 데에는 어떤 문제가 있다. 이 책의 혼란을 가장 야기하는 부분이 이 적용 부분이다. 책은 앞서 기술한 이론에 기대 저자가 먼저 시범을 보이고, 독자가 이와 비교하고 함께 예술작품에서 떠오른 감정을 변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론 자체와 구성의 문제보다는, 표현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저자가 먼저 시범을 보이는 부분부터 독자의 해석과 많은 차이가 난다. 시범 부분에서 저자는 얼굴이 길다, 작다 정도의 기술이 아니라 `애달픈 애원`, `지키려는 신념`과 같은 저자의 판단이 섞인 표현을 사용한다. 당연히 독자의 판단으로 내린 결론과 차이가 나게 된다. 즉, 직관성이 떨어진다.

 

<예술적 얼굴책>의 실제 적용에서는 저자가 제공한 부록과 비교표, 그 자신만의 해석을 비교하는 맛이 있었다. 표현이 더 직관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직관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기본정보 없이 작품이 먼저 제시되는 식이라 독자는 저자의 도슨트이 없이는 길잃은 아이가 되어버린다.

 

차라리 예술작품의 정보를 먼저 이야기하고, 먼저 상상하게 한 다음 저자의 해석방식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면 이러한 혼란이 줄었을까 싶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각 감정에 대한 코딩 방식이 직관적이지 않다는 점은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흥미를 느끼며 책을 읽었지만, 이 책의 종반부까지 책을 술술 읽을 수 없었다.

 

 

 

나가며



여기까지가 내가 읽은 <예술적 감정조절>이다. 후반부 직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아쉽지만, 독자적으로 감정을 코딩하고 예술향유와 연결하는 아이디어의 참신함과 시도에는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어떤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만들어진 이론 자체는 개개인이 실제 현장에서 충분히 활용 가능할 것 같다.

 

또 저자의 후일담까지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이 있다. 바로 책의 저자가 독자에게 바랐던 것은 그가 독자적으로 만든 예술 향유 이론의 습득 아니라 독자들의 예술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다소의 혼란을 감수하고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저자가 만들어낸 이론은 분명히 참신하고, 또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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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감정조절

-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

 

 

지은이 : 임상빈 

 

출판사 : 박영사

 

분야

예술일반

 

규격

153*225

 

쪽 수 : 512쪽

 

발행일

2020년 07월 30일

 

정가 : 24,000원

 

ISBN

979-11-303-1056-5 (03600)



 



[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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