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지개 시리즈-파랑' 푸른빛 여섯 가지 노래들 [음악]

글 입력 2020.09.0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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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파랑 또한 초록처럼 자연의 색이다. 하늘과 물의 색인 파랑은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을 준다. 차가운 계열의 색의 대표주자인 파랑은 이성적이고 냉정하고 냉담한 얼음장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반면에 파랑의 색감이 뇌 구조에도 영향을 미쳐 우리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여 조용하고 차분한 면도 지니고 있다.

 

하늘의 색인 파랑은 하늘과 연관이 있는 ‘종교적인’ 색이기도 하다. 파랑은 예수 어머니 마리아 옷의 색으로도 쓰였다. 하늘은 신과도 연관이 있어, 파랑은 신비로움, 영적인 존재, 신성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스에나가 타미오의 <색채 심리>에서 파랑은 상실함과 동시에 그것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색이라 하였다. 어딘가 허전하고 공허한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게 파랑이라고.

 

또한 스에나가 타미오는 문학을 통해 파랑의 의미가 확대된 예시를 제시했다. 노발리스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엔-푸른 꽃(1802)>에 나오는 ‘푸른 꽃’의 상징을 시, 사랑, 신관 인간, 자연의 조화라고 말하며 낭만파 주인공의 ‘무한한 동경’의 대상을 ‘푸른 꽃’으로 보았다.

 

파랑은 영어로 blue,  blue의 사전적 의미에는 파랗다, 푸르다도 있고 ‘우울’이란 뜻도 있다. 2020년 대두되고 있는 ‘코로나블루’도 이런 맥락이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blue에는 우울을 비롯해 슬픔, 그리움, 염세의 느낌도 있다. 이것을 기반으로 블루스 음악이 탄생했다는 얘기도 있다.

 

파랑이 가지고 있는 면모는 다양하다.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장르를 고르고 싶었다. 여섯 가지 키워드에 맞춰 파랑을 닮은 여섯 가지 음악을 선정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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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 우울시계 (feat. 故종현 of shinee)


 

첫 번째 키워드는 우울이다.

 

우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을 골랐다. 이 노래를 접하고선 우울한 기분이 들 때마다 즐겨 들었던 음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내 마음속 자리해 있던 우울함이 증발하곤 했다.

 

2013년 10월 8일에 발매한 아이유의 정규 3집 Modern Times의 수록곡으로 작사 작곡 모두 故종현이 했다. 가사에 맞춰서 째깍째깍 나는 시계 소리가 경쾌하다. 가사는 우울하다고 하지만 멜로디는 결코 우울하지 않은 살짝 발랄한 느낌도 난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가사인 ‘우울우울 열매 먹은 듯 우울’이 귀여워서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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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 - Summer hate (feat. 비)

 

두 번째 키워드는 청량이다.

 

청량한 음악은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도 이 곡을 고른 이유는 유튜브에서 본 영상 때문이다. 2020년 7월 1일 발매한 지코의 EP 앨범 Random Box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마케팅이 화제였다. 지코는 자신의 개인 채널을 통해 Random Box의 타이틀 곡 Summer Hate를 여러 스타에게 미리 들려주고 리액션을 하는 영상을 업로드 했다.

 

거기에서 소녀시대 윤아와의 대화 중에 이 곡을 보고 떠오르는 색이 있다면 하늘색이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직접적인 색을 언급한 지코의 말에 청량이라는 키워드에 맞는 곡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오직 여름을 저격한 앨범을 낸 지코는 이 밖에도 직접 일일 기상캐스터가 되는 마케팅도 선보였다. 또한 깡으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비가 피처링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더울 때 느끼는 불쾌재수를 재치 있게 풀어낸 가사와 듣기 편안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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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sha Sloan - Lie


 

세 번째 키워드는 상실이다.

 

사랑이 식어가는 연인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건 마음이 아려온다. 제발 사랑하고 있다고 거짓말이라도 해달라는 애절한 가사는 사랑을 갈구하는 화자의 상실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2020년 8월 7일 발매한 싱글 Lie는 Sasha Sloan의 소울풀 넘치는 목소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노래다. 그녀의 목소리는 몽환적인 멜로디에 잘 녹아 애달픈 분위기가 극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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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el - Bolero


 

네 번째 키워드는 회복이다.

 

앞서 얘기했던 상실감을 상쇄시켜주는 회복이 될 수도 있고 위로와 희망을 주는 회복이 될 수도 있다.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쳐>를 통해 귀에 익숙한 클래식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캐릭터들을 떠올리며 이 클래식을 자주 듣곤 했다. 앞만 보고 달리며 끝없이 질주하다가 가끔 뒤를 돌아보고 숨을 고르고 싶은 순간에 이 곡을 들었다. 평화롭지만 힘 있게 흘러가는 멜로디를 들으면 힘이 났다.

 

Bolero는 프랑스 근대 인상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라벨이 1927년 작곡한 오케스트라 작품으로 그의 스페인에 대한 이국적인 취향이 잘 담겨 있는 곡이다. 반복적인 리듬과 풍성한 악기들의 합은 계속해서 이 곡을 듣게 만드는 마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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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k Satie - Gymnopedie NO.1


 

다섯 번째 키워드는 조용함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이다. 초등학교 때 처음 접한 이후로 요동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을 때 자주 들었던 클래식이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들쑥날쑥 뛰던 심박 수가 안정이 되고 수면을 유도하는 기분이 든다.

 

Gymnopedie는 프랑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에릭 사티가 1888년에 작곡한 피아노 모음곡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나는 1번 느리고 비통하게를 즐겨 듣는 편이다.

 

줄곧 느리게 흘러가는 음표들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잔잔한 호숫가 근처를 산책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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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a Lipa - IDGAF

 

여섯 번째 키워드는 냉정이다.

 

차갑게 이별을 고하는 화자의 태도는 단호하다. IDGAF는 'I Don't Give A Fuck'의 줄임말이다. 순하게 의역하자면 ‘난 전혀 신경 쓰지 않아’ 정도이다. 이별에 있어 의연함과 냉정한 어투로 이어가는 가사들은 리스너들에게 사이다를 선사한다.

 

2018년 1월 12일에 발매된 Dua Lipa의 8번째 싱글 IDGAF는 겨드랑이털을 깎고 있는 Dua Lipa의 모습이 담긴 앨범커버로 화제가 됐다. 무엇보다 뮤직비디오가 강렬한 색채대비로 이루어져 눈길을 끈다.

 

Dua Lipa를 포함한 여러 여성이 파랑과 주황의 옷을 입고 내면의 거친 면모와 부드러운 면모가 부딪히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차갑고 이성적인 파랑의 이미지가 잘 쓰인 뮤직비디오라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장르를 통해 본 푸른빛 여섯 가지 노래들은 그것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주옥같은 경험을 선사할 것임은 틀림없다. 파랑과 닮은 여섯 가지 감정과 분위기를 이 음악들을 감상하면서 함께 느껴봤음 좋겠다.

 

*

 

p.s.) 음악적 견문이 좁은지라 풍성하게 푸른빛 노래들을 설명하기보다는 개인적인 경험과 정보의 바다 도움을 받았다. 특히 클래식은 연주자가 누군지에 따라서 그 곡의 느낌도 달라지는데, 아직 나는 어떤 연주자의 연주가 좋은지 정하지 못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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