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횡단하는 마음 [사람]

일상성의 회복에 관하여.
글 입력 2020.09.01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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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무섭다.

 

올봄부터 꼭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하며 보내던 시간이 점점 불안에 잠식되어 가고 있다. 진짜 문제는 이런 상황에선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떠오르지 않을 것 같지만, 자꾸 이 개인적이고 별거 아닌 일들이 가로막힐지도 모른다는, 혹은 가로막히고 있다는 생각들이 도리어 마음을 더 헤집고 다닌다는 것이다.

 

멋진 전시를 보러 가는 일, 심야 영화를 보는 일,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일, 친구들과 맥주 한잔하는 일 등. 긍정적이고 사소한 일상들이 주는 무기력 방지 작용을 그동안 너무 간과해온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부쩍 드는 요즘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일상만이 있는 건 아니다. 일 때문에 짜증 나고, 집에서도 가족과 말다툼하며 가장 편해야 할 집이 가시방석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마음대로 안되는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도 일상의 큰 부분이다. 부정적인 색을 띠는 일상에 작금의 상황이라는 무게 추 하나를 더해 마음대로 옴짝달싹할 수 없는 게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나를 둘러싼 일들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지만 이렇게 마음의 크기를 광활하게 초월해버리는 상황은 도통 겪어보지 못했던 불안감이기에 이야말로 부정적인 일상과 사회에 단단히 매인 상황이라고 밖에는 달리 말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상성의 회복을 위해 자신의 마음과 시간을 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위해 나누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의심과 환멸의 말들이 속을 비집고 나오는 시기에 따뜻하고 실천적인 행동으로 우리를 고맙고도 부끄럽게 만드는 그들은 우리에게 두고두고 부채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각자의 일상을 횡단하여 타인의 일상을 살펴볼 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종류의 진심이 담겨있는 걸까. 나는 이들의 진심 어린 마음을 쳐다보는 것조차 부끄러워진다.

 

자신의 일상에 도래한 불안함의 감정에 대해 어떤 이들은 다른 사람을 대입시켜 그 불안감을 나누고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타인의 일상을 자신의 일상과 같은 위치에 올려놓고 볼 줄 아는 지극함이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그래서 요즘엔 일상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일상이 불안하면 나의 일상 역시 온전할 수 없는 거구나. 그렇게 이기적으로 생각해서라도 우리는 타인을 좀 더 바라봐야겠구나, 생각을 한다.

 

비단 나의 안녕함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 일상을 아픈 현재를 통해 느끼고 있다. 내년이 오기 전 아픈 일상의 상실을 잘 극복해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일상을 긍정할 수 있기를 불안한 내일에 바란다. 다시는 전과 같아질 수 없을 통증의 시간을 보내며 말이다.

 

 

 

조원용 에디터.jpg

 

 

[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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