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치매는 흉이 아니다 [사람]

글 입력 2020.08.30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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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치매’를 검색하면, 치매 예방 혹은 치매 자가진단 등 대부분이 앓고 싶지 않은 병명으로 보인다. 치매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한 뇌 손상에 의해 기억력을 담당하는 여러 인지기능의 장애가 생겨, 예전 수준의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간단히 기억을 잃는 것이다. 좋은 기억, 나쁜 기억을 포함한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간다. 더하여 지능, 학습, 언어 등의 인지기능과 정신기능이 떨어지기도 한다. 여기서 두려움의 원인은 예전 수준의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대 의학기술로서 치매를 완치시키는 치료법이 없어서 공포는 배가된다.

 

 

무엇이 이토록 치매를 두렵게 만들까? 기억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나 두려울까?

 

 
 
치매는 고달픈 병이라는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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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유한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 노력한다. 메모하기도 하며,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다. 시간이 지나고 “그때 그랬었지”라며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축복이다.

 

가끔은 이것이 현재를 살아가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사람 뇌의 메모리에는 굳이 거대한 기억이 아니더라도 소중하다. 가령 부모님의 이름을 기억하고 함께 먹은 음식의 맛을 알고 있는 소소한 순간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렇듯 기억이라는 것은 형태가 없는 것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

 

환자들은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이름을 잊어버리고 추억들은 기억에서 사라진다. 사랑했던 것을 다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고 그 순간의 감정은 떠나버린다. 이 모든 것은 자신과 타인의 삶을 같이 꾸려가는 주축이다. 그래서 주위의 사람들이 보기에 고달픈 병이 치매일지도 모른다.
 
나에게만 남겨진 추억은 감사하다. 하지만 동시에 고통스럽다. 자신은 과거에서 이어져 오는 지금에 살고 상대방은 지금에서 과거로 가며 기억을 끊는다. 여태껏 이렇게 생각해왔다.
 
 
 
치매의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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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며칠 전 저녁에 우연히 본 메모장에서 치매에 대한 색다른 관점을 발견했다. 이 메모는 2019년에 전시를 보면서 기록했던 내용이었다. 영감을 받은 작품에 대한 필자의 생각이었는데, 이것은 치매가 걸린 어머니의 곁에 있는 자식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치매에 대해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걱정과 단점이 아닌, 치매의 장점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

 

 

장점은 ‘치매란 삶의 끝자락에서 다시 추억 속으로 가서 사는 것, 즉 행복한 것’이다. 내 기억 속 구석에 묶어두었던 조각들을 다시 느낄 기회를 가진다는 내용이다.

 

 

사실 당시에는 마냥 동의할 순 없었다. 자유롭게 한순간으로 가서 여행하는 것이 아닌, 과거로 가면서 현재의 발자취인 기억들을 조금씩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과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이 의문형을 다른 방향으로 바꿔보려 한다.

 

치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치매 환자들은 마냥 불행한 사람들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의사가 치매에 대한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아주대학교병원 신경과 임태성 교수는 “치매 질병에 대한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치매는 꾸준히 잘 관리하면 조절할 수 있는데, 치매로 진단받는 순간 ‘치매 환자’라는 멍에가 씌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한다. 이런 변화가 필수적인 이유는 좌절하지 않고 초기부터 관리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이 질병을 어둡고 곧 죽음으로 간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음속 어둠은 본인이 불을 켜지 않을 때 생긴다. 슬프게 다루지 않고 희망적인 부분을 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며 반가운 시선이다.

 

이해가 되지 않아도 혹여나 사실이 아니라도 마음이 내키는 대로 믿고 싶은 것들이 있다. 필자에게는 치매가 그런 것이다. 이것을 공포의 대상으로만 본다면,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도 너무나 슬프지 않은가? 많은 사람이 지난날로 돌아가는 그 여행을 슬픔으로 배웅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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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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