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만히 있는 나를 반성하며, 가만한 당신 [도서]

가만한 당신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글 입력 2020.08.25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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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에서 나온 최윤필의 <가만한 당신>을 읽었다.

 

살다 보면 내 삶의 공간과 시간 안에서만 갇혀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을 때 바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이 책은 넓고 깊은 공간과 시간을 다루고 있는, 세상 전체를 범위로 하는 책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이 있다. 그러나 이 사실에는 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위를 올려다 보지도 봇하고 앞만 보며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드넓은 하늘을 보여주고 먼 하늘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를 들려준다.

 

인간애 실현의 현장을 이룩한 전쟁 피해 여성, 혈우병 환자로서 혈우병을 치료한 의사, 장애의 편견을 이겨낸 여인, 굉장한 기록을 세운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 모성 해방을 부르짖은 의사, 자살을 예방하려고 노력한 심리학자 등의 사람들이 연이어 소개된다.

 

이들이 특별한 삶을 살았다고 말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특정 환경에 놓이지 않은 사람들이 특정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지칭하는 ‘특별하다’라는 말을 사용한 폭력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바대로 삶을 산 것이다.

 

예를 들어 챌린저 호 참사 때 기계 결함을 알고 있었고 중단을 요청했는데도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순간을 특별하다고 칭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특별하다는 말 대신 ‘가만하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국어사전에 가만하다는 ‘움직임이 없고 가만히 있다’라는 뜻 외에도 ‘움직임 따위가 그다지 드러나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은은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지구 반대편에 사는 내가 모르는 동안 드러나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은은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 나간 사람들인 것이다.

 

 

[크기변환]바다 해변.jpg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가만한 사람은 콩고의 전쟁 피해 여성인 레베카 마시카 카추바다. 그녀는 여러 차례의 강간을 당하고 딸들과 가족도 피해를 입었다.

 

나만 몰랐던 것인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콩고전쟁에는 주변의 여러 나라가 개입해서 내전이 규모가 커졌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피해를 입은 그녀는 같은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지원해주는 단체를 설립해서 그들도 도와주고 아이들까지 거두어주고 있었다.

 

나는 인간이 인간을 이렇게까지 아프게 할 수 있는지도 몰랐거니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렇게까지 보듬어 줄 수 있는지도 몰랐다. 세상은 넓었고 내 시야는 너무도 좁았던 것을 반성했다.

 

이 책은 간결한 구성으로 가만한 당신들의 삶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 있다. 모두 35명의 사람들이 이 책에 실렸고 2010년대에 돌아가신, 동시대를 같이 살았던 사람들을 모아 소개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 이상 무심하지 않도록, 가만히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는 이들을 지나치지 않도록 이러한 책이 많아졌으면 한다.

 


[김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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