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아는걸 보니 나도 화성인이다 [도서]

글 입력 2020.08.24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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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과 자주 하는 것, 또는 열심히 하는 것 사이에는 꽤 크고도 명확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우리는 쉽게 이러한 것들을 같은 것으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한다.

 

단편적인 예를 들자면 대학생 아무개인 나는 커피를 매우 좋아하지만 커피 내리는 시간보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그저 스쳐 가는 숫자일지 모를 학점을 높이기 위해 수업을 듣는 일을 더 자주 한다. 간혹 수업을 좋아하는 내 상식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어디 화성에서 퇴출당한 비상식적인 학생도 존재하는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난 그런 부류가 아니다. 다만, 책 읽는 건 꽤 좋아해서 어떤 사람이 보기에는 저자와 비슷한 화성인일지도 모른다.


이 사람과 나의 차이점은 나는 내 물건 빌려주는 걸 무척 싫어한다. 그렇기에 책은 못 빌려준다. 대신 책 한번 읽어보면 꽤 재밌다는 내 지난날의 경험을 잠시 보여줄 수는 있다.

 

 

 

독서를 즐기는 법 - 책을 읽는 것


 

독서를 즐기는 방법은 책을 눈앞에 펴고 눈으로 읽어가며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이다.

 

영화를 즐기는 사람은 영화관에 가거나 넷플릭스, 왓챠를 구독하던지 어떤 방법으로든 영화를 본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종목이 무엇이든 일단 그 운동을 하러 나간다. 어떤 일이든 그 일을 즐기는 방법은 그 일을 하는 것 외에는 없다는 것을 사람들은 종종 깜빡하는지 ㅇㅇ을 즐기는 법을 공부하려는 태도를 보이는데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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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라는 활동을 유달리 신격화시키는 종족들의 영향력도 지대하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스쳐 지나가듯 본 ‘내 경험상 아침형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의 차이점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인간들이 유달리 잘난 척한다는 것뿐이다’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결국은 독서도 그냥 자기가 좋아서 책 많이 읽는 것뿐인데 마치 엄청나게 고상한 취미를 즐기는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으스대는 사람들이 간혹 보이고 방송, 신문할 것 없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미친 듯이 열거한다. 금연해야 하는 이유, 운동해야 하는 이유, 공부해야 하는 이유. ~을 해야 하는 이유는 어디든 갖다 붙이면 그만인데 왜 독서에만 그렇게 거창한 포장지를 씌우는지 모르겠다.


독서를 즐기는 법은 책을 읽는 것이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내가 읽고 싶기 때문일 뿐 다른 것은 필요 없다.

 

 


갑자기 내리는 책 - 한 번 읽어볼까



이거 한 번 읽어볼까라는 생각에 집어 든 책이 더 재밌는 경우가 꽤 잦은 편이다. 이렇듯 별생각 없이 움직이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일하면서 새로운 레시피를 만드는 걸 거들 때가 있는데 머리 싸매고 이것저것 섞어가며 아무리 애를 써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이 더욱 열이 받는 이유는 어쩌다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넣어서 만든 음료가 더 맛있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내 노력은 누가 보상해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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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비슷한 것이 각종 온라인 서점 홈페이지에서 떠들썩하게 광고하는 베스트 셀러, 밀리언 셀러, 이달의 추천 도서 같은 것들을 열심히 뒤져보고 사람들 리뷰를 하나하나 읽어보고, 미리 보기로 책 내용까지 훑어보고 고른 책보다 그냥 제목에 끌려서 무슨 책인가 하고 슬쩍 보고 고른 책이 더 재밌을 때가 많다.

 

그냥 느낌에 끌려서 샀으니 그 안에 무슨 내용이 들었는지, 어떤 장르인지 그 무엇도 모르는 상태로 책 속으로 빠져드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이면 많은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에 머리를 싸매기도 하고, 재밌는 표현에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언젠가 한 번 겪었던 일을 떠올리며 공감하기도 하며 내 안의 이것저것을 불러낸 어쩌다 고른 책은 내 소매를 책 향기로 적신다.


나는 갑자기 산 책이 너무나도 좋다.

 

 


화씨 2795 - 타지는 않을 듯



요즘은 다 전자책으로 보는 경우가 많으니 책이 탈 일이 없다. 나도 구독 경제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서점에서 책을 사서 손으로 넘기며 읽기보다는 손으로 화면을 한 번 스윽 밀어주면서 읽는다.

 

책장 앞에 서서 이 책을 집었다가 다시 넣고, 저 책을 집었다가 다시 넣는 일은 안 한다. 이 책 이미지 한 번 눌렀다가 저 책 이미지 한 번 눌러본다. 마음에 들면 다운로드하고 태블릿 화면만 쓸어가면서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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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들이닥친 이 정보통신기술이라는 녀석들은 종이책을 꽁꽁 싸매고 어디로 치워버리더니 내 앞에 차갑고 딱딱하지만 꽤 얇고 들고 다니기 좋은 태블릿을 주면서 전자책을 던져줬는데 나한테만 찾아온 게 아닌 것 같다. 등하굣길의 지하철, 버스 기다리는 정류장, 할 짓 없어서 앉아 있는 카페, 그 외 어디든 장소와 시간에 상관없이 내 주변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것인지 그냥 의미 없이 넘기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종이로 된 책 들고 있는 사람은 잘 없다.


종이보다 훨씬 뜨겁고, 뜨겁다 못해 주변을 몽땅 녹여버릴 온도로 불을 피워대는데 이 책은 너무 차갑다.

 

 


책 소개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만화 에세이. ≪뉴욕 타임스≫, ≪뉴요커≫ 등에 만화를 연재하고 카툰 어워드에서 '최고의 미국 만화'를 수상한 일러스트레이터 그랜트 스나이더가 쓰고 그렸다. 본업은 치과의사지만,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책 중독자'라고 답하는 저자는, 처음 책을 만난 유년시절부터 책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고 지금은 탐독가, 애서가, 장서가로 불리며 전 세계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책 컬렉터이자 작가이며 일러스트레이터인 그가 책에 보내는 오마주 같은 책이다. 책을 향한 한 사람의 애정이 14개 주제, 85개 에피소드로 담겨 있다. 출간 이후 전 세계 책덕후들의 입소문을 타고 SNS에서 빠르게 퍼졌으며, 국내 문학 독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어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어냈다.

 

시적인 글과 재치 넘치는 그림을 한 컷, 한 컷 따라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밀려오는 위로가 있다. 재밌어서, 외로워서, 더 알고 싶어서 책과 함께했던 그 시간들이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모이고 모여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일기를 보는 듯 공감할 것이고, 앞으로 책을 좋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책덕후들의 평범한 듯 특별한 삶을 관찰할 수 있다. 작가의 탄생에 얽힌 비화와 깨알 재미는 덤이다.

 

책덕후라면 한번쯤 해봤을 말,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는 듣기 두려운 말이 있다. "책 좀 빌려줄래?" 빌려서라도 '그 책'을 꼭 읽고 싶었던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책의 힘을 믿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책이자 우정의 책이며 유머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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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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