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덕후 친구 필요하세요? - 책 좀 빌려줄래? [도서]

때로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두려움과 즐거움을 가졌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글 입력 2020.08.24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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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독서 생활에 대한 오피니언에서 ‘나’를 대변하는 책장을 완성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책 좀 빌려줄래?』의 원제인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라는 문장이 유독 반가웠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책덕후’를 위한 카툰 에세이라는 책 소개를 보고 나는 과연 책덕후인가 생각해보았지만, 아무래도 당당하게 나를 책덕후라고 소개하긴 어려울 것 같다.
 
저자처럼 다른 것을 모두 제쳐둔 채 책장에 책을 한가득 쌓아놓고 읽을 만큼 책을 사랑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책에 몰입하여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고, 읽는 책과 책장으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책 좀 빌려줄래?』 속으로도 금세 빠져들 수 있었다.
 
『책 좀 빌려줄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법한 재치 있는 비유와 일러스트로 가득 차 있다. 책을 많이 읽어 본 사람만이 파악할 수 있는 문학 혹은 책의 장치나 특징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글을 써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수백 잔의 카페인과 고민과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또 책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독서에 대한 에피소드도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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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들의 책장 구경 영상이나 독서 환경을 소개하는 영상을 좋아한다. 책은 대개 혼자 읽으면서 자기만의 습관을 쌓아가는 활동이라, 다른 이들의 독서 습관에 대해 알 기회가 드물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에서 저자가 자신의 사적인 독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읽기 좋은 곳’이나 ‘책갈피로 쓸 만한 물건들’, ‘내 책장의 책들’ 같은 에피소드가 흥미로웠다. 저자의 독서 생활 이야기는 나의 독서 생활을 돌아볼 기회도 되었다.
 
저자는 ‘책갈피로 쓸 만한 물건들’로 포스트잇부터 영수증, 풍선, 자신의 몸부터 고양이까지 어떤 물건이든 책갈피로 쓴다고 한다. 나도 제대로 된 책갈피를 사서 사용하기보단 책날개나 휴대폰, 심지어는 내 머리카락을 책갈피로 쓰곤 한다. ‘내 책장의 책들’도 찬찬히 다시 살펴보았다.
 
몇 해 전 결투하는 기분으로 어렵사리 읽은 책부터 누군가에게 선물 받아 읽는 내내 행복했던 책, 우연히 중고 서점에 들어갔다가 발견하고 너무나 신나는 마음으로 사 온 절판된 책까지 책 한 권 한 권에 나의 추억이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주로 어디에서 책을 읽는지, 나에게 ‘책이란...’ 무엇인지 또한 천천히 곱씹어볼 수 있었다.
 
또 이 책은 독서 습관뿐만 아니라 독서를 하면서 느끼는 미묘한 마음과 생각까지 공감하게 한다. 책장을 보고 널 판단할 거라면서도, 누군가 내 책장으로 나를 판단하는 건 꺼려지는 마음과 너무 방대한 책들 앞에서 어떤 책을 고를지 엄두가 나질 않아 책을 읽을 수 없는 상태가 나만 겪는 일들이 아니라는 생각에 위로가 되기도 했다.
 
나는 책덕후가 아닌 줄 알았는데, 나 또한 저자와 비슷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독서 생활을 궁금해하고, 나만의 습관을 들이며 책과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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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땐 구겨진 종이와 자포자기한 마음, 어른거리는 실패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도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곳에 주기적으로 글을 쓴지도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나는 아직도 나를 ‘글 쓰는 사람’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매번 많은 고뇌와 스트레스, 내 글이 별로라는 자괴감 속에서 힘겹게 글을 써 내려가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면 항상 언제쯤이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언제쯤 나를 글 쓰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그런 고민은 글을 더 안 써지게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글 안 써지는 병’의 특효약은 그 모든 피할 수 없는 장애물 속으로 들어가 글을 쓰는 것이었다. 책상 앞에서 하얀 종이만 하염없이 보고 있는 사람은 작가 지망생이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그 종이에 무언가 쓰고 있는 사람은 작가라는 ‘틀린 그림 찾기’가 기억에 남는다.
 
내가 부족해서 두려운 줄 알았는데, 모두가 두려운 것이었다. 아마 작가는 그 두려움을 이기고 글을 쓸 용기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때로는 나처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두려움과 고민과 즐거움을 가지고 산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이 책은 독자들이 그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나는 생각한다’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읽는다. / 나는 읽는다. 고로 나는 다시 생각한다. / 나는 다시 생각한다. 고로 나는 글을 쓴다. / 나는 글을 쓴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 독자든, 작가든, 책덕후든, 아니든, 우리는 생각하기 때문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이 모든 것을 반복한다.
 
그 과정이 재밌든, 괴롭든, 행복하든, 비참하든,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이제는 조금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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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는 다소 고독한 면이 있어 그 행위를 할 때의 생각과 마음을 나눌 기회가 흔치 않다. 그래서 친근한 책덕후의 독서 경험을 들으면서, 책과 글에 대한 나의 마음을 곱씹어 말하게 하는 이 책이 더욱 반가웠다. 북클럽 활동도 쉽지 않은 요즘, 『책 좀 빌려줄래?』 속에서 책덕후 친구를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책 좀 빌려줄래?
-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 -

 
원제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

지은이
그랜트 스나이더
 
옮긴이 : 홍한결

출판사 : 윌북

분야
독서 에세이

규격
153*210mm

쪽 수 : 128쪽

발행일
2020년 07월 10일

정가 : 14,800원

ISBN
979-11-5581-284-6 (03800)





저역자 소개


그랜트 스나이더Grant Snider
 
낮에는 치과 의사, 밤에는 일러스트레이터. 《뉴욕 타임스》에 만화를 연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의 만화는 《뉴요커》, 《캔자스 시티 스타》 등에도 소개되었으며, 2013년 카툰 어워드에서 '최고의 미국 만화'에 선정되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헤맨 나날을 촘촘히 그려 넣은 책 《생각하기의 기술》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재치 있는 글과 그림으로 전 세계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준 그가 이번에는 읽고, 쓰고, 그리면서 겪은 이야기를 《책 좀 빌려줄래?》에 녹여냈다. 시적인 문장과 위트 넘치는 그의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책과 보낸 우리의 삶도 함께 환하게 빛나는 것만 같다.
 
 
홍한결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나와 책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쉽게 읽히고 오래 두고 보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어 한다. 옮긴 책으로 《인듀어런스》,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 《인간의 흑역사》 등이 있다.
 



 
 
[정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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