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동화가 건네는 은은한 토닥임 -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 수업 [도서]

글 입력 2020.08.2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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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특히 내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서로의 눈치를 보며 안전을 기하는 삭막해진 세상에서 외부활동을 최대한 줄이며 생활하다 보니 좋아하는 취미활동도 못 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어느새 취준생이 되어 집에서 각종 자격증과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데에서 오는 무기력함으로 어느 시기보다 크게 흔들리고 있는 내 마음을 다잡아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런 시기에 만난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 수업>은 특별했다.

 

사람들에게 평가받기를 두려워하는 나에게 이 책은 눈물과 위로를 준다. 여러 동화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작가 자신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며 나를 토닥인다. 누구보다 지극히 일반적인 삶을 추구하고 일반적인 나에게, 자책과 후회로 밤을 보내는 나에게 괜찮다고, 사랑한다고 치유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리 가벼운 책은 아니다. 작가가 말하는 이야기가 나의 현실까지 와닿아 적용하는 건, 작가의 목소리가 진짜 나에게 닿는 건 어려울 수도 있다. 책으로 위로를 받지만, 현실에서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느끼는 감정에 그녀의 목소리가 닿지 않아 아직도 내가 나를 괴롭힐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마음 한쪽에 책의 구절 하나하나를 넣어 다니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가 작가가 독자에게 하고싶은 말이 진심으로 내 마음에 와닿아 진정으로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동화책의 이야기와 작가의 말을 담을 순 없지만 북마크 해놓은 나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구절, 단락들을 내 삶에 가져오고자 한다.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벅찰 때, 힘들 때마다 이 책의 북마크들을 다시 읽어보며 나를 가라앉히고 하루 감정일기를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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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시간; 치유

 

 

슬픔에는 눈물이 치유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눈물을 흘림으로써 비로소 상실을 받아들이고 치유할 수 있으며, 삶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 P.36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답답함, 후회, 자책들은 결국 슬픔이 되어 나에게 무섭게, 그리고 무겁게 다가온다. 그럴 때는 잠들려고 해도 오지 않고 다른 생각, 일을 해보려고 해도 쉽지 않다. 그리고 결국에는 한동안 울다가 진정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눈물을 흘리는 건 나를 치유하고 재충전하기 위한 시간이었나보다. 충분히 내 고통을 받아들이고 만나고 표현하고 보내주고자 한다. 그런 날일수록 다음 날 눈을 뜨기 힘들지만, 확실히 마음속 응어리를 내놓은 기분이라 다시 하루를 꽤 괜찮게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우는 그 시간에 나에게 밀려오는 후회와 자책의 큰 폭풍이 두려워 자꾸만 외면하고 싶어진다.작가는 자신 안에 슬픔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은 감정을 만나 치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축복이라고 말한다. 슬픔의 원인이 되는 이유를 충분히 표현하고 내 마음에 자유를 허락해주는 시간이 충분히 필요하다. 1장을 읽고 나서 슬픔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눈물의 시간 또한 소중히 여기도록 마음을 가져본다.

 

 

안전한 장소와 대상이 있는 곳에서 찬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충분히 감정을 해소하고 나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하는 가식적인 말이 아닌 마음의 짐을 털고 나서 하는 찬이의 말처럼 정말로 "괜찮아!"라고 말하게 됩니다.

 

- P.45

 

 

 

나에 대한 믿음; 자존감


 

사람은 모두 자신도 모르는 커다란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깨닫는 순간, 우리는 모두 무한한 능력의 소유자임을 알게 됩니다.

 

- P.155

 

 

이 책은 자존감에 대한 인식과 자존감 챙기기에 도움을 준다. 남의 눈치 보기 급급한 이 사회에서 나 또한 나의 눈치보다 남의 눈치를 보고 결정하는 게 익숙해져 있고 내가 선택했더라도 남의 평가에 굉장히 휘둘려 후회하기 일쑤다. 작가는 그런 나에게 신뢰를 전하고 스스로 무한한 능력의 소유자임을 알아채도록 노력한다.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그것을 꼭 해내는 것, 그것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로 가는 길이라고 내가 선택한 이 일과 행동이 틀리지 않았다고 토닥이고 응원해준다.

 

자신이 닭인 줄 알고 살았던 독수리처럼, 자신이 보통의 말처럼 생각하고 살았던 천리마처럼 우리도 우리가 모르는 무한한 능력을 숨기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지금 하는 일에 기대를 걸고 앞으로 해나갈 일에서 어느 분야에서 내 능력을 뽐낼 수 있을지 정확히는 몰라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 같다. "넌 반드시 성공할 거야"라는 마법 같은 주문을 아침마다 걸다 보면 나도 주문을 진짜 이루는 마법사가 될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세요.

자신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세요.

당신은 그 자체만으로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

 

- 책의 마지막 P.288

 

 

이 책의 이야기는 모두 동화책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더욱더 색다르고 내가 어릴 때 읽었던 동화책을 찾아보게 된다. 그저 그림이 많고 쉬운 이야기가 적힌 책이라고 생각했던 동화책이 이 책을 읽고 나니 성인이 된 우리에게 단순히 권선징악의 재밌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를 토닥여주고 나를 미소짓게 하는 마력이 있는 이야기로서 다가오게 되었다.

 

집의 한쪽 구석에 있는 동화책을 꺼내 이 아이들은 나에게 무얼 전해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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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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