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빈공간이 무대가 되는 공연 - 프린지페스티벌2020

글 입력 2020.08.2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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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비가 내리는 토요일, 기대를 안고 프린지페스티벌2020에 갔다. 주말 티켓박스 오픈은 3시로 이 시간에 맞춰 일찍 도착했다. 장마가 그치기 전이었기 때문에, 빗속에서 오픈을 준비하는 분주함이 느껴졌다.

 

공연이 이뤄지는 장소는 굉장히 다양했다. 문화비축기지 건물 전체를 이용하는 줄 알았지만, 건물 외벽 혹은 입구 등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진행되었다. 그래서인지 흔히 보던 무대가 아닌, 바닥에서 이뤄지는 극들도 많았다. 맨발로 연기하시는 분들도 몇몇 계셨고 이는 매우 자연스러웠다. 길을 걸어가며 진행되는 공연들을 흘깃 보기도 했으며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대부분의 한 공연 당 최대 수용인원은 15~20명 정도로 보였다. 그래서 배우와 관객 사이의 거리는 꽤 가까운 편이었고 소소한 호흡들도 느껴졌다. 다만,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더위와 함께 집중해야 하는 점은 아쉬웠다.

 
제각각의 계획에 따라 보고 싶은 무대를 찾아보면서 지치면 프린지 살롱 혹은 내부 카페에서 쉬어갈 수 있었다. 카페가 있던 T6에서는 <프린지 블랙리스트를 말하다> 상설전시도 진행되고 있었다.
 
필자는 팀 무앎무악의 <갈매기>와 팀 의미의 <세자매>을 관람했다.
 
 
 

관람 공연(1) 갈매기



갈매기.jpg

 

 

고전의 정수라 불리는 체홉의 '갈매기'로 공연을 합니다. ‘연극하고 싶다’라는 공통된 욕구 하나로 연습을 시작했지만 주인공의 선택은 도저히 공감이 되지 않고, 인물에 대한 극과 극의 해석은 서로를 당황스럽게 합니다.
 
서로에게 닿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작품 속 인물들처럼, 네 명의 작업인원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극중 인물들의 마음과 선택에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말하고, 듣고, 설득하고, 고민하고 움직입니다.
 

우리는 인물을, 나아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오늘날 고전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전문 배우가 아닌 우리는 왜 '연극'을 통해 스스로를 말하고 싶은가?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앞극중 인물이 되기도 하고, 배우 자신으로 존재하기도 하며 연습 중 발생된 질문들을 관객과 나눕니다. 우리는 과연, 속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있을까요?

 

 
첫 번째로 보았던 갈매기는 제목자체가 귀에 익숙한 작품이었다. 안톤 체호프의 희곡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극이다. 이점 때문에 볼지 말지 고민한 공연이기도 했다. 하지만 본 후, 이 생각은 와장창 깨졌다. 러닝타임은 극의 내용이랑은 전혀 상관없는 줄거리로 이뤄졌다. 적어도 필자가 느끼기엔 그랬다. 더하여 신선한 방식이었다.
 
우선 극이 오르기 전, 기존 희곡의 줄거리와 등장인물의 인물 관계도를 계속 읽어준다. 배우는 류일화, 이채령님으로 두 분이 공간을 꽉 채운다. 관객들의 앞과 양옆 뒤에서 대사를 읊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중간 중간 극에서 빠져나와서 배우 본인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들의 시선으로서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첫인상, 성격, 준비하면서 겪은 이야기들 등으로 시간을 채운다. 그래서 극과 토크콘서트의 경계에 있다고 느꼈다. 특히 나와 비슷한 또래의 배우들이 연습시간에 촬영한 영상들을 보며 울컥하기도 했다. “몸을 쓰는 일은 어렵지만, 저는 이 일을 할 때 제 모습이 가장 멋져 보여요. 그래서 더 노력할 거에요.” 라는 말은 여전히 뭉클하다.
 
극 <갈매기>를 기대하고 가면 실망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새로운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공연은 프린지페스티벌의 성격에 가장 알맞은 극이었다고 생각한다.
 
 
 

관람 공연 (2) 세자매


 

세마재.jpg

 

 

어떤 방.

자매인 윤영과 민지는

큰언니처럼 서울에 가고 싶다.

 

 
두 번째로 봤던 공연은 팀 의미의 <세자매>이다. 가장 날씨와 잘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극에서 비가 오는 것을 걱정하는 것과 잘 맞물렸고 배우분들의 연기에 몰입이 잘되었다. 서로와의 호흡과 표정 연기가 굉장히 밀도 있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공연에는 세자매의 이야기이다. 서울에 있는 큰언니는 출연하지 않고 둘째와 셋째만 출연한다. 공간은 시골의 어느 방이며 그들은 큰언니를 따라 서울에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둘째는 갑자기 발생하는 우연할 가능성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서울에서 사는 언니가 버스표와 호텔 체크인을 보내줘도 “내일 비가 와서 못 갈 가능성은?”, “내일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나면 우린 죽을 거야” 등 수많은 걱정(가능성)을 동생에게 늘어놓는다.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사실은 이유가 있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하루아침에 잃고 보육원에 남겨진 트라우마의 영향이다.
 
이런 과거의 이야기를 이야기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 돋보였다. 마치 샌드아트를 보는 것처럼 가운데에 천에 빛을 투사하여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배우가 두 분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이 생기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극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함께 본 사람과 의견을 나누며 새로운 점들을 알아갔다. 필자가 이해하기로는 그들은 보육원에서 만난 출신으로 친자매들이 아니며, 둘째 언니의 망상이 여러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아마도 관람 후 의견이 다양하게 나뉠 것 같다. 배제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깊이 걱정해서도 안 되는 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새로움으로 가득 찬 프린지페스티벌


 

처음 가본 프린지페스티벌 2020. 아무래도 보고 싶은 공연을 직접 찾아가서 본다는 매력이 가장 컸다. 비가 오는 날과 잘 어울렸고 그들의 세상 안에 안긴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공연을 볼 때면 주위에서 움직이는 소음,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 내용이 들려 방해가 될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마저도 이 페스티벌의 가치가 아닐까 한다.

 

굉장히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프린지페스티벌에서는 일반적으로 만들어지는 ‘무대’가 아닌, 연기하고 호흡하는 그 자체의 장소가 ‘무대’로 변할 수 있었다.

 

 
 
 

에디터 명함.jpg


 



[문소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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