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 좀 빌려줄래? - 이 책은 빌려줄 수 없습니다

글 입력 2020.08.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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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적힌 취미는 늘 독서와 글쓰기였다.

 

독서가 취미인 사람치고는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운동도, 그 외의 문화생활도 달리 즐기지 않았던 나에게 공부 이외의 취미라고 할만한 것은 독서뿐이었다.

 

이렇게 에세이를 연재하기 전에도, 가끔 떠오르는 단상이 날아가기 전에 짧게 메모해두는 습관이 있었다. 어릴 때 책을 좋아해 본 사람이 으레 그렇듯, 작가라는 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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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줄래?>는 책을 사랑하는 이들, 혹은 한때 사랑했던 이들, 그리고 책을 사랑하고 싶어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카툰 에세이다.

 

독서광으로 잘 알려지기도 한 저자 그랜트 스나이더는 <뉴욕 타임즈>와 <뉴요커>의 일러스트레이터자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렇기에 이 책에는 독자로서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저자로서 마감에 쫓기면서도 여전히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모두 담겨있다.

 

책에 실린 단편 만화와 글귀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를 소개해보려 한다.

 

 


나는 오래된 책 냄새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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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주인공 마르셀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냄새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착안해 냄새가 기억의 촉매 역할을 하는 현상을 ‘프루스트 효과’라 한다.


가끔 오래된 책의 냄새가 책을 읽었던 당시의 기분이나 상황을 생각나게 할 때가 있다. 중학교 때에 읽었던 소설 <가시고백>은 학교에서 돌아온 뒤 친구들과 놀던 때를, 재작년에 합정동의 독립서점에서 산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시간은 많지만, 마음은 조급했던 대학교 2학년 때를 떠올리게 한다.


울고 싶을 때는 영화를 보고, 웃고 싶을 때는 책을 읽었다. 내가 읽은 책이 늘 재미있고 행복한 내용으로 차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책장을 넘길만한 에너지가 있을 때 책을 읽었기 때문에, 책을 읽을 때는 다른 예술을 즐길 때보다 건강할 때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내 방의 익숙한 냄새와 나무 책장의 향기가 합쳐져 만들어지는 오래된 책의 향기는 그래서 기분이 좋다.

 

 


시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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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달린 주석처럼, 이 작품은 일종의 시화(詩畫)다. 그래서 이 작품의 글 전문을 발췌해보았다.


 

너무 자세히 들여다보면 망가져요.

흠잡고 나무란다고 좋아지지 않아요.

너무 멀리서 다가가면 날아가 버려요.

칼을 들고 해부하면 수습이 곤란할 거예요.

관심 주지 않으면 다른 주인을 찾아갈지 몰라요.

다시 돌아와 마주하면 의미가 더 풍부해질 거예요.

마음속에 기억하면 어디서나 보일 거예요.

시를 이해하려면 시 속으로 뛰어드세요.

 


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심지어는 인간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특히나 해부 부분이 그렇다). 이 책에서는 시를 활용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이렇게 직관적이고도 귀여운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시화는 시를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독서가에게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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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가 오싹하기를’, ‘영웅이 비극을 맞기를’, ‘신화가 사실이기를’, 이 세심하고도 깜찍한 축복들은 책을 통해 떠나는 모험에 관한 축복이다.

 

<책 좀 빌려줄래?>의 저자가 이 책을 쓰며 가졌던 태도를 유추해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책을 통해 소통하고, 그들이 읽는 책이 무엇이든 모두 책을 통해 행복해졌으면 하는, 사랑스러운 기원이 담겨 있다.


‘현실이 마술 같기를’로 끝을 맺는 것은 절묘하다. 책 속으로의 모험이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까지 그 마법 같은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애서가의 바람과 일치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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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소설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그가 어떤 소재를 활용해 글을 쓰는지는 알고 있다. 그의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영화화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보며, 그가 자주 활용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바로 위의 그림에 나와 있는 것들이다.


하루키의 소설이 모두 똑같다며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런 애정이 담긴 조롱을 하는 건 대부분 팬이다. 어쨌든 작가의 특성을 파악하려면 책을 전부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외피만 보면 다 똑같아 보이는 소설인데도 각각이 개성을 가진, 훌륭한 작품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더 부각하는 듯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독서 예찬, 그리고 창작자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이 책을 남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과 이 귀여운 책의 매력을 온전히 나만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충돌한다.

 

일단 이 책은 못 빌려주는 것으로 해야겠다.

 

 




<책 소개>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만화 에세이. ≪뉴욕 타임스≫, ≪뉴요커≫ 등에 만화를 연재하고 카툰 어워드에서 '최고의 미국 만화'를 수상한 일러스트레이터 그랜트 스나이더가 쓰고 그렸다. 본업은 치과의사지만,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책 중독자'라고 답하는 저자는, 처음 책을 만난 유년시절부터 책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고 지금은 탐독가, 애서가, 장서가로 불리며 전 세계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책 컬렉터이자 작가이며 일러스트레이터인 그가 책에 보내는 오마주 같은 책이다. 책을 향한 한 사람의 애정이 14개 주제, 85개 에피소드로 담겨 있다. 출간 이후 전 세계 책덕후들의 입소문을 타고 SNS에서 빠르게 퍼졌으며, 국내 문학 독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어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어냈다.
 
시적인 글과 재치 넘치는 그림을 한 컷, 한 컷 따라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밀려오는 위로가 있다. 재밌어서, 외로워서, 더 알고 싶어서 책과 함께했던 그 시간들이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모이고 모여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일기를 보는 듯 공감할 것이고, 앞으로 책을 좋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책덕후들의 평범한 듯 특별한 삶을 관찰할 수 있다. 작가의 탄생에 얽힌 비화와 깨알 재미는 덤이다.
 
책덕후라면 한번쯤 해봤을 말,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는 듣기 두려운 말이 있다. "책 좀 빌려줄래?" 빌려서라도 '그 책'을 꼭 읽고 싶었던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책의 힘을 믿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책이자 우정의 책이며 유머의 책이다.
 
 
*
 
책 좀 빌려줄래?
-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 -

 
원제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

지은이
그랜트 스나이더
 
옮긴이 : 홍한결

출판사 : 윌북

분야
독서 에세이

규격
153*210mm

쪽 수 : 128쪽

발행일
2020년 07월 10일

정가 : 14,800원

ISBN
979-11-5581-284-6 (03800)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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