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그 아이는 왜 목소리를 숨겼을까? - 목소리를 삼킨 아이 [도서]

<목소리를 삼킨 아이> 리뷰
글 입력 2020.08.1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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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목소리를 숨긴(‘선택적 함구증’) 소년의 이야기

상처받고 싶지 않은 아이의 슬픈 절규!

 

『목소리를 삼킨 아이』는 심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파리누쉬 사니이의 두 번째 소설로, ‘보카치오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이란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나의 몫』에 이어 출간과 동시 이란에서 큰 호평을 얻으며 10여 개국 이상에 판권이 팔렸다. 실화에 바탕을 둔 이 소설은 일곱 살 때까지 말을 할 수 없었던 소년이 스무 살 청년이 되어 자신의 삶에 일어난 사건들을 묘사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침묵하는 아이와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목소리를 삼킨 아이입체 (1).jpg

 

 

 

‘목소리’를 숨기다


 

 

내가 실제로 벙어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날부터 나는 ‘벙어리’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 p.9

 

 

네다섯 살 무렵, 샤허브는 또래들과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말을 하지 않는 ‘선택적 함구증’으로, 이른바 목소리를 숨긴 것이다.

 

샤허브를 둘러싼 모든 가족들은 그가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닌 ‘못’하는 것이라 여겼다. 또한 그들은 그 이유로 샤허브가 타인의 말 또한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그로 인해 서슴없이 샤허브에게 상처가 될 만한 말을 내뱉는다. 그런 샤허브를 감싸주는 사람은 엄마 마리얌뿐이다. 샤허브에게 있어 세상의 유일한 내 편이었던 것이다.

 

샤허브와 마리얌 시점의 교차서술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아이의 성장환경에서 부모(그리고 가정환경)의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샤허브의 외로움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현실적인 마리얌에게 공감하게 된다. 우린 누구나 어린 시절을 지나왔지만, 이젠 어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샤허브가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원인은 부모의 ‘불화’다. 엄마 마리얌은 샤허브의 돌발행동을 감싸주기에 급급했고, 아빠 나세르는 그런 샤허브를 ‘수치’라고 비난하며 외면한다.

 

두 사람은 샤허브를 사이에 두고 끊임없이 다퉜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샤허브는 이 모든 일이 자신이 ‘벙어리’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자책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샤허브의 목소리는, 이 과정을 거치며 점점 더 밖으로 나오는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걱정이 아닌 ‘사랑’으로


 

 

내가 늘 방구석에 숨어 지내던 아시와 바비를 발견한 순간도 그날 밤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날 겪었던 속상한 일들을 아시와 바비에게 말해주었다. 아시와 바비는 나를 위로해주었고, 잘 대처했다며 칭찬도 해주었다.

 

- p.26

 

 

소통의 통로인 목소리를 숨긴 샤허브가 ‘상상의 친구’를 만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가 만난 친구인 ‘아시’와 ‘바비’, 그중 아시는 샤허브의 나쁜 짓을 부추긴다면, 바비는 그런 짓을 해도 되는지 두려워하고 걱정한다. 샤허브는 공존하는 상반된 내면을 남들에게 표출하는 대신 속으로 갈무리했던 것이다.

 

다만 어릴 적 만난 상상의 친구는 자라면서 필연적으로 헤어짐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샤허브는 남들에 비해 그 시기가 늦었을 수는 있지만, 그 또한 여러 일을 겪으며 점점 진짜 세상과 조우하게 된다.

 

어린 샤허브에게 필요한 세상은 ‘사랑’이었다. 훗날 또 다른 세상을 겪게 될지라도 순수한 어린 시절에는 사랑이 가장 중요함을 말하는 것이다. 가족들과 달리,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주었던 카리미 아저씨와 수다베 아주머니와의 만남으로 사랑을 체험한 샤허브는, 마침내 외할머니인 비비에게서 사랑을 받으며 ‘목소리’를 찾게 된다.

   

 

“너는 샤허브 걱정만 하지, 샤허브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지는 못하잖니. 네가 보여주는 건 걱정이지, 사랑이 아니란다.

 

- p.284

 

 

비비가 딸 마리얌을 깨우쳐주는 이 한 마디는 샤허브에게, 즉 어린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가장 뻔한 말이지만 어린 시절을 잃은 어른들이 가장 지키기 힘든 말이기도 하다. 샤허브의 가족들이 그랬듯이.

 

 

 

누구나 거쳐왔을 ‘성장’의 과정


 

샤허브 가족을 둘러싼 가정과 사회 환경을 살펴보면 낯설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학위까지 받았지만 가정주부가 된 삶에 회의감을 느끼는 엄마와 돈만 벌어주면 부모 노릇을 다했다고 여기는 아빠, 여성의 정절을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인식과 며느리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댁의 태도까지.

 

소설의 배경이 되는 이란이라는 나라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나라도 별반 다를 바 없었고, 어쩌면 지금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일까. 그렇기에 샤허브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분노와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들 수도 있다. ‘고구마’를 싫어하고 ‘사이다’만 바란다면 답답함에 책장을 덮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도 샤허브의 성장을 끝까지 지켜보기를 권하고 싶다. 만약 마리얌에게 더 큰 공감을 한다면, 마리얌의 변화 또한 지켜보며 응원하기를 바란다. 아무리 먼 나라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가족이라는 틀과 그 속의 사랑은, 그 어느 나라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

 

목소리를 삼킨 아이

(I Hid My Voice)

 

지은이 : 파리누쉬 사니이

 

옮긴이 : 양미래

 

발행 : 2020.08.14.

 

판형 : 127*188 / 면수 : 364면

 

값 : 15,000원

 

ISBN 979-11-90489-17-1 03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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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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