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 수업 [도서]

관계 속에서 상처받은 내 마음 회복하는 법
글 입력 2020.08.1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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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림책’이 끌렸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인상 깊게 들었던 동화 수업의 영향 때문이기도, 최근에 완결된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나오는 동화 때문이기도 하다. 동화는 간결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때로 소설보다 더 사람들의 가슴을 깊이 파고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거 같다. 아마 그게 동화의 매력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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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읽는 감정 수업》은 <내 감정은 소중하다>, <생각에서 자유로워지면 달라지는 것들>, <나에게 너그러워지는 시간>, <소란스러운 마음으로 지친 나에게>, <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내일을 준비합니다>로 총 다섯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각 챕터에는 또 다른 목록들이 있고, 그 목록들은 모두 그림책으로 시작된다.

 

작가는 그림책을 먼저 내세워 그림책이 말하는 주제와 내용을 말해주고서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해 준다. 그리고 독자는 그림책과 작가의 경험담을 따라가며 천천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어떤 때는 작가가 날 알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첫 번째 챕터 <내 감정은 소중하다>에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가는 단계, 방법을 보여준다. 복잡한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기도 하고, 몸의 상태로 감정을 알아채는 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슬플 때는 전체적으로 행동이 느려지고 의욕이 없어지며, 긴장되면 온몸이 경직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서 감정을 억압했을 경우 내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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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의 비밀》은 강아지의 감정 변화를 꼬리의 모양으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강아지는 말로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 그 대신 강아지에게는 꼬리가 있다. 사람들은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를 보며 그가 기쁘다는 걸 알고, 축 처진 꼬리를 보며 그가 슬프다는 걸 안다.

 

강아지처럼 움직일 수 있는 꼬리가 없어도 사람들은 말을 할 수 있기에 더 쉽고 간편하게 의사 전달이 될 텐데, 왜 우리는 쉽게 ‘나’의 감정을 전달할 수 없을까. 우리는 언제부터 감정 표현하는 게 어색하고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게 되었을까. 마지막으로 내 기분 내키는 대로 감정을 표현했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차라리 우리에게도 꼬리가 있었다면 더 쉽게 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아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막연하게 든다.

 

챕터 <생각에서 자유로워지면 달라지는 것들>에서는 우리에게 감정 일기를 써보라고 권한다. 어떠한 상황(사건)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고, 무슨 생각이 들었으며, 그래서 내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렇게 내 마음 알아주기까지 기록하고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합리적인 생각’을 해볼 시간을 가져보라 한다.

 

같은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이런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면, ‘보편적으로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해볼 시간을 갖는 것이다.

 

 

약속시간에 자주 늦는 사람의 상황을 모르고 섭섭해하며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하면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녀가 아이를 유치원에 맡기고 오느라고 자주 늦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사고를 찾아가면 상대를 이해해줄 수 있습니다.

 

- p.88

 

 

챕터 <나에게 너그러워지는 시간>에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다고 말하고, <소란스러운 마음으로 지친 나에게>에선 지금까지 너무 스스로를 옥죄고 있지 않았는지, 만약 그렇다면 수고했다고 말해보면 어떨지 하고 우리에게 권유한다.

 

혹 ‘나’보다 ‘타인’에게 더 너그러웠지 않았는가. ‘타인’이 부탁하기도 전에 미리 그가 원하는 욕구를 알아서 처리해 주고 그가 필요하지 않아도 먼저 판단해서 해준 적 있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렇게 했음에도 공허하지 않았는가.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진정으로 타인을 안아주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따스하게 안아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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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그런 질문을 들은 적 있다. “만약 너랑 외모부터 성격까지 모두 똑같은 사람을 만나면 어떡할 거야?” 그 질문을 같이 들은 친구들은 모두 도플갱어냐며 웃어넘겼지만, 나는 그 질문을 오래 곱씹었다. 나랑 똑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면, 나를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온전히 내 편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나랑 똑같은 아이》는 이 세상 어딘가에 자신과 똑같은 아이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생각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림책에 나오는 주인공 아이는 자신과 똑같은 아이를 만나면 꼬옥 안아주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목욕도 같이하고, 바닷가에서 공룡 그림도 그리게 해주고 싶다고 한다.

 

당신은 만약 당신과 똑같은 사람을 만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와 똑같으니 그 사람이 힘든 것, 기뻐하는 것, 슬퍼하는 것 등 모르는 게 없어 누구보다도 편하고 위로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지금껏 피해왔던 ‘나’의 모습 또한 마주하게 될 수 있다. 또한 당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상처도 마주해야 한다.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은가.

 

공부는 끝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하다못해 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까지도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어렸을 적 상상력과 창의력에 좋다 하여 읽게 된 그림책을 이제는 감정을 배우기 위해 읽어야 하다니. 그만큼 우리는 숨어있고, 숨겨져 있고, 숨겨야 하는 세상이 익숙하다는 걸 보여주는 거 같아 참 씁쓸하다.

 

어쩌면 이 책을 읽고 나서 당신은 실망할 수도 있다. 지금껏 감정을 다뤄온 많은 책들과 비교했을 때, 그림책을 제외하면 대체로 내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도 누군가의 실패담이 들어있고, 그것을 극복하고 성장했다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감정 관련, 심리 관련 책을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 많이 보고 읽어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아무리 많이 들어본 말이고 비슷한 걸 겪어본 경험이라도, 그 속에서 내가 위로를 받는다는 건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감정 관련 책이 많이 나오고, 그 책을 읽으려 여러 번 손을 뻗는 게 아닐까. “늦어도 괜찮아”라는 말은 이제 자주 쓰이고 인용되는 말이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 말에 위로를 받는 것처럼 말이다.

 




[김승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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