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빈 공간이 부여하는 사유의 가능성 & 소장하는 마음 - 출판저널 518호 [도서]

네덜란드 에임란트 도서관과 김성동의 『만다라』 초판본
글 입력 2020.08.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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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결코 끝나지 않을 책과 출판에 대한 이야기를 출판저널을 통해 만났다. 그 안에서 발견한 흥미로웠던 몇 가지 이야기를 꺼내본다.

 

 

 

네덜란드 에임란트Eemland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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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임하우스Eemhuis 복합문화센터. 사진 출처 : archdaily

 

 

먼저 네덜란드의 에임란트 도서관에 대한 글이 눈길을 끌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주의 아메르스포르트에 위치한 에임란트 도서관은 에임하우스Eemhuis라는 복합문화센터 안에 위치해있다. 도서관과 함께 미술관, 아카이빙 공간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데 글에서 강조하고 있는 점은 공간의 여백이다.

 

에임란트 도서관은 기능적으로 많은 책을 소장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는 게 아니라 빈 공간 자체가 사람들에게 부여하는 사유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공용 공간의 기본적인 기능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참신한 시선을 대입했다. 여기에는 공간의 다른 해석에 대한 이용자들의 포용성도 한 몫 한다.

 

에임란트 도서관 공식 채널에서 올린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 시민들이 공간의 기능적인 요소들을 이해하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도서관이 그 활용도와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을 높이려는 목표가 다르지 않다. 에임란트 도서관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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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임란트Eemland 도서관. 사진 출처 : de Bibliotheek Eemland

 

 

 

김기태 교수의 초판본 이야기 - 김성동 『만다라』 (1979, 한국문학사)


 

개인적으로 바이닐(LP)을 조금씩 모으는데, 그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빈티지 바이닐이다.

 

지금은 나오지 않는 앨범들을 만나는 방법 중 하나인 빈티지 바이닐. 모으다 보면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찾을 수 없는 작품도 자주 있다. 관심을 쏟는 장르가 재즈이다 보니 빈티지 바이닐에 대한 소구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좋아하는 것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욕구 자체는 일반적이다. 김기태 교수가 들려주는 초판본 이야기는 소장한 책에 작품의 서사를 더하면서 수집을 애정하는 사람의 마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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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동 『만다라』 (1979, 한국문학사)

 

 

김기태 교수가 소개한 김성동의 장편소설 『만다라』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통해 더 많이 알려졌다. 소설 출간 당시 인기도 높았다고 한다. 그는 이 소설이 김성동의 자전적 소설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한다.

 

시대의 풍파에서 가족을 잃은 김성동은 열아홉에 입산했다가 단편소설 「목탁조木鐸鳥」를 써서 소설 공모에 당선된다. 작품의 내용이 “불교계를 비방하고 전체 승려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승적을 박탈당하는데, 이후에 「목탁조木鐸鳥」를 탈고하여 장편으로 개작한 것이 바로 『만다라』이다.

 

『만다라』의 초판본 속표지에는 이중섭의 그림이 있다. 김기태 교수는 이 소설을 출판한 한국문학사의 대표인 이근배 시인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이 아닐까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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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만다라』 (1981)의 한 장면.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에서는 작가와 비슷한 정체성을 지닌 법운이 병 속의 새에 대한 전언을 듣고 뛰쳐나간다. 눈이 쌓인 겨울 바다 앞에서 그는 날아가는 새를 보며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말이 없는 순간이지만 그 어떤 입말보다 가득 찬 마음의 소리가 법운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영화의 장면은 적요하게 서재에 놓여있는 소설을 대신 얘기해주기도 한다.

 

초판본의 『만다라』와 2001년 작가가 개작한 『만다라』의 결말은 다르다. 초판본에서는 법운이 반야행 차표를 찢고 인파 속으로 달려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되고, 개작에서는 법운이 정류장으로 달려가며 마무리된다. 영화의 마무리는 어떨까. 법운은 다시 만행의 길로 떠날까, 아니면 속세로 걸음을 향할까.

 

초판본과 개작의 사이에서 영화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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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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