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공간의 형용사, 감각의 전환 – 더 터치THE TOUCH [도서]

글 입력 2020.08.0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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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자인이란 시각적으로만 매력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감각과 이어진 것이어야 한다.

 

- <더 터치> 서문 中

   

 

디자인 스튜디오 ‘놈 아키텍츠’와 라이프스타일 출판사 ‘킨포크’의 협작으로 탄생한 <더 터치>는 건축 디자인을 ‘빛, 자연, 물질성, 색, 공동체’ 5개 주제에 따라 총 25가지 공간을 소개한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 사진을 한 장씩 넘기다보면 명상을 하듯 마음이 가라앉고 편안해진다.

 

하지만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자. 천천히 수록된 사진을 충분히 감상했다면, 다음은 설명에 귀 기울일 차례다. 책 <더 터치>는 단순히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과 자연, 시간 등 여러 요소들의 조화에서 아름다움의 이유와 디자인의 목적을 찾고 있다.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보인다. 하나는 묘사된 공간을 이해하기, 다른 하나는 공간에 대한 철학을 이해하기.

   

 

 

1. 묘사된 공간 - 공간의 형용사



 

윤기 나는 바닥과 먼지 없이 정돈된 스테인리스 가구 위로 흐릿한 반사광이 어른거린다. 벽의 디퓨저에서 청결하고 서늘한 향기가 조용하고 빠르게 퍼진다. … 밤이 되면 신비한 분위기의 간판 뒤로 커다란 건물이 라이트박스처럼 은은하게 빛난다.

 

- 17쪽

 

 

이 책에서 텍스트는 시각, 후각, 청각을 포함한 공감각적 심상을 생생하게 일깨워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으로 미처 확인하지 못한 부분을 상상해볼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마치 그 공간에 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공간 묘사는 그러나, 단순히 독자의 간접적인 체험을 위해 쓰인 건 아닌 것 같다. 잘 읽다 보면 알 수 있다. 공간을 형용하는 그 부분이, 디자이너가 표현하고 싶었던 공간의 목적이자 정수라는 것을.

 

 

 이 과정에서는 어떤 느낌을 주느냐가 전부예요. 사람들이 제가 만든 공간이나 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 탄성 같은 소리를 내는 걸 들었어요. ‘아’하는 소리요. 건축 디자인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47쪽

 

 

‘아’하는 탄성을 만들어내는 공식은 따로 없다. 이 느낌이 어디로부터 비롯하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디자인이 어렵다고 하는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인데, 그러나 디자이너들은 바로 이 공식 없는 영역에서 목적하는 바를 이루고자 노력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어떤 공간을 가장 잘 설명하기 위해서는 바로 ‘아’라는 탄성을 자아낸 출처를 파헤치기 위해 여러 감각을 동원하여 묘사하는 일이 아닐까. 거꾸로 알아보는 것이다. 그러니 독자가 이 텍스트를 유영하는 행위는 곧, 디자이너가 공간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목적에 다가가는 것이 된다.

 

 

 

2. 공간 철학 - 감각의 전환


 

공간을 묘사하고 소개하는 챕터 다음에,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 직접적으로 공간 철학을 제시하는 부분이 나온다. 여기서 우리는 원래 알고 있던 감각의 기능에 대한 편견 혹은 오명을 전환한다.

 

 

디자이너들은 그림자를 이용해 빛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곤 한다. 나무를 심어 잔디밭과 길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나무의 그림자로 거친 건물 외벽에 글자를 휘갈겨 쓴 것 같은 효과를 내기도 한다. 블라인드와 루버는 빛을 끊어 태양의 강렬함을 최소화한다. 이처럼 태양광의 무절제한 눈부심은 건축가에게 빛과 그림자를 섬세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숙제를 남긴다. - 29쪽

 

어둠은 오명을 쓰곤 한다. 인테리어에서는 어둠이 공간을 작고, 좁아 보이고, 답답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우리가 어둠에 대해 잘 모르는 게 있다. 때론 어둠도 인간의 의식이 열망하는 환경이다. 둥지는 어둡다. 동굴도, 자궁도 어둡다. - 134쪽

 

 

예를 들면 빛에 대한 부분이다. 어디까지나 빛은 어둠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빛뿐만 아니라 어둠도 이용하는 관점으로 공간을 디자인할 수 있다. 또한 블라인드나 벽을 그저 당연히 있는 공간 요소의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빛을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하며 탄생한 요소로 이해할 수도 있다. 결과는 같아도 이 과정을 이해하고 인식을 전환하는 행위는, 공간 철학을 이해하는 단서이다.

 

 

불완전함도 어느 정도는 좋을 수 있지요. 우리는 질서와 대칭에 가치를 두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큰 눈, 자잘한 흉터들, 요상한 코를 가졌는데 무척 아름다운 사람도 있어요. 질서와 완벽함, 혼돈과 불완전함 사이에 어떤 공식 없이 균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럴 때 매력이 생기는 것이지요. - 95쪽

 

오래된 건축물에 색을 칠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저라면 원래 재료를 그대로 두고 거의 복원 작업만 합니다. … 낡아간다는 건 가구의 영혼이 깊어지는 거예요. … 식당 주인은 금방 더러워질 거라며 치우길 원했죠. … 맞아요. 의자에 붉은 와인 얼룩이 지고 사람들의 손때를 타 낡겠죠. 하지만 그 후에는 정말 근사하게 보일 겁니다. - 199쪽

 

 

시각적으로 불완전해 보이는 것들에 대한 관점도 전환할 수 있다. 공간은 자연, 인간, 시간 등 복합적인 요소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단편적인 기준에서는 ‘더러움’으로만 보이는 공간 요소를, 어떤 맥락에서는 ‘역사적’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마침내, 최종적으로는 시각적으로도 ‘아름답다’고 해석할 수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디자인 가구와 건축 디자인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공간 철학을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눈과 머리가 즐거워지는 책이다.

 



 

 

더 터치

머물고 싶은 디자인

 

 

원  제: The Touch-Spaces Designed for the Senses


저  자: 킨포크, 놈 아키텍츠

 

옮긴이: 박여진


분  야: 건축, 디자인, 사진

 

펴낸곳: 윌북  


발행일: 2020년 6월 30일


면  수: 288면

 

판  형: 210*288mm


정  가: 29,800원

 

ISBN: 979-11-5581-282-2 (03540)

 

 

차례

INTRODUCTION 서문

LIGHT 빛

NATURE 자연

MATERIALITY 물질성

COLOR 색

COMMUNITY 공동체

APPENDIX 부록

INDEX 색인

 

 



[이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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