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7년의 끝, 새로운 시작 - 이하이의 걸음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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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요계에서 하나의 이슈는 가수 이하이가 7년 동안 몸 담갔던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고 AOMG로 이적했다는 것이다. 9년 전 'K팝 스타 시즌 1'에 준우승한 이후로 어느 회사와 계약해 가수로 활동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었는데 대형 회사인 YG와 계약하여 그의 활동에 많은 기대가 쏠렸다.
그러나 7년 동안 앨범을 낸 개수도 얼마 되지 않으며 제대로된 회사의 서포트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대중의 평이다. 모두 이하이의 '탈 YG'를 외쳤는데 그것이 드디어 이루어지고 새 보금자리인 AOMG로 옮긴 것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가 이토록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는 이유와 지난 7년간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오늘은 이하이의 여태까지의 가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하이(LEE HI)의 데뷔까지의 길
이하이는 1996년 9월 23일 생으로 올해 25살이 된 여자 솔로 가수이다. 가수로 처음 발돋움한 계기는 2011년 SBS에서 방영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에 출연한 것이다. 당시 16세라는 어린 나이에 홀로 출연했는데, 쟁쟁한 출연자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그 이유는 그의 특유의 보이스 덕분이었다.
그의 목소리를 심사위원은 한국인에게서 찾기 어려운 R&B 소울이 담긴 목소리라고 평가했다. 특히 매력적인 중저음은 노래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남들보다 저음역대를 지니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음이 부족한 것은 또 아니었다. 굉장히 음역대가 넓은 보이스를 가진 사람이었고 그가 경연 때마다 부른 노래는 항상 화제가 되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방송 내내 심사위원들이 탐내는 인재였고 그의 귀여운 매력과 상반되는 매력적인 중저음 보이스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빠진 대중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K팝 스타 진행될 때도 인터넷 투표에서 1위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었고 팬카페 회원 수도 2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는 최종 2위, 준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준우승 이후 2012년 5월, 17살이라는 나이로 YG 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때 당시 대중들은 약간 뜬금없는 결정이라고도 생각을 했었다. K팝 스타를 한창 진행할 때도 JYP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인 박진영의 트레이닝을 많이 받기도 해서 JYP와의 계약을 기대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 예상과 달리 힙합 스타일의 아티스트를 키우는 YG와의 계약은 조금 놀라운 행보라고 보았다.
이하이(Lee Hi)의 화려한 데뷔와 그 뒤
YG와의 계약 소식 후 5개월 뒤, 아직 정식 데뷔가 확정 나기 전 10월 9일 YG 소속 가수인 에픽하이의 7집 '99'의 선공개 곡 <춥다>라는 곡에 피처링으로 참가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게다가 <춥다>라는 곡이 히트를 치면서 이하이를 더욱 알리고 그의 데뷔가 가까워졌다는 기대를 갖게 하였다.
그 후 같은 달 10월 29일 디지털 싱글 <1,2,3,4>로 화려한 데뷔와 함께 멜론 1위를 25일 동안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신인 가수이거니와 여자 솔로 가수, 어린 가수가 이런 성적을 얻은 것은 정말 놀라운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그 후 한 달 뒤 K팝 스타에서 트레이닝 받은 박진영의 작사, 작곡인 <허수아비>를 받아 노래를 내기도 하였다.
1년 뒤, 2013년 3월 솔로 앨범의 곡 Turn It Up을 무료 선공개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었고 정규 1집의 타이틀곡 It's Over이 K팝 스타 시즌 2에서 무대가 공개되고 큰 사랑을 받았다. 음원 성적 또한 1위를 차지하고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승승장구했다.
같은 달, 정규 1집 First Love가 발매되고 타이틀곡 Rose는 그야말로 대히트를 쳤다. 그녀의 깊은 목소리와 울림을 빠른 비트에 얹어 이전과는 다른 색다른 느낌의 컨셉츄얼한 곡을 선보였다. 게다가 랩을 새롭게 도전하였는데 역시 그 만의 스타일로 소화하였다. 이런 곡이기 때문에 음원 공개 당일 메이저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석권하였다.
2014년 11월 같은 YG 소속 가수인 악동뮤지션의 이수현과 함게 '하이 수현'이라는 유닛을 결성하고 <나는 달라>라는 곡을 발표했는데, 두 가수 모두 각자의 색이 짙은 보컬로 공개 전 둘의 목소리가 잘 섞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였지만 공개 후 그런 걱정은 모두 사그라들었다. 색은 다르지만 이수현의 높고 상큼한 목소리와 이하이의 깊고 웅장한 소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10대의 독특한 감성을 재밌게 표현한 곡이다.
이후 2016년 3월, <손잡아 줘요>와 이제는 별이 된 샤이니의 종현이 작사, 작곡한 곡인 <한숨>으로 컴백하였다. 각종 음악 프로그램에서의 1위를 하는 등 여러 성적을 거뒀고 그는 믿고 듣는 가수로 올라섰다. 특히 종현은 평소 그와 연예계 절친한 친구로 알려져 있다. 둘의 친분으로 좋은 곡을 받아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은 우정을 넘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준 계기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우정은 계속되었고 종현의 죽음 이후, 이하이는 <한숨>을 무대에서 부르다가 울컥한 무대도 있었다. 얼마나 서로를 아끼고 친했는지 보이는 무대였다.
이후 4월 MY STAR이라는 곡으로 YG의 대표 작곡가 TEDDY와 KUSH의 서포트에 힘입어 다시 컴백하였고 전보다는 성적 부분에서는 저조하지만 이미 그의 코어가 탄탄하였고 대중이 알아주는 가수였기 때문에 주목받는 곡이었다.
이 곡 이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각종 피처링, OST, 행사만 간간히 다니며 컴백하지 않았다. 유독 빠르게 돌아가는 가요계에서 빠른 주기로 컴백하지 않으면 대중은 쉽게 그 사람을 잊는다. 아무리 그의 코어 팬이 탄탄하고 대중에게 사랑받는 가수여도 매달, 매주 심지어 하루마다 새로운 가수와 새로운 곡이 나타나기 때문에 긴 공백기는 가수에게 치명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팬들도 같은 생각이었고 너무나 길어지는 공백기에 그를 그리워하는 대중들도 늘어나 그의 소속사를 탓하기 시작했다. 대중들은 유망 있고 심지어 탄탄한 커리어를 쌓고 있는 가수를 숨겨두고 내보내지 않는 것에 크게 분노하였다. 그래서 속히 'YG 보석함'에서 유난히 꼭꼭 숨어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가수이다.
심지어 나올 낌새도 내비치지 않았다면, 대중들은 금방 잊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2017년 연말에 컴백 예정이라는 대대적인 뉴스를 내보냈지만, 캄캄 무소식이었고 오히려 같은 소속사의 다른 아티스트의 컴백을 진행시키며 계속 뒤로 밀렸다. 2018년이 되어서도 연초, YG의 회장인 양현석의 인스타그램에 본인이 #YG막내라인집중_블핑_승리_잭키 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녹음 중이라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이에 다시 대중들과 팬은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후반기가 되어서도 양현석은 여전히 이하이가 녹음 중이라며 알렸다. 그러나 연말 인터뷰에서는 다른 아티스트의 컴백을 알렸지만 이하이의 언급은 빠져 김이 빠지는 상태가 되었다. 갈수록 회사와 회장 양현석에 대한 비난과 이하이에 대한 동정심 여론이 커진 계기이다.
2019년이 되어 드디어 이하이의 컴백을 예고했다. 3년 동안의 공백이 자신도 길었다고 판단하였는지 2019년 컴백은 2번일 것이라고 말했다. 드디어 3년의 길고 긴 공백기를 깨고 같은 소속사 가수 아이콘의 B.I의 피처링과 함께 <누구 없소>로 컴백했지만, 바로 B.I의 마약 사태가 터져 이하이의 활동에도 영향이 끼쳐 오랜만에 대중에게 돌아왔는데도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YG와의 7년의 계약이 끝났다.
7년이라는 시간
그러나 7년 동안 그에게 회사는 좋은 울타리 역할을 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쉽게 답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정확한 내막은 당사자인 그와 회사만이 알겠지만, 대중의 시선을 보았을 때는 모두가 같은 생각일 것이다.
가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대중 앞에 설 기회조차 주지 않고 같은 소속사 내에 타 아티스트와 차별되는 대우를 주는 게 뻔히 눈에 보이는데 분노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걷고 주어지는 활동에 최선을 다해 컴백마다 선세이션한 열풍을 일으키는 그의 역량은 정말 대단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의 생각과 다르게 이하이는 YG와의 계약이 끝난 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YG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당시 어린 신인 가수에게 그런 빵빵한 프로모션을 주어질 수 없었고 자신은 회사의 덕택을 충분히 봤으며 자신을 불쌍하게 여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를 보고 난 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녀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회사의 답답한 행동들 공정하지 않은 기회에 대해 많이 화났지만, 어디에는 내부 사정이라는 것이 있고 본인인 이하이도 그것을 이해하고 동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에 나는 생각했다. 대중들이 괜히 그를 동정하고 회사를 비난하는 불필요한 감정을 쏟은 게 아닐까.
지금은 그저 지나간 이야기들이다. 그저 우리는 우리가 화내고 동정할 일은 더 이상 없길 바라며 그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기만 하면 된다.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 새로운 인연들과 함께 어떠한 음악으로 우리 곁에 있을지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나는 그를 앞으로도 응원할 것이다.
당신의 꾸준하지만 새로워진 길을 응원합니다.
[김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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