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공간을 다시 생각해보기 – 더 터치 [도서]

오감으로 느끼는 공간
글 입력 2020.08.0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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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은 공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나는 이 책의 부제목을 읽고 한참을 생각했다. ‘머물고 싶은 공간’이라는 키워드는 내가 사용하고 있는 공간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는 집 근처 카페에 있다. 부모님은 작업하러 자주 카페에 가는 나에게 항상 말씀하신다. ‘왜 집에서 하지 않고?’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에서만 내가 이렇게 카페로 쏘다니는 것은 아니다. 학기 중에도 나는 자취방을 두고 작업이나 과제를 하러 카페를 간다.

 

내 공간은 언제나 잠자는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따져보자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나 나름대로 나는 나의 공간을 꾸며 둔다. 좋아하는 포스터나 사진도 잔뜩 붙이고, 아무렇게나 쓸만한 가구를 배치한 것도 아니다. 내 방의 가구는 모두 내가 좋아하는 흰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나의 공간에 머물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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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이 그 질문에 해답을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더 터치>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답하는 책이다.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는 '킨포크'와 북유럽 디자인 스튜디오 '놈 아키텍츠'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간'을 찾아 세계를 여행했고, 그중 가장 인상적인 공간만을 엄선하였다. 또한 ‘빛, 자연, 물질성, 색, 공동체’ 이렇게 다섯 가지 본질적 분류로 건축 디자인을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좋은 디자인이란 시각적으로만 매력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감각과 이어진 것이어야 한다.’

 

 

건축과 공간 디자인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두 가지 생각을 했다. ‘결국 자연에 귀속된 인간으로 복귀’와 ‘오감으로 느끼는 공간’

 

‘결국 자연에 귀속된 인간으로 복귀’는 ‘자연’ 챕터를 읽으며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었다.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 흘러가다가 마침내 소멸하죠.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물질들은 시간에 따라 그 아름다움을 더해 가는데, 시간의 흔적이 특별함을 더합니다. 회반죽을 바른 벽이나 플라스틱처럼 인간이 만든 것들은 아름답게 바래지 않아요’
 

 

인간이 만들어낸 최첨단 기술과 인공 재료들로 더 실용적이고 유용한 건축물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터치>는 건축 디자인의 본질에 ‘자연’을 포함시킨다. 건축물에 새로운 영혼을 불어넣으며 자연스럽게 자연과 인간의 재결합을 추구한다. 시각적인 것들이 중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삶을 위한 디자인을 제안하는 것이다. 또한 인간과 자연의 유대감을 확장한다.

 

결국 <더 터치>가 25곳의 건축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시 자연과 뒤엉켜 있는 건축 디자인 시대로의 회귀이다. 모든 것들이 그 지역에서 난 것들로 만들어진 그런 공간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이러한 실내와 실외에 대한 전통적 접근 방식은 거주자와 생활공간, 환경, 생태, 생물권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자연과 인간을 조화시킨다. 결과적으로 자연과 조화된 인간은 더 이상 자연을 ‘소비’하거나 ‘사용’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또한 ’오감으로 느끼는 공간’ 역시 <더 터치>가 건축 디자인의 요소 중 가장 본질적인 것으로 꼽는 것인데, 동시에 이와 반대되는 양상인 현대의 건축 디자인을 비판하고 있다. 물질성을 다루는 본문에서는 ‘이미지 포화 상태인 21세기에는 시각이 다른 감각들을 희생시키며 거의 독점적 특권을 누리고 있다’며 직접적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핀란드의 건축가이자 건축 이론가인 유하니 팔라스마가 말하듯 인간에게는 다양한 감각들과 감각 체계들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실존적 감각이다. 실존적 감각, 즉 자아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시각적인 것뿐만 아니라 존재 전체를 통해서 건축물과 만나야 한다. 건축 디자인은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그동안 내가 머물렀던 공간 중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곳이 얼마나 되는지 돌이켜 보자면 <더 터치>에서 지적하고 있는 점들이 꽤 날카롭다는 생각이 든다. 내 주변 거의 모든 공간들이 프랜차이즈화 되어 있다. 일관된 조명과 유행이라도 하는지 어딜 가나 똑같은 물질성, 특히나 도심 속에서 인공적인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잘 다룬 공간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색의 경우는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다. 그 공간의 브랜딩이 잘 된 정도에 따라 공간의 색 조합이 꽤나 조화로울 수도, 성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공간만의 주체적인 아이덴티티의 유무와 깊은 관련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공동체의 요소는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한다. <더 터치>에서 언급하는 공동체라는 개념은 ‘세대, 계급, 인종, 사회적 성별의 경계를 허물고 소외 없는 공간’이다. 본문을 빌려 오자면, ‘주민들이 진정으로 유대감과 주인의식을 느끼는 공공건물’ 말이다. 책에서 소개한 문화센터, 묘지, 대학 캠퍼스 그리고 두 곳의 호텔로는 아직 ‘소속감’을 주는 공간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책장을 덮은 나는 앞으로 책이 소개한 다섯 가지 조건으로 공간을 대하게 될 것이다. 무의식중에 내가 있는 공간의 조명이나 물질성 같은 것을 살피고, 마지막으로 그곳을 나서며 머물고 싶은 공간이었는지를 질문하게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첫머리에 던진 질문의 답을 생각해보려 한다. 확신할 순 없지만,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원하고 까슬한 촉감의 침구를 제외하고는 시각적 요소뿐이다. 인테리어용으로 화병에 꽂아둔 꽃은 조화이니 향이 없고, 같은 목적으로 협탁에 올려둔 캔들은 태우면 그 형태가 못생겨지는 게 싫어서 불을 붙이지 않았다. 내 방에는 그 흔한 벽시계 하나도 없으니 청각적으로나 앞서 언급한 후각적으로나 굉장히 심심한 공간이다.

 

건축물, 공간 디자인을 잘 모르는 나에게 <더 터치>는 굉장히 어려운 책이었다. 물론 내가 앞서 언급한 깨달음을 얻었을지 언정 소개된 스물다섯 곳처럼 내 방을 감각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나의 공간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고 머물고 싶은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 또한 가질 수 있었다. <더 터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공간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전달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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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터치
- 머물고 싶은 디자인 -

 
원제
The Touch
- Spaces Designed for the Senses

지은이
킨포크, 놈 아키텍츠
 
옮긴이 : 박여진

출판사 : 윌북

분야
건축, 디자인, 사진

규격
210*288mm

쪽 수 : 288쪽

발행일
2020년 06월 30일

정가 : 29,800원

ISBN
979-11-5581-282-2 (03540)




[김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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